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빅이슈》 판매에 직격탄
석 앞으로 한 5년 뒤면 모를까, 지금은 힘들어. 코로나19가 끝나도 사람들이 일을 해야 되는데, 그래야 책을 많이 사 갈 건데. 일을 안 하면 코로나19 끝나도 똑같지. 우리 독자는 20대 여성분들이 대부분이라. 그분들이 일을 해야 우리가 먹고살 수 있다니까요. 한 권 더 살 거냐고 물어보면 아저씨 미안하다 하고. 책을 더 사고 싶은데 돈이 없어 못 사서 미안하다고. 자기도 노니까.
김 저한테도 두 권 사라고 권하셨는데 제가 한 권만 샀잖아요. 나중에 외주 작업비 좀 더 두둑하게 받으면 몇 권 살게요, 하하. 혹시 기억에 남는 독자분이 있나요?
석 예전에 편의점에서 알바하는 아가씨가 내 알거든. 강남역 5번 출구에 있을 때 내가 편의점 갔다가 친해졌지. “아저씨 어디서 일해요?” 하길래 “요 앞에서 일해요.” 했더니만 일 끝나고 와서는 자기 월급봉투에서 돈을 이래 끄잡어내 가지고 책을 사더라고. 거기는 한 번 사면 2만 원어치씩 사요. 이 아가씨가 특공 무술 하는 무서운 아가씨라. 운동복 입고 내한테 오고 그랬지. 일 그만두고 영국에 3년간 가 있었어요. 우리는 문자메시지도 주고받지. 영국 갔을 때도 카톡하고. 영어 공부하고 스펙인가 뭔가, 자기 혼자 경험 삼아 먹고사는 거 해보러 갔대요. 인제 코로나19 때문에 한국 왔어요.
김 일하실 때 주변 분들을 친구로 만드는 재주가 있으시네요.
석 강남역에서 호두과자 파는 치가 있거든요. 거기도 나랑 동갑인데 나랑 친구라. 팔아주지는 않지. 나는 이가 없어서 못 먹어요. 안에 땅콩이 들어 있어서 호두과자 못 먹지. 옛날에 쪼깬할 때 열다섯 살 땐가 아랫동네에 싸움하러 갔다가 이가 와장창 나갔어요. 야구방망이로 맞아서. 틀니 말고 그 뭐라카노, 임플란트 다 했는데 그게 25년, 30년 지나니까 자동으로 빠져버리더라고. 그다음부터 이가 없어요. 병원에서 엿 먹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는데, 술 마시고 깜빡해버렸어. 평소 같으면 먹지도 않을 건데. 밥? 평소에 밥을 먹기는 먹는데, 못 씹으니까 영양실조가 와. 씹어 먹어야 영양분이 몸에 들어오는데 그냥 다 빠져나가버리니까. 죽 먹으면 일 못 해서 안돼요. 고기는 먹긴 먹는데 가끔 가다 먹지. 틀니는 남은 이가 없어서 못 해.
김 식사하시기도 어려운데, 매일 몇 시간씩 나가서 서 계시려면 힘들겠어요.
석 책이 잘 나가면 힘들지 않고, 안 나가면 온 피로가 다 몰려오고. 책이 잘 나가면 절대 피곤하지 않아요, 하하.
김 저도 행사에 참여해 책 팔 때 첫날에는 비가 와서 손님도 없고 힘들었는데, 둘째 날에는 손님이 많이 오니까 피로한 줄 모르겠더라고요.
석 우리는 비 오면 신사역 7번 출구로 가야 돼. 신사역 8번 출구에 에스컬레이터 있잖아요. 그쪽 계단에 매대를 깔아놨더니 구청에서 나와서 치우라고 난리라. 7번 출구는 비는 피할 수 있는데 낮에 사람이 없어. 매출이 대여섯 권 차이나더라고. 지하철역 안에 들어가면 좋은데 역무원들이 못 팔게 하니까. 비 올 때 가림막 같은 거 설치해주면 좋겠어요. 우비 입고 팔아봤는데 더워 죽겠어. 땀이 비 오듯이 쏟아진다니까. 여름에는 그래도 괜찮아요. 오후 3시 넘으면 그늘지니까. 여름에는 오후 4시부터 10시까지, 겨울에는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하고 집에 들어가지 추우니까. 겨울은 싫어. 옷을 위아래로 서너 벌씩 껴입으니까 거추장스럽고, 밖에 나와서 두세 시간 지나면 바람이 들어와. 가만히 있어도 찬 바람이 파고들어요. 신사역에 보니까 쉴 데가 없어. 건대입구역에는 앞에 화장품 가게가 있어서 그리로 쏙 들어가면 되거든요. 추우니까 몸 좀 녹였다가 다시 나오고 그랬는데, 여기는 주인이랑 친한 가게가 없어.
김 선생님은 일주일에 며칠 정도 일하세요?
석 한 달에 22일 정도. 몸이 괜찮다 싶으면 토요일에도 일하거든요. 5일 일해서 몸이 뻐근하다 싶으면 쉬고 괜찮으면 토요일에 나가는 거지. 이틀 쉬면 괜찮은데 열흘 정도 쉬면 폐인 다 되어버려. 나는 이상하게 열흘 정도 쉬면 씻기도 싫고, 집에 콕 처박혀서 안 나와. 티비만 보고. 밖에도 안 나가고 집에만 있어.
※ 이번 기사는 '잡지 파는 재미로 사는 사람 신사역 빅판 석재천' (3) 에서 이어집니다.
글. 김은화 | 사진. 김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