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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47 인터뷰

여전히, 침묵에 도전한다 2

2021.03.31 | 저널리스트 이토 시오리

※ 이번 기사는 <여전히, 침묵에 도전한다>에서 이어집니다.

왜 ‘성적 동의’는 13세부터인가?

_성교육은 5세부터 하는 것이 이상적

이토는 지난해 3월, 이 같은 문제를 아이들에게도 전달할 수 있도록 라는 1분 30초 분량의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일러스트는 고바야시 에리카에게 부탁하고, 음악은 제가 아주 좋아하는 데라오 사호, 애니메이션은 후루야마 나쓰미에게 부탁했어요. 저는 생애 첫 내레이션에 도전했죠.” 이것은 2년 전부터 기획한 아이디어로, 일본의 학교에서는 대부분 가르치지 않았던 ‘성적 동의’를 주제로 했다.

“2017년, 110년 만에 일본의 성범죄 관련 형법이 개정되었습니다. 다만 성적 동의 연령이 13세로 되어 있거나 ‘동의 없는 성교는 강간으로 취급한다.’는 점을 명시하지 않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어서 재검토를 논의하고 있어요. 13세에 성행위에 동의할 수 있다는 것은 곧 임신할 가능성도 있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일본은 13세에 엄마가 된 여성이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아니에요. 학교에서 성적 동의에 대해 가르치지도 않으면서 ‘열세 살쯤 되면 알겠지?’ 하는 건 매우 무책임한 거죠. 영국에서는 성적 동의 연령이 16세예요.”

이토의 성폭력을 둘러싼 민사재판은 2019년 12월 1심 판결에서 성적 동의가 없었던 점이 인정되어 현재는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으나, 앞서 열린 형사재판에서는 불기소처분이 내려졌다. 이토는 일본 형법에 성적 동의 관련 법령이 있었더라면 결과가 달랐을지 모른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솔직히 성교육은 다섯 살부터 ‘나의 몸, 나의 권리’(성인 여성 또는 소녀의 성과 생식을 지키는 권리)를 가르치는 게 이상적이죠. 후원자를 찾으면 이런 내용을 담은 애니메이션도 만들 생각이에요.”

다큐멘터리의 한계를 넘고 싶다

성폭력 고발 이후 이토에게는 허니트랩(미인계)이니 하는 숱한 딱지가 붙었다고 한다. “예상했던 일이지만 제 힘으론 어떻게 할 수 없었어요. 하지만 이 일을 계속하다 보면 언젠간 ‘저널리스트 이토 시오리구나.’ 하는 소리를 들을 날이 올 거라고 믿었어요.” 그리고 지난해 9월 이토는 미 주간지 <타임>이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되었다. 이토는 “그 순간 이토 시오리라는 사람으로 살길 잘했구나 하는 이야기를 들은 것만 같았어요.”라며 당시의 심정을 밝혔다. “그동안 성폭력 피해를 입은 것이 마치 부끄러운 일처럼 느껴지는 소리를 들은 거며 흠이 있는 여성처럼 보였던 것, 이 모든 게 말끔히 날아갔어요. 이건 저와 같은 일을 겪은 모든 사람에게 바치는 칭호라고 생각해요.” 이토에게도 일본에서 성폭력에 관한 의견을 내는 것은 처절하고 힘든 싸움이었다. 그러던 중 여성 인권 단체의 권유를 받고 영국으로 향하게 된다. “현지 저널리스트들을 통해 외부에서 문제를 조명하는 보도 방식이나 그 중요성을 배웠어요. 해외에서 도움을 받은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이번엔 제가 이 사회에 조금이라도 바깥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는 보도를 하고 싶어요.”

이토는 곧 ‘2019년 6월 시위 취재 후 최근 1년간 크게 변화한 홍콩’, ‘시에라리온 국민의 문맹률이 높아 라디오로 여성 할례의 문제점을 제기하려는 두 여자아이’ 등을 취재할 계획이다. 이토는 현지에서 다음 세대나 미래를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모습을 외부로 전하고, 돕고 싶다고 한다. 코로나19의 확산 탓에 현지에 가지 못하더라도 일본에서 도움을 줄 방법을 찾고 있다.

“이를테면 음성만으로 이뤄진 다큐멘터리라면 카메라가 들어갈 수 없는 현장에서도 만들 수 있죠. 가능한 방법을 총동원해 한계를 넘고 싶어요. 그리고 함부로 사람을 범주화해 차별하지 않고, 그 누구라도 진심으로 나는 나대로 살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바랍니다.

<Yes는 Yes, No는 No> 애니메이션


가즈키 마리코(香月真理子)

사진 요코제키 가즈히로 (横関一浩 )

번역 신나라

기사제공 THE BIG ISSUE JA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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