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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60 컬쳐

자존감의 바다

2021.10.15 |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

사람들은 이제 경연 프로그램에서 ‘서바이벌’과 ‘악마의 편집’이 정말 필수인지 묻는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도 마찬가지다. 댄서 개개인이 쌓아온 커리어와 서사를 발굴하고 피나는 노력을 조명하는 건, 프로그램보다 시청자가 더 잘하는 듯 보인다. 스우파의 공식은 엠넷이 그간 만들어온 서바이벌 경연 프로그램처럼 이미 간파된 지 오래다. 첫 만남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빡빡한 견제, 티저에 ‘때려 박은’ 갈등, 아이돌 출신 출연자에게 타 출연자들이 갖는 선입견은 이미 예상 가능하다. 스우파에 대한 시청자들의 불만은 단지 자신의 ‘덕질 대상’에 대한 편애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경연 프로그램 내에서 반복되는 구도에 대한 비판으로 봐야 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스우파를 보는 건, 단연 경연 참가자들 때문이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언프리티 랩스타>처럼 ‘캣 파이트’ 구도를 추구하는 방송사의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여성 아이돌 간 견제를 중심에 두고 출발했던 <퀸덤>의 주제가 출연자와 시청자들에 의해 결국 존중과 연대로 변화했던 것처럼 말이다. 특히 댄서 개개인의 자신만만함과 무빙에 대한 확신은 프로그램에 열광하게 만드는 주요한 이유다.

나아가 시청자들은 여덟 크루의 개성과 색깔을 구분하고 발견해내는 것을 즐긴다. ‘비슷하게 잘 춘다’고 보였던 댄서들이 ‘전부 다르게 잘 춘다’고 바뀌는 순간이다. 서로를 약자로 지목하고 전략적으로 배틀에 참여하지만. 우열을 가리는 건 큰 의미가 없다. 크루의 매력은 팀에 고유한 색깔을 입히고 콘셉트를 이끄는 리더들에 의해 결정되는 듯하다. ‘댄서들의 선생님’으로 불리는 모니카를 주축으로 한 프라우드먼, 트렌디한 케이팝 댄스를 소화해온 ‘라치카’와 ‘웨이비’, ‘YGX’, 댄서로서 거대한 영향력을 자랑하는 리더들이 속한 ‘훅’과 ‘원트’, 정통 힙합 무브에 집중하는 ‘코카앤버터’, ‘홀리뱅’까지, 여덟 크루의 다른 개성이 섞이면서 춤을 보는 게 재밌어지고, 움직임 하나하나에 환호하게 된다. 그 몰입도의 증거가 ‘스우파 최고의 아웃풋’으로 불리는 ‘Hey mama’ 안무를 많은 이들이 자연스레 외우게 됐다는 점 아닐까.

스우파에서 유독 자주 들리는 말이 있다. “우린 진짜 잘 추거든요. 보여줄게요.” “자신 있어요. 제가 제일 잘 하니까.” 엠넷도, 시청자들도 알고 있다. 댄서들에게 익숙한 배틀, 서로에 대한 존중과 경의의 마음은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뚝심 있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여자들이 뿜어내는 눈부신 자존감 덕에, 스우파가 단지 ‘싸움’만으로 정의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악마의 편집으로도 숨겨지지 않는, 싸우는 여자들이 서로를 치켜세우며 흘러넘치는 자존감이, 탈락에 우선하는 이 프로그램의 핵심이다.

Mnet 화요일 밤 10시 20분 방송


황소연
사진 Mnet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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