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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47 에세이

이 시국에 파리로 간 것에 대하여 2

2021.03.31 | 모니카 인 파리

※이번 기사는 '이 시국에 파리로 간 것에 대하여 1'에서 이어집니다.

2월 15일
프랑스의 정부 방침에 따라 자가격리를 마친 후 2차 PCR 검사를 받아야 하지만, 받아서 결과를 어디에 제출하라는 지침이 없다. 하여 사실 자가격리를 마친 뒤 바로 돌아다녀도 별문제 없겠지만, 나는 기숙사에 살기 때문에 2차 검사를 하고 결과를 제출했다.

검사 절차는 우리나라와 거의 비슷한데, 문제는 테스트를 받기 전이었다. 테스트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링크를 이메일이 아니라 휴대폰으로만 보내준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 휴대폰 번호가 없다. 그래서 일단 아직 얼굴도 보지 못한, 학교에서 맺어준 ‘교환학생 버디’의 번호를 적었다. 프랑스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본인 확인을 휴대폰으로 하기 때문에 휴대폰 번호가 없으면 할 수 있는 게 없다. 휴대폰 번호 외에도 의료보험번호(우리나라의 주민등록번호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등 일련의 숫자가 없을 때 외국인으로 타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한다.

자가격리 기간이 끝나자마자 학교에 갔다. 내가 다니는 학교는 일종의 미술대학인데, 여기서 발급해주는 학생증이 (일상생활에서는) 여권보다 더 쓸모 있는 신분증이다. 말했다시피 프랑스에서는 학생 신분이면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는데, 화방부터 원단 시장까지 학생이라고 밝히거나 학생증을 제시하면 할인해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최근에는 학생들이 록다운과 통금령 등 극단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으로 인해 받은 물질적·심리적 피해를 호소한 결과, 대통령이 원하는 학생들에게 심리 상담 지원을 보장하고 3~4유로이던 ‘학식’ 가격을 1유로로 낮췄다. 하지만 이런 국가적인 차원의 예외적인 혜택 말고는 학교가 어디인지에 따라 다를 것이다. 내가 아는 바로는 프랑스 또한 엘리트주의와 학벌주의가 만연해서 더 좋은 학교에 다닐수록 더 많은 혜택을 누릴 것이다.

여하튼 외국인임에도 학생으로서 이런 실질적인 혜택을 많이 누리다 보니 프랑스에서 학생 신분으로 사는 일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한국에서는 학번이 높은 대학생이나 대학원생들이 자발적 백수라며 자조하곤 한다. 그 이유는 물론 학생들이 ‘노동’을 하지 않기 때문이지만, 동시에 학교 바깥에서 금전적·사회적 수혜를 전혀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 프랑스에서는 학생이 직장인의 전 단계가 아니라 별개의 의무와 혜택이 따르는 분리된 신분인 듯하다. 그 때문인지 학부를 마치고 석사과정을 밟는 사람이 드물지 않다. 3년간 학부를 마친 뒤 바로 2년간 석사과정을 거쳐 총 5년간 공부하고 직업을 찾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로 보인다.
내가 우리나라에서 다니던 학교에서 졸업 요건을 맞추기 위해 복수전공까지 선택해 마치느라 6년 만에 학사 졸업장을 딸 것을 생각하니 참으로 통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한국에서 석사 졸업장을 추가로 따는 비용이나 5년간 파리의 살인적인 집값에 드는 비용이나 거기서 거기인 듯하다. 프랑스에서 아무리 학생을 우대한다고 해도 장학금을 받아야 사람답게 살 수 있다.


내가 다니는 학교는 학부와 석사과정을 합쳐놓은 5년제인데, 보통 본교 학생은 4학년을 교환학생으로
내보내고, 타교 학생은 4학년 이상 석사과정을 밟는 학생을 4학년 교환학생으로 들여온다. 나는 이 학교에서 중점을 두는 실기 과정에 매우 약하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2학년에 재학하고 있다.
아직 이 학교가 배출하고자 하는 인재상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경험한 바로는 철인이 아닐까 싶다. 나도 대학교 1, 2학년 때 이만큼 체력이 좋았는지 모르겠는데, 공강이 없는 것은 물론이며 그나마 지금은 일부 이론 수업을 비대면으로 진행하고 있는데도 일주일에 주말을 뺀 5일 중 4일 동안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수업이 계속 있다. 지난 1년간 학교에 두 시간 이상 머물러보지 않은 사람으로서 (학교에 다니느라) 바깥 공기를 지나치게 많이 쐬는 느낌이다. 물론 지난 한 해 동안 학교에 거의 못 가다시피 했으니 좋은 변화이긴 하다.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과 달리 프랑스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벌금을 물기 때문에 마스크를 안 쓰고 다니는 사람은 없다. 여하간 학교 친구들 말로는 원래는 수업 끝나고 술도 마시러 가고 학교에서 파티도 한다는데,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수업을 듣고 도대체 어떻게 파티를 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왜 나는 굳이 교환학생으로 와서 일주일에 40시간 가까이 학교에 머무르고 있는 걸까. 한국에서는 영양제 먹을 일이 없었는데 여기서는 살아남기 위해서 챙겨 먹고 있다.


문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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