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했다고 3월이야. 그 어느 때보다 정신없이 시작한 2025년이라 그런지 신년도 어영부영하다가 시간을 허비하고, 정신 차려보니 상반기도 절반이 훅 지나간 것 같습니다. 매해 1월에는 새해의 목표나 긍정적인 의미로 인생의 방향키를 쥐려는 사람들을 소개하기도 했는데요. 이러한 기사를 기획할 때 주의하는 것이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흔히들 강조하는 ‘자기계발’적이거나 실패를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방향이 아니기를, ‘갓생’도 좋고 꿈을 좇는 것도 좋지만 그게 자신을 다그치는 방식이 아니고 진정 마음이 원하는 노력이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놓치지 않고 녹이려 합니다.
독자 여러분은 요즘 어떤 말을 자주 하세요? 저는 ‘요즘 뭐 재미있는 거 없어?(있으면 소개해줘)’나 ‘어떻게 살아야 하냐(뭐 해 먹고살아야 하냐)’를 오래전부터 입버릇처럼 말한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것을 못 찾아서이기도 할 것이고, 삶의 방향이나 의미를 잃어버리고 안갯속을 헤매고 있어서이기도 합니다. 그럴 때엔 그토록 싫어하던 자기계발서를 찾아서 앞 장을 들춰 보기도 하고, 뭐라도 동기부여가 될 만한 것을 해보려 하기도 합니다. 강제성을 주기 위해 학원이나 운동 센터를 등록했다가 돈만 기부하고 끝날 때도 있지요. 새 학기를 시작하는 학생들에게는 진정한 시작이 3월일 것 같아요. 제가 졸업한 지가 오래돼서 확실치 않은데, 여전히 3월에 개강이나 개학을 하는 게 맞…겠죠? 1, 2월에 새해라서 괜히 희망찼던 마음이 가라앉고 ‘역시 난 안 될 거야.’ 머리를 쥐어뜯으며 일상이 관습대로 흘러가는 이 시기에, 가볍게 ‘빌드업’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이번 호는 스페셜 페이지에 다양한 빌드업 내용들을 소개해봤습니다.
만화 〈최애의 아이〉 좋아하세요? 이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엄청난 ‘붐’을 일으켰던 것은 2023년 무렵이었던 것 같은데요. 주인공인 줄 알았던 인물이 갑자기 ‘죽음’을 맞이하면서 시작하는 이 이상한 애니메이션은 이후 많은 창작물의 흐름을 바꿔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번 호에는 새로 시작하는 연재, 또 마지막 인사를 고하는 필자도 있습니다. 제가 참 좋아해서, 김여행 님의 소개대로 디저트 투어에 나섰다가(언제나 솔드아웃이라 제대로 구매한 적이 드문) 몸무게 증량에 도움을 준 ‘디저트가 필요한 날’이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그동안 여행 님이 소개했던 꿈같은 디저트 사진들을 이번 호에서 모아모아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새로이 ‘한영인의 소설 읽는 밤’이 연재됩니다. 문학평론가의 소설 추천 글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평론에는 미처 담지 못했던 필자의 위트를 담은 에세이이기도 합니다. KFC 치킨을 너무 좋아해서 외국에 나가도 KFC부터 달려가는 괴벽의 소유자가 한국 소설 중 KFC 치킨이 나오는 소설을 추천합니다.
대세가 기울어져 모두 그게 별로라고 할 때조차 ‘난 이러한 미덕을 발견했다.’고 말하려면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높은 제작비를 들이고도 시청률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드라마를 모두가 지적하는 와중에 박현주 작가가 〈별들에게 물어봐〉가 품은 나름의 미덕을 소개합니다. 그 외에도 여러분에게 끌리는 많은 글들을 목차에서 발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분명 이번 호에서도 읽는 사람 개개인이 발견할 수 있는 반짝임은 서로 다를 테니까요.
편집장. 김송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