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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54 빅이슈

잡지 파는 재미로 사는 사람 신사역 빅판 석재천(3)

2021.07.19 | ※ 이번 기사는 '잡지 파는 재미로 사는 사람 신사역 빅판 석재천' (2) 에서 이어집니다.

[신사역 빅판 석재천]

마음처럼 일할 수는 없지만…


질병, 그리고 동자동 사람들

요즘은 몸이 이상해서 안 나가요. 눈은 이렇게 된 지 한 달 넘었지. 그전부터 눈 한쪽을 가리면 안 보이더라고. 괜찮겠지 싶었는데 며칠 전에 안과 가니까 백내장이라고 하대요. 수술해야 하는데, 당뇨 때문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괜찮으면 바로 수술할 거고, 아니면 건강 회복할 때까지 계속 기다려야 돼요. 안과에 갔는데 의사가 백내장이 심하다면서 “아저씨, 그동안 병원 안 오고 뭐 하셨어요.” 하더라고. 아이, 괜찮겠다 싶어서 놔뒀다 했지. 전에는 그런 증상 없었는데 하루라도 못 자잖아요? 그럼 앞이 보이지 않아. 내가 불면증이 심해 가지고 하루에 두세 시간밖에 못 자요…. 빨리 일하러 가야 되는데. 자리 오래 비우면 독자분들 다 떠난다고.

그러게요. 백내장 치료도 받고 몸도 추슬러야 하는데 마음이 급하시겠어요. 그러잖아도 지난 수요일에 갔을 때 안 계셔서 어디 아프신가 했거든요.

안 보이면 아픈 거예요. 8번 출구 옆에 어묵 파는 사람한테 물어보면 알아요. 내가 몸이 아프거나 해서 안 나가면 연락해서 “이제 내가 못 나갑니다.” 하지.

오늘도 별로 못 주무셨겠어요.

오늘도 새벽 3시에 자서 아침 6시 반에 일어났거든. 병원 간다고 씻고 밥 먹고 7시 반에 집에서 나왔어요. 병원 가보니까 돈은 얼마 나오지 않을 거라더라고요. 오늘도 1만 원 나왔나? 서류는 동자동 사랑방 그쪽에 물어보면 다 알아요. 뭐든 물어보면 다 알아. 행정도 하고, 당뇨 앓아서 다리를 잘라낸 사람도 도와주고, 아파서 움직이지 못하면 거기도 돌봐주고.

동자동 사랑방 활동가분들이 일상생활에 도움을 많이 주시는군요.

응, 내가 신용불량자라 적금을 못 넣거든. 거기에 돈을 맡기잖아요. 사람들 적금해놓은 돈이 2억 얼마쯤 될걸요. 내가 동자동 말고 다른 데로 이사 간다 하면 그 돈 빼서 가는 거지. 그 동네 살 때만 맡기는 거지.

활동가분들에 대한 신뢰가 두터운가 봐요.

나는 신뢰가 별로 없어요, 하하. 나는 불안해. 내가 고생해서 벌어놓은 돈 엉뚱한 데 쓰는 거 아닌가 싶어 불안해, 하하. 한참 친하고 그러니까 맡겨놓은 거지. 동자동에 십 몇 년 살았을 거예요. 11년, 12년 정도. 그 동네만 뺑글뺑글 돌았지 뭐.

====

동자동 쪽방촌

서울시 용산구 동자동 일대, 서울역 인근의 빈민 밀집 거주 지역을 ‘동자동 쪽방촌’이라 부른다. 쪽방은 보통 4.13㎡(1.25평) 남짓한 공간으로, 상하수도와 냉난방 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다. 2018년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평균 월세는 22만 8188원으로 나타났다. 쪽방촌 주민 중 절반 이상이 노숙 경험이 있으며, 이들의 평균 노숙 기간은 3년에 달한다.

현장 연구를 기반으로 한 <동자동 사람들>(정택진 지음, 빨간소금 펴냄)에서는 동자동 쪽방촌을 “낡고 해진 건물이나 열악한 위생 상태 등 공간의 물리적 특성만을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초생활수급, 무연고 사망과 장례, 물품 지원 활동, 그리고 서울시의 저렴쪽방 사업과 같이 주민의 삶에 개입하고자 하는 다양한 시도들이 동자동 쪽방촌을 정의한다.”라고 말한다. 석재천 님의 구술에서도 드러나듯이 동자동 사랑방의 활동가는 쪽방촌 주민이 의료·경제·사회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매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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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동 쪽방촌 주민의 70% 이상은 기초생활수급자(통계청, 2014)이며, 이 중 대다수가 건강상의 문제로 노동이 불가능한 상태다. 주민들은 고혈압(40%), 관절염(29%), 치과질환(25%), 당뇨(23%), 정신질환(21%) 등 다양한 질병을 앓고 있다.(건강세상네트워크 빈곤층건강권팀, 2012) 이 통계치는 그에게도 적용된다. 석재천 님은 고혈압, 당뇨, 치과질환, 불면증으로 인해 일하기 어려운 상태다. 그럼에도 그는 컨디션이 조금이라도 괜찮은 날에는 길거리에 나와 《빅이슈》를 판다.

그가 이토록 열심인 이유는 무엇일까? 한 권 살 손님에게 두 권을 팔고, 단골손님이 생기고, 거리에서 함께 일하는 상인들과 동료가 된다. 이 과정에서 그는 관계를 맺고 자기효능감을 확인해왔으리라. 그에게 《빅이슈》는 세상과 자신을 연결해주는 끈이다. 신사역 8번 출구에서 빨간 조끼를 입고 특유의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용기와 함께 《빅이슈》를 파는 석재천 님을.

(다음 호에 계속)


글. 김은화 | 사진. 김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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