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유리구슬처럼 보이지만 그렇게 쉽게 깨지진 않을 거야.”
데뷔의 잔상이 워낙 강렬했던 탓일까. 여자친구의 ‘파워 청순’ 콘셉트를 각인한 데뷔곡 ‘유리구슬’ 뮤직비디오에서 처음 만난 소정은 봄을 사람으로 만들면 이런 느낌일까 싶을 정도로 싱그러웠다. 몇 해가 지나 학교를 졸업한 여자친구가 제복을 입은 채 총을 들고, 새빨간 사과를 베어 물고 마녀가 되는 등 청순을 넘어 넓은 스펙트럼을 소화하는 걸 그룹이 된 중심에는 리더 소정이 있었다. 그래서 여자친구가 그룹 활동을 중단하고 각자의 길을 가기로 결정했을 때, 소정은 어떤 마음일지 궁금했다. 그리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온 그를 새봄에 마주했다. 소정은 새 출발을 하는 마음이 그리 담담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두렵고도 설레는, 시작하는 마음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진정 용기 있고 진실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대답이었다. 그 솔직한 마음이 앞으로 소정의 시간을 이끌어주리라.
연기 데뷔작이자 주연을 맡은 <오싹한 동거>의 촬영을 마쳤다고 들었어요. 귀신을 보는 능력이 있어 힘들지만 밝은 성격을 지닌 ‘정세리’를 연기했는데 없는 귀신을 보는 연기는 어땠어요?
대본을 볼 때부터 아무래도 CG 촬영이 많아서 걱정이 많이 됐어요. 데뷔 작품인데 CG 연기를 잘할 수 있을지 걱정되더라고요. 그런데 감독님을 비롯해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셔서 잘 끝낼 수 있었어요. 촬영을 마친 후 많이 쉬었고, 여러 작품의 대본도 보고 연기 레슨을 받으면서 열심히 배우고 있어요.
공개를 앞둔 쇼트폼 드라마 <4분 44초>는 공포 장르예요. 장르물에 관심이 많은가 했어요.
그건 아니에요.(웃음) 공포는 제가 무서워하는 장르인데 작품이 아주 좋아서 선택했어요. 사실 전에는 공포영화를 좋아했는데 혼자 살게 되면서 도저히 못 보겠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는데, 오히려 실제로 겁내고 무서워하다 보니까 조금 더 실감 나게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배우로 전향하면서부터 혼자 살게 된 거죠?
맞아요. 한 9개월밖에 안 됐는데 벌써 익숙해졌어요. 사실 처음에는 참 좋았어요. 아이돌 생활을 하면서 8년 넘게 혼자만의 공간을 가져본 적이 없잖아요. 나만의 공간이 생기니까 친구들을 초대하고 요리도 마음껏 해 먹을 생각에 들떴었는데 막상 혼자 살아보니까 외롭기도 해요. 여자친구 멤버들이랑 살 때는 방에서 나오면 거실에서 누구는 TV를 보고 있고, 누구는 뭘 먹고 있고 언제나 누군가가 함께 있었으니까요. 비 오는 날에는 같이 파전도 부쳐 먹고 그런 재미가 있었거든요. 좋은 추억이 많아서 멤버들이 그리워요.
같이 살다가 따로 살게 되면 사이가 더 애틋해지지 않아요?
엄청 애틋하죠. 비비지(VIVIZ) 친구들은 얼굴만 보면 눈물이 나더라고요.
홀로 활동하는 게 낯설고 외롭지는 않아요?
비비지 친구들이 저를 소비비지라고 불러요.(웃음) 명예 리더라고 말해주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저도 그 애들이랑 같이 있으면 아직도 리더 같다고 느끼긴 해요. 실제로 멤버들이 그렇게 불러주고요. 함께한 시간이 길다 보니까 멤버들이 저에게 그만큼 의지하는 거겠죠. 제가 그동안 여자친구의 리더로서 의견을 조율하고 뭔가 의논할 일이 있으면 얘기하는 역할을 맡았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연기를 시작하고 현장에서 큰 어려움은 없어요. 그때 경험이 소통 능력을 길러준 것 같아요. 하지만 외롭긴 해요. 특히 대기할 때 멤버들이랑 있으면 대화가 끊이지 않았는데, 지금은 혼자 있어야 하잖아요. 같은 생각을 나누는 친구들이랑 틈틈이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어서 행복했던 것 같은데, 그 부분이 없어져서 외로움이 커요.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힘을 주는 존재들이라 빈자리가 큰 거죠.
*이번 기사는 시작하는 마음(2)로 이어집니다.
글. 양수복 | 사진. 박기훈
스타일리스트. 윤지빈ㆍ여민지ㆍ주영숙 | 헤어. 기우 | 메이크업. 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