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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45 커버스토리

꿈의 세계를 그리다, 일하는 작가 2

2021.02.26 | 권서영 일러스트레이터

※ 이번 기사는 <꿈의 세계를 그리다, 일하는 작가 1>에서 이어집니다.

책이나 잡지, 음반, 뮤직비디오 등을 위한 일러스트를 의뢰받아 컬래버레이션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처음부터 끝까지 작가님 스스로 작품을 기획하고 그리는 것과 외부에서 원하는 콘셉트를 전달받고 맞추어 그리는 것의 차이는 무언가요? 결과물에도 그 영향이 반영되기도 하나요?
개인 작업은 제 인생에서 특정 시기에 그리고 싶다고 생각한 주제와 관심 있는 여러 소재, 생각, 일상의 부분들이 전부 합쳐져서 나오는 것 같아요. 굉장히 우연적이면서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 많죠. 제가 원하는 만큼 표현하거나 덜 그릴 수도 있어요. 반면 의뢰를 받아 그리는 그림은 시작점이 달라요. 클라이언트가 프로젝트를 기획해 필요한 경우 콘셉트에 따라 작가를 정하는데, 그 조건에 맞는 작가가 저라면 제게 연락이 와요. 원하는 방향성이 미리 정해져 있고 큰 틀에 그래픽 기술자로 제가 합류하는 거죠. 물론 제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정해진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도 중요해요. 더 해도 괜찮다는 허락을 받으면 조금 더 과감하게 해보기도 하고, 억지스럽지 않은 선에서 최대한 가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여럿이 같이 만드는 작업물은 결과물만큼이나 과정의 의사소통이 중요하기 때문에 서로 합의한 지향점을 향해 간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어떤 게 더 좋을 것 같다고 해서 제 맘대로 작업 중간에 방향을 틀어버리면 안 되죠.

<Midnight Restaurant>

코로나19로 작업 환경이 불안정해진 프리랜서가 많은데 작가님은 어때요? 영향을 받으셨나요?
지난해 초 이례적으로 일의 의뢰가 끊겼다고 느낀 시기가 있었어요.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어그러지거나 전시가 취소된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불안한 시기를 넘기니 감사하게도 아트워크에 대한 수요는 계속 있더라고요. 세계적으로도 애니메이션을 활용한 광고나 뮤직비디오 같은 콘텐츠가 늘었죠. 제가 활동하는 분야가 콘텐츠와 관련이 있다 보니 지난해에도 여러 가지 일을 하며 생업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작가님의 그림체와 세계관을 좋아하는 팬이 아주 많아요. 그런 작가님에게도 슬럼프나 위기가 온 적이 있는지 궁금해요. 어떤 점이 힘들었고, 그 시기를 어떻게 지나왔나요?
일만 하다 보니 번아웃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 적이 있어요. 슬럼프와는 좀 다른데, 모든 게 버겁게 느껴져서 아무것도 하기 싫은 기분이 지속되더라고요. 그땐 제가 재미와 흥미를 느끼고 사랑하는 다른 창작물을 보며 ‘나도 멋진 작업을 하고 싶다.’라는 마음을 조금씩 심었습니다. 그리고 번아웃이란 게 결국 완벽주의, 결과에 집착하는 성향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인지하고 저 자신을 지나치게 몰아붙이지 않으려고 해요.


애니메이션을 전공하셨다고 들었어요. 졸업 후 어떤 과정을 거쳐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게 되신 건지 과정이 궁금합니다. 진로에 대한 고민도 있었나요?
학교를 졸업한 직후에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2년 정도 일했어요. 좋기도 했지만 많이 지쳤죠. 이후 시간을 내서 그림을 많이 그리고 싶고, 애니메이션뿐 아니라 일러스트 쪽으로 다양한 작업을 해보고 싶어서 독립했어요.


다른 일러스트레이터나 타 분야 창작자들과 교류하시는 편인가요?
제가 발이 넓지 않아서 당장 생각나는 분이 없네요. 괜히 누군가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이 폐를 끼치는 일이 아닐까 걱정되고요. 제가 혼자 좋아하고 흠모하는 분은 많습니다.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면서 ‘좋아요’를 열심히 누르고 있어요.

<Siru>

동화책 <시루의 밤>도 작업하셨죠. 디저트가 되고 싶은 떡 반죽 ‘시루’라는 캐릭터가 무척 귀여워요. 앞으로도 그림책을 쓰고 그릴 계획이 있으신가요? 현재 구상 중인 작업이 있다면 귀띔해주세요.
사실 시루의 두 번째 이야기도 그림책으로 작업 중이에요. 더미 북(가제본) 단계이긴 하지만요. 더욱 풍성하고 좋은 내용을 담고 싶어서 스토리와 연출을 다듬고 있습니다. 이번엔 시루와 여러 친구들이 커다란 케이크를 만드는 내용이 될 거예요.


여성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서 현재의 화두는 무엇인가요?
기회에 감사하고 겸손하되 최선을 다한 자신의 결과물을 낮춰 보지 않을 것. 제가 대표성을 띤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개인으로서 답해봅니다.


프리랜서에겐 건강을 지키는 일도 아주 중요하죠. 건강 유지를 위해 평소 어떤 노력을 기울이시는지요?
저도 체감합니다. 일단 잠을 충분히 자려고 하고, 절대로 무리해서 늦게까지 일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식단은 영양의 균형을 생각해서 맛있는 것만 고집하지 않아요. 적당한 운동도 일과에 넣으려고 노력합니다.


《빅이슈》의 이번 스페셜 주제가 지속 가능한 일 인데요. 이와 관련해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요즘 고정자산의 가치가 크게 올라 불로소득을 취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노동의 가치가 화두에 오를 때가 많아요. ‘어휴, 이렇게 일해서 언제…’ 하고 탄식하는 정서가 여러 커뮤니티에 퍼져 있는 것을 종종 목격해요. 저 또한 맥이 빠질 때가 있고요. 일해서 돈을 버는 것이 중요한 가치라는 데 동의하지만, 일이란 게 결국 일상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는 삶의 부분이자 과정이잖아요. 저도 예전엔 일을 통해서 이상적인 성취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그게 뭔지도 잘 모르겠지만). 그런데 요즘은 일은 과정의 일부고, 이 과정은 인생이 끝날 때까지 함께할 것이라는 걸 깨닫고 단기적인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어떻게 더 재밌게 일해볼까, 그려볼까’에 포커스를 맞추려고 합니다. 어렵지만요.


양수복
이미지제공 권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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