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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64 인터뷰

인정이 넘치는 집

2021.12.14 | 누군가에게 나눠주면 되지

누군가에게 나눠주면 되지
장담하건대 손이 크다는 장점이 빛을 발할 때는 그것을 나누는 데도 망설임이 없을 때입니다. 요즘 한창 식물 키우기에 재미를 느끼는 승민에게, 식물을 사러 가는 건 ‘식물이 아닌 무엇이든 좋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주는 행위고요. 그 식물은 정성을 들인 만큼 새로운 잎과 꽃을 피워내 승민을 뿌듯하게 만들어줘요. 그리고 그는 그 생명들을 또 다른 친구들에게 나누며 ‘그들은 식물을 키우며 어떤 생각을 할지’ 상상하며 흐뭇한 상상을 하곤 합니다. 승민이 앞으로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간다고 해도 두렵지 않은 건, 생명을 키워내는 데 드는 물과 바람과 햇빛의 중요성을 알고, 화분에 뿌리가 꽉 차 더 이상 양분의 흡수가 어려울 땐 알맞은 큰 화분으로 옮겨줘야 한다는 걸 배웠듯이, 분명 앞으로의 삶도 그렇게 자연스럽게 흘러갈 거란 걸 알기 때문이겠죠.

이 집의 매력은 뭐야?
집의 공간 분리가 잘 되어 있는 편이야. 코로나19 이후 집에서의 생활이 많아졌잖아. 식물을 돌본다거나 요리를 할 때 각각 공간이 제 역할을 해서 좋아. 오래 끓여야 하는 음식을 할 때는 환기가 잘 되는 베란다에서 할 수도 있고. 식물의 경우 거실 창문 선반에 올려놓고 바로 해를 볼 수 있게끔 되어 있어. 통풍이나 채광처럼 집의 기본적인 조건들이 전에 살던 집들에 비해 잘 갖춰져 있어서 만족하고 살고 있어.

첫 독립 후 이 집에 어떻게 이사 오게 됐어?
열여덟 살 때부터 혼자 서울에 살기 시작했어. 스무 살 때까지는 음악 입시를 준비하느라 숙박이 가능한 연습실에서 살았어. 스물한 살 때부터 계속 작은 원룸에서 살다 보니 힘들어서 무조건 거실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결심하게 됐지. 그 뒤에 취직을 하고 애인과 동거를 시작하면서 지금 이 집으로 오게 됐는데, 집을 구할 때 보았던 열한 군데 중에 이 집이 마지막이었어. 처음 들어왔을 때 비가 그치고 하늘이 개면서 따스한 햇볕이 거실에 들어오는 걸 보고서, ‘바로 이 집’이라며 기분 좋게 결정했어.

각 공간의 역할과 쓰임이 궁금해.
침실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야. 외출하지 않는 날 침대에 누워서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 가장 포근하고 편안한 곳이지. 반면, 거실은 본격적으로 활동을 하려는 마음이 생겼을 때 나오는 곳인데,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잠을 깨는 시간을 꼭 가져. 그렇게 하루의 에너지를 얻고 나서야 그 옆의 드레스룸 겸 서재로 가서 공부를 하거나 재택 업무를 봐. 무엇보다 주방에 있을 때가 제일 즐거워.

또 옷이나 화장품도 좋아하잖아. 맥시멀리스트로서 너만의 수납 팁이 궁금해.
내가 정리는 할 수는 있어도, 정돈을 잘 못하는 사람이거든. 그리고 평소 검은 옷을 좋아해서 남들이 ‘다 비슷한데 옷장에서 옷을 어떻게 찾아?’라고 종종 물어보는 경우가 있는데, 옷의 질감을 잘 기억하는 편이야. 손끝으로 옷을 느끼는 거지. 그리고 검은 옷을 좋아하는 이유는 밝은 옷을 입었을 때 옷이 더러워질까 봐 신경 쓰이는 게 싫어서인데, 자연스럽게 검은 옷을 자주 입다 보니 나한테도 어울리고 제일 깔끔하더라고.

언제부터 식물에 관심 갖게 됐어?
독립 후 최근까지도 제대로 식물 돌볼 여유가 없었어. 살기 바쁘다 보니 무언가에 사랑을 주는 게 나에게는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올해 초부터 취향이 비슷한 친구들과 식물을 보러 다니며 아름다운 식물을 알게 되고, 화분에 심는 그 모든 일련의 행위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하게 됐어.

겉과 속이 다르지만 그것도 썩 나쁘진 않네.
우리 집을 보면 내 겉모습처럼 꾸며놓았다고 생각이 들지는 않잖아. 사람들의 집을 보면 누구나 의외의 모습이 있는 것 같아. 사람들은 다들 자기 방식대로 살듯이 남한테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해.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삶은 사람들이 섣불리 판단하지 않고 각자의 생각이나, 삶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거야. 그런 생각이 내 삶에 있어서 늘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 나 역시 사람을 처음 만날 때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대하려고 노력해.

※ 더 많은 사진과 기사 전문은 매거진 '빅이슈'264호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글. 정규환 | 사진. 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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