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초록
식물 유튜버 신시아
취미를 시작하면 누구나 장비에 눈독을 들인다. 가장 관리에 공들이고 아끼는 도구가 있나.
- 식덕 사이에선 ‘식물등’이 인기가 많다. 온실처럼 만들기 위해서 수납장에서 식물을 키우기도 한다. 내 경우엔 토분을 좋아한다. 좋은 토분에 심으면 식물이 훨씬 건강하게 자란다. 그릇 자체가 통기가 잘 되다 보니, 물을 빨리 줄 수도 있는데, 성장 속도도 빠르고 숨을 잘 쉰다.
열대관엽 외에 관심 가지는 식물이 있다면.
- 꽃도 좋아한다. 식물 입문 초기, 튤립 구근을 키웠던 경험이 있다. 구근 하나에 500원인데, 주문 실수로
100개의 구근을 시켜버렸다. 마늘같이 생긴 구근을 주변에 나눠 주고 남은 60개를 심어서 베란다에서 키웠는데, 80퍼센트 정도가 폈을 때의 모습이 너무 예뻤다. 그때부터 유튜브를 찍었다. 제라늄, 베고니아 종류도 좋아하는데, 몇 천여 종으로 다양해서 잎과 꽃의 특징을 보는 재미가 있다. 칼라디움을 크게 키워서, 친구에게 분양하기도 했다.
식물을 키우면서 변화한 점이 있다면.
- 사람 자체가 변하진 않는 것 같다.(웃음) 다만 기분이 많이 변한 건 느낀다. 또, 일상을 업로드하던 SNS가 식물 이야기로 꽉 찼고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생활이 변화했다. 식물에 대한 강의도 하고, 식물 쇼핑몰도 운영하고. 서울식물원에서도 식물 강의를 요청한 적이 있는데, 정말 ‘성덕’이라고 생각했다. 내년 1월 출판을 목표로 <식물의 기분>이라는 책도 준비하고 있다. 전엔 식물이 잘 안 자라면 내가 뭔가 잘못한 줄만 알았는데, 이젠 집의 환경이 식물에게 적절하지 않을 수 있음을 알게 됐다. 그런 점에선 사람도 식물도 비슷한 것 같다.

식덕 입장에서, 귀차니스트도 식물 덕후가 되는 게 가능할까?
- 게으름의 문제가 아니라 취향의 차이인 것 같다. 선인장은 예쁜데 빛이 많이 필요하지 않나. 나도 초록별로 많이 보냈다. 취향에 맞는 걸 키워보다가 자신의 환경에 맞는 걸 찾아보면 된다. 사람들 사이에서 작은 식물 선물이 오가곤 하는데, 식덕끼린 식물 선물을 잘 안 한다. 키우는 사람의 환경, 취향을 잘 모르니까.
가을과 다가오는 겨울, 식덕 입문자들이 주의해야 할 점은?
- 월동 준비를 해야 한다. 요즘 중고거래 어플을 보면 식물이 많이 올라와 있을 거다.(웃음) 자기가 키우고 싶은 식물의 최적 온도가 어느 정돈지 알아보면 좋겠다. 서울, 경기는 베란다 안쪽 정도까진 온도가 괜찮을 것 같다. 알로카시아 같은 경우, 베란다에서도 추위에 약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식태기(식물 권태기)’를 경험하는 식덕들에게 전하는 팁이 있다면?
- 한국은 극한의 사계절을 갖고 있지 않나. 그에 맞춰 식물을 정리하다 보면 나 역시 식태기가 온다. 열대관엽은 무겁고 크지 않나. 계속 운반하고 청소해야 하니, 허리나 몸을 많이 써야 한다. 그런데 청소해놓고 보면 또 너무 예쁘다. 사실 식물 쇼핑을 하면 그런 마음이 금세 사라진다. 새 식물로 극복한다고 볼 수 있다.(웃음)
코로나19로 마음이 힘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식물이 있다면.
- 몬스테라 중, ‘델리시오사(deliciosa)’라는 종이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몬스테라를 떠올리시면 된다. 몬스테라에서 열매가 맺히는데, 그게 너무 맛있어서 델리시오사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먹어봤는데, 바나나와 파인애플 같은 달콤한 맛이었다. 수경재배도 가능하니 추천한다. 한 달에 신엽이 한두 장이 나오니까, 잘라서 주변에 선물하기도 좋다. 식덕들은 ‘리필해준다’고 표현한다.(웃음) 넝쿨을 잘 잡아 키워서 열매 맺은 분들도 많다. 희고 큰 봉 같은 꽃도 피어난다. 잘 시들거나 죽지 않아서, 누구나 편하게 키울 수 있다.
글. 황소연 | 사진. 이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