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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61 빅이슈

합정역 9번 출구 최원철 빅판을 만나다 1

2021.11.14 | 돌아온 빅판

지난번 곽창갑 빅판 인터뷰에 동행했던 김다정 코디네이터는 이런 얘기를 들려주었다. 한번 빅판으로 일했던 분은 그만뒀다가도 다시 돌아온다고, 설령 돌아오지 않는다 해도 빅판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말이다. 그래서 최원철 빅판과의 만남이 더욱 기다려졌다. 인터뷰 당일은 때마침 최원철 빅판이 보름 동안의 임시 빅판을 마치고 정식 빅판이 되는 날이었다. 모든 걸 다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있지만 몇 번이고 다시 도전하는, 최원철 빅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번에도 빅이슈의 코디가 동행했다.

질병의 서사와 함께해온 빅이슈
김은화(이하 김)
최원철 빅판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번에는 언제부터 빅판으로 일하셨나요?
최원철(이하 최) 지난달부터 지하철 합정역 9번 출구 메세나폴리스에서 《빅이슈》를 판매하고 있어요.

8월에 날도 덥고 비도 많이 왔는데 어떠셨어요?
저는 몸이 좋지 않아서 밖에서는 일을 못 해요. 그래서 지하철 역사 안에서 판매하는데, 에어컨을 안 틀어주면 안에도 많이 덥죠. 물 먹으면서 버티고 있어요.

요새 판매 상황은 좀 어떠세요?
어떤 날에는 한두 권 나갈 때도 있고, 잘 나가는 날은 열 권쯤 나갈 때도 있고 그래요. 여기는 젊은 사람보다는 나이 드신 분들이 사 가시더라고요.

식사는 어떻게 하세요?
점심은 안 먹고 아침하고 저녁만 먹어요. 먹는 약이 많아서 밥을 꼭 먹어야 해요. 밥 안 먹고 약 먹으면 속이 쓰리거든요. 뇌경색하고 심장병, 당뇨 약 먹고 있어요.

심혈관 질환이라 날씨에 민감하시겠어요. 그만두셨다가 다시 돌아온 것도 혹시 질병과 관련이 있나요?
3년 전에 뇌경색으로 쓰러진 적이 있었어요. 중환자실에 가면 전화를 못 쓰잖아요. 제가 중환자실에 있다가 중간에 빅이슈에 연락하니까 제가 입원한 줄 모르고 찾으러 다녔다고 하더라고요. 겨우 연락이 닿긴 했는데, 몸이 이러니까 일하기는 어렵더라고요. 그러다가 다시 시작한 거예요, 올해.

쓰러졌을 때 집에 계셨나요? 병원에 누가 연락해주는 사람이 있었어요?
네. 집에 있었어요. 가족은 없어요. 아무도 없어요.

그럼 어떻게 병원에 가셨어요?
말이 어눌하고 어지러운 거예요, 엄청. 처음에는 피곤해서 그런가 하고 잤어요. 그런데 그럴 때 자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중간에 깼는데 또 어지러운 거예요. 화장실에 가려다가 못 가고 방에서 그대로 쓰러져버린 거예요. 119 불러서 병원에 갔어요. 순천향대학교 병원에 갔더니 사람이 꽉 차서 못 들어간대요. 그래서 백병원에 한 달 정도 있다가 순천향대학교 병원으로 갔어요. 수술할 정도는 아니고 일단 약으로 치료해보자고 하더라고요.
병원에 한 달 정도 있다가 재활 전문 요양병원으로 옮겨서 1년 정도 있었어요. 병원 생활은 답답하죠. 사고 나도 다 환자 책임이고 하니까 움직이는 것 자체가 힘들어요. 한번은 제가 휠체어 타고 가다가 화장실 앞에서 넘어졌는데, 병원에서 넘어졌는데도 환자 책임이라는 거예요. 일상생활은 환자가 알아서 해야 돼요.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면 개인 간병인을 둬야 되더라고요. 간병인 두는 분이 간혹 있긴 해요. 그건 이제 가족이 있는 분들. 기초생활수급자도 가족이 있는 분들은 가족이 도와주고 하니까. 저 같은 경우에는 간병인 못 두죠.
병원에 3개월 이상 입원해 있으면 기초생활수급비도 깎여요.* 그래서 저는 나오려고 하는데, 주치의가 못 나간다고 하면 못 나가는 거니까. 저도 처음에 퇴원하겠다고 하니까 안 된대요. 계속 재활치료를 받아야 된다고. 얼마나 더 있어야 하느냐고 물어보니까 10년은 더 있어야 된대요. 재활치료가 꽤 걸리는데, 저는 거의 안 받았거든요. 몸이 아파서 쉬어버렸어요. 어쨌든 나 같은 사람은 입원한 지 얼마 안 됐고 돈이 되니까 잡아두려고 하는 거겠죠. 병원비가 90만 원 연체됐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나올 때 도와준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혼자 살아남는 거지, 그냥. 더 있어봐야 병원비만 부담되니까 나온 거죠.

퇴원 후 고시원으로, 매입임대주택으로
병원에서 나온 뒤로는 어디서 지내셨나요?
요양병원이 구로에 있었거든요. 먼 데를 못 가는 상황이고 아는 사람이 없기도 해서, 그 근처 고척동에 고시원을 급하게 잡았어요. 행정복지센터 통해서 고시원비를 한 달간 지원받았고요. 거기는 전 층이 고시원이에요. 원장님이랑 사모님이 제 편의를 많이 봐주셨어요. 지금도 그분들과 연락하고 지내요.

가족 같은 사이였나 봐요.
네. 거기서 한 3년 있었어요. 그러다가 행정복지센터에서 주거취약계층 지원 사업을 연계해줘서 상암동에 있는 매입임대주택**에 들어가게 됐어요.

매입임대주택이 보통 단독주택이잖아요. 휠체어를 타고 어떻게 다니세요? 엘리베이터가 있나요?
엘리베이터가 없어요. 집이 2층인데 휠체어는 1층에 놓고 난간 잡고 올라가는 거예요. 집이 원룸이고 좁아서 휠체어 굴릴 공간이 없죠, 아예.

그러면 집에 계실 때는 어떻게 지내세요?
활동보조인이 도와주세요. 제가 못 하는 일을 해주시죠. 주로 집안일을 도와주고, 병원에 동행해주고 그래요. 그 외에 무거운 물건을 든다거나. 제가 지금 왼팔을 못 쓰거든요. 작은 물건을 잠깐 집는 거는 하는데, 무거운 물건은 못 들어요.

활동보조***는 몇 시간이나 받으시나요?
원래는 90시간 주어지는데 제가 장애인 아카데미에 다니거든요. 처음에는 몰랐는데 행정복지센터를 통해서 계속 알아봤어요. 장애등급을 재평가받을 때 장애인 아카데미 다닌다는 증명서와 병원 진단서를 내면 시간을 늘릴 수 있대요. 장담은 못 하지만 일단 내보라는 거예요. 그래서 증명서를 냈더니 활동보조가 30시간 늘어나서 120시간이 됐어요. 사실 120시간도 부족해요. 보통 하루에 4시간 반에서 5시간 반 있는데, 저녁에 혼자 밥 차려 먹고 하는 게 힘들거든요. 국을 아예 안 데워 먹어요. 언젠가 하루는 국하고 밥하고 다 엎은 거예요. 안 치우면 냄새나니까 그걸 혼자 땀 흘려가면서 치우려고 해봤어요. 활동보조인은 다음 날 오니까. 그러다가 중간에 포기하고 활동보조인이 와서 치우라고 놔둔 거죠, 뭐.

활동보조인이 없을 때는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해요.
그냥 밖에 돌아다니는 거죠. 동네에. 상암동에 자주 가는 데는 딱히 없어요. 전에 한 번 공원에 갔었는데, 이곳의 나이 드신 분들이 장애인을 약간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서 잘 안가요. 대화를 나누다보면 제가 아는 것을 말하면 ‘당신이 뭘 그렇게 잘 알아, 당신이 알면 얼마나 알아.’ 하는 식으로 말하는 거예요.
그럼 저는 말없이 와버리죠. 예전에 구로에 있을 때는 안 그랬는데.... 거기서는 나이든 분들도 다 저를 도와주려고 하셨거든요. 상암에 온 뒤로는 그냥 밖에 돌아다니다가 행정복지센터에 가서 놀고 그러죠.

*기초생활수급자가 의료기관에 이전 3개월간 30일 이상 입원하고 있다면 30일 초과 입원 일수에 대해 장기 입원하 여 지출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는 금액을 생계급여에서 공제하되 식대 중 본인일부부담액을 보전한 후 지급한다. (출처: 보건복지부 보건복지상담센터)
** 주거취약계층지원 임대주택 사업은 최저주거기준에 미달되고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주거취약계층(쪽방·비닐 하우스·고시원·여인숙·노숙인시설, 움막, 컨테이너 거주자 및 범죄 피해자)에게 저렴한 임대주택(매입임대, 전세 임대, 국민임대주택)을 지원하여 주거안정, 자활기반 지원 및 주거 상향 이동을 도모하는 사업이다.(출처 : 한국토지 주택공사(LH))
*** 활동보조인은 혼자 일상적인 생활을 하기 어려운 장애인이 스스로 자신의 일상을 선택하고 꾸려갈 수 있도록 보조 하는 사람으로, 장애인 가정을 방문해 장애인의 신체 활동, 가사 활동을 지원하고 이동을 보조한다. 정부에서는 만 6세 이상부터 만 65세 미만의 장애인복지법상 등록 장애인에게 장애 정도에 따라 활동보조급여 시간을 차등 지원하고 있다.


* 본 기사는 다음 기사 <합정역 9번 출구 최원철 빅판을 만나다 2>에서 이어집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김은화
사진 신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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