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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69 스페셜

자신만의 세계를 완성하다

2022.02.17 | 배우 양조위

[©GettyImages]



“나는 나에게 결점밖에 드러내지 않는다.”는 양조위, 그는 여전히 홍콩 영화계에서 엄청난 존재감을 보여준다. 홍콩 영화계에서 위대한 배우 중 한 명이자 왕가위나 이안 같은 유명 영화감독의 작품에 출연하며 잘 알려진 양조위는 할리우드 마블 코믹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서 첫 악역을 맡으면서 우리를 놀라게 했다. 《빅이슈》 타이완에서는 양조위의 우아하고 섬세한 내면을 그의 개인사와 함께 소개한다.

1962년에 태어난 양조위는 홀어머니 아래에서 자랐으며 중학교를 졸업하지도 못한 채 신문 배달을 하게 된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TVB 배우스쿨에 지원하게 되고 배우의 길을 걷게 된다. 그는 1980년대에 TV와 영화 그리고 음악에서 모두 성공적인 활동을 보여주며 유명해진다. 양조위와 함께한 중국어권 영화감독을 살펴보자면 <지하정>의 관금붕 감독, <첩혈가두>와 <첩혈속집>의 오우삼 감독, <비정성시>와 <해상화>의 허우샤오시엔 감독, <영웅: 천하의 시작>의 장이머우 감독 그리고 <색, 계>의 이안 감독 등이 있다. 그리고 양조위에게 세계적인 명성과 많은 팬을 안겨준 왕가위 감독이 있다. 왕가위 감독은 모든 것을 말해주는 듯한 양조위의 눈빛이 그를 훌륭한 배우로 이끌었다고 언급했다.

양조위만이 가능한 영화의 분위기
시간이 지나면서 영화 속 양조위는 대략 네 가지 분위기의 캐릭터로 정리된다. 내향적인 사람, 여자들에게 둘러싸인 사람, 고독한 방랑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반은 선하고 반은 악한 미스터리한 사람. 첫 번째와 두 번째의 양조위 모습은 TV 시리즈에서 찾아볼 수 있고, 세 번째는 첫 번째와 두 번째가 혼합된 모습 정도이며, 마지막은 양조위의 모든 연기를 종합한 궁극의 조합이다. 그 네 가지를 대표하는 영화로 각각 <비정성시>, <아이니 아이워>, <2046> 그리고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을 들 수 있다.
내성적인 성향의 그는 TV 시리즈인 <향성낭자>와 <재견 19세>에서 조용한 사춘기 소년 역할에 스며들면서 시청자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이런 열정 없고 소극적인 연기는 그가 단역이나 조연으로 출연하던 초창기에 지속적으로 눈에 띈다. <은행풍운>에서 보여준 소심한 도둑 역할과 <살수호접몽>의 의리 있는 역할 모두 ‘말 없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향성낭자>에서 그는 말을 하지 못하는 아들을 연기하고, 상하이어를 구사하는 <해상화>에서 그는 거의 실어증에 걸린 사람처럼 보인다. <중경삼림>에서는 사물을 상대로 대화하는 모습을 통해 도시인의 감정을 전달했다. 이런 연기를 보면 양조위가 얼마나 본인을 잘 숨기는 사람인지 잠깐 망각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양조위는 실제로 사교적이지 않다. 그의 아내인 유가령은 양조위가 “사람들과 함께하는 방법을 거의 모르는” 사람이어서 본인이 그의 매니저를 자처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항상 사람들로부터 양조위를 ‘보호’할 수 있도록 신경 쓰고 있다. 양조위의 여자 친구이던 증화천(Margie Tsang)이 말하기를 양조위가 사라져 촬영을 못 하고 있는데, 스태프 중 누군가가 화장실 문을 걸어 잠그고 책을 읽고 있던 그를 발견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양조위의 연기를 완성한 왕가위 감독
그의 세 번째 캐릭터가 중요하다. 그의 첫 번째 캐릭터가 그려온 불운한 삶은 그의 방랑 생활을 통해 잘 이어졌고 두 번째 캐릭터와 혼합되면서 이후 혼자 방황하는 고립되는 캐릭터가 된다. <동사서독>에서 그는 눈먼 무사로 나와 친구에게 아내를 빼앗기면서 스스로 고립 생활을 한다. 큰 비중이 아니었음에도 그의 연기는 가슴 절절한 고전 비극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아비정전>에서는 짧게 등장하는 몇 분 동안 전혀 말이 없었지만 등장만으로 분위기를 압도했다. <삼개하천>과 <암화>에서도 그의 내성적이고 방황하는 모습은 다음 레벨로 이어진다.
<해피 투게더>와 <화양연화>, <2046>에서 보여주었듯 왕가위 감독이 양조위의 세 번째 캐릭터를 가장 잘 이해하는 감독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양조위는 왕가위 감독의 특별함은 창의성에서 나온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대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본을 두고서도 즉흥적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해피 투게더>의 제작진이 촬영을 위해 부에노스아이레스에 갔을 때 왕가위 감독이 근처 시장에서 발견한 폭포가 그려진 램프를 보고 대본을 고쳤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영화 관계자들에게는 심각한 상황이었고 공동으로 주연을 맡은 장국영에게는 도전이었으며 양조위는 일종의 테스트로 여겼다고 한다.
왕가위 감독은 여러 번 시간을 들여 누군가를 조금씩 담아낸다고 양조위는 말한다. “나는 나에게 결점밖에 드러내지 않는다. 왕가위 감독은 훌륭한 관찰자로서 나조차 모르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이런 방식으로 배우들에게서 최고의 모습을 끌어낸다.” 그런가 하면 왕가위 감독에게 있어 양조위는 영원한 젊음이다. “양조위는 본인의 순수함을 잘 간직하고 있다.” 왕가위 감독과 함께 만들어온 양조위 고유의 이미지와 모습을 잘 지켜왔기에, 양조위는 <무간도>에서 새로운 역할에 도전했고 ‘진영인’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홍콩인들의 자주독립 문제를 성공적으로 표현해냈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서 그는 기존에 고수하던 연기 영역을 ‘쑤 웬우’라는 캐릭터를 통해 한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출연자 인터뷰에서, 그는 인생과 영화 경력에 대해 이렇게 묘사했다. “아버지가 가족을 떠났을 때 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능력을 잃었다. 또래 아이들이 아버지와 가족에 대해 입방아를 찧곤 했기에 나는 스트레스를 받았고 친구 만드는 것을 그만둬버렸다.” 엉망이 된 가정에서 성장한 양조위는 아버지 없이 자라며 입게 된 샹치의 상처는 결코 아물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렇지만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웬우는 가족과 본인을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는 악당이 되지만, 양조위는 자신에게 쏟아진 호평으로 아버지의 부재를 메울 수 있었을 것 같다.
아버지의 존재가 사라지게 된다는 것은 본인도 누군가의 아버지가 된다는 뜻이 된다. 양조위는 아이가 없지만 그의 연기 경력은 인생을 다른 방식으로 성장시켰다. 영화에서 그는 아들이자 아버지, 영웅이자 빌런이고 구원자다. 그 모든 것을 보여준 그는, 양조위다.

위의 글은 빅이슈타이완에 실린 글입니다.
빅이슈코리아는 INSP(International Network of Street Papers)의 회원으로서 전 세계의 뉴스를 전합니다.


※ 더 많은 사진과 기사 전문은 매거진 '빅이슈'269호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글. Lang Tian|중국어 번역. Sunny Tseng
영문 번역. 최수연|기사제공. Big issue Tai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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