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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64 에세이

말과 삶 사이 :: 어바웃 타임, 네가 나에게 닿는 시간

2021.12.14 | 온라인 교육이라는 또 하나의 시간 여행

2013년에 개봉한 영화 '어바웃 타임'에서는 대대로 시간 여행의 능력을 물려받는 가문의 비밀을 알게 되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에 이어 아버지도, 그리고 자기 자신도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남자는 어릴 적 좋아했던 첫사랑에게 고백을 하러 10대로 돌아가기도 하고, 아내와의 엇갈린 만남을 돌이키기 위해, 사고가 난 가족을 살리기 위해서도 시간을 되돌린다. 이렇게 시간 여행에 대한 영화가 끊임없이 사랑을 받는 것은 인간이 기술로써 여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시공간 초월이라는 숙제에 대한 호기심에서 비롯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 김강희]

외국어 교육과 시간, 온라인이라는 제3의 공간
가르치고, 기른다는 뜻의 한자어를 갖는 ‘교육(敎育)’ 역시 시간의 문제와 떼어 내어서는 생각하기 어렵다. 가르치고, 기르는 일은 꽤 적지 않은 만큼의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특히 숙달을 위해 일정 시간 이상의 훈련을 반드시 필요로 하는 외국어 교육에서는 짧은 시간 안에 최고의 성취를 만들어낼 수 있는 ‘효율’을 따지게 되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무한한 경쟁이 미덕처럼 여겨지는 신자유주의 체제 속에서는 외국어 교육 역시 얼마나 경제적인가에 대한 잣대를 피할 수 없으며, 취업, 진학, 유학 등 특정한 목적에 의해 단기적으로 자격증을 만들어야 하는 학습자들에게라면 더더욱 외국어 교육이 일종의 시간 겨루기가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에서도 ‘어떻게 하면 한국 사람처럼 한국어로 잘 말하고 들을 수 있는지’를 물어보는 학생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학생들의 물음 속에는 더러 ‘어떻게 하면 더 빨리’라는 조바심이 감추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조바심들을 달래주듯, 최근에는 온라인을 통한 외국어 학습이 더욱 인기를 얻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국경의 벽이 높이 세워지고 있는 요즘은 직접 해외에 가지 못하는 대신 온라인이라는 공간을 통해 외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주요 대학의 교육 기관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한국어 교육도 빠른 속도로 온라인 교육의 활용을 모색하고 있는데, 해외로 파견될 수 없었던 교사들은 온라인이라는 제3의 공간을 통해 해외의 학습자들을 만나고, 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한다.

교실의 재발견
일각에서는 더 이상 교실이 불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하나, 비대면 상황 속에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해본 교사들이라면 온라인 교육이 풀어야 할 숙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것을 여실히 느꼈을 것이다. 먼저, 온라인 수업이 교실 수업을 완벽하게 대체할 만큼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시스템과 인프라의 구축이 잘 갖춰져 있어야만 한다. 한국에서 잘 갖춘 온라인 수업을 제공한다고 한들, 해외 현지의 인프라 구축 상황이 좋지 못하다면 온라인 수업이 제대로 운영되기 어려울 것이다. 또 해외 현지 학습자들의 디지털 친숙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문제없이 잘 사용되고 있는 시스템일지라도 해외에서는, 현지 사정에 따라 유독 어렵게 느끼거나 전혀 접근하지 못하는 오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교실에서 수업을 진행하던 교사들은 온라인 교실 속에서는 학습자의 시스템 문제에 대해 방향성을 제시하는 행정 역할까지도 수행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될 수 있으며, 온라인 수업이 어떻게 운영되느냐에 따라 한 학기 내내 학습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대면 교실 수업을 할 때보다 교사와 학습자, 그리고 학습자와 학습자 간의 상호작용 및 소통이 더 이루어질 수 있는 채널들을 준비해야 한다. 아주 단순해 보이지만, 눈으로 보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서로 얼굴을 맞대고 수업을 듣는다는 것이 지니는 힘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느끼게 하는 것이 또한 온라인 수업이라는 것이다.

온라인 한국어 교육이라는 또 하나의 시간 여행

영화 속에서 주인공의 아버지는 가문의 어른들이 시간 여행을 통해 남들은 한 번 사는 순간을 반복하여 살아내고, 이로 말미암아 연구 등 다방면에서 우수한 성과를 남기기도 하였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어쩌면 온라인 한국어 교육도 이렇게 불필요한 시간을 아끼고, 학습을 다른 사람보다 효율적으로 반복하여 눈에 띄는 성과를 이루고자 하는 욕구들이 모여 구축되어가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잘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저마다 각자가 원하는 시간에 앞뒤로 돌려 반복해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온라인을 활용한 한국어 교육은 일종의 시간 여행인 셈이다.

시간 여행을 처음 시작할 때 여행자들은 ‘내’가 과거에 닿는 시간에 대하여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오랜 시간 여행 끝에 더 중요한 것은 과거의 ‘네’가 나에게 닿음으로써 울리는 깨달음임을 알게 된다. 이 점을 알게 된 시간 여행자들은 더 이상 오늘의 성과만을 만들어내는 데에 연연하지 않는다. 다만 과거의 ‘너’를 만나기 위하여, 그리고 미래의 ‘너’에게 닿을 수 있기 위하여 오늘을 충실하게 살아내게 된다. 온라인 교실 속에서 한국어 교사는 학습자들이 과거로, 그리고 미래로 학습 여행을 함으로써 만나게 되는 ‘너’이자 ‘너’의 흔적들이다.

우리가 어떤 ‘너’의 모습으로 학습자들을 기다리느냐에 따라 한국어 학습자들은 온라인 교육을 통해 본인들이 찾고자 했던 한국어 습득의 효용성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학습 동기, 한국어 학습자로서의 새로운 정체성, 한국어 예비 사용자로서의 자아 탐색 및 실현, 한국어 학습의 미래 계획까지도 모색해낼 수 있다. 여러 부풀려진 사회의 기대들과 달리 실제로 온라인 교실을 운영하는 것은 의외의 노동과 의외의 책임, 의외의 부담이 따르는 일이지만, 가장 기억해야 할 것은 모니터로 보이는 작은 화면 뒤에도 결국은 우리 한국어 교사들이 너무나도 사랑하는, 학생들이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들이 온라인 학습 여행을 통해 만날 ‘너’로서 우리 교사들이 견디며 붙들어야 할 방향성이 있음을 잊지 말자.


※ 더 많은 사진과 기사 전문은 매거진 '빅이슈'264호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글. 김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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