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성실이 밑천이죠 ― 경복궁역 김성우 빅이슈 판매원 (1)에서 이어집니다.
다시 일하려는 노력도 하셨을 것 같은데요?
왜 안 했겠어요. 노숙하면서도 일거리를 미친 듯이 찾아다녔죠. 내가 모를 뿐이지 어딘가에 내가 할 일거리가 있을 거다 하는 생각으로 열심히 돌아다녔어요. 이렇게 살아선 안 된다고 생각했죠. 일을 안 하면 잉여 인간 아닙니까. 경제활동도 못 하고 나이만 먹어서는 남이 해놓은 거 축내는 삶.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살고 싶었어요. 그런데 돈이 없이 시작할 수 있는 일자리가 거의 없더라고요. 다행히 《빅이슈》 판매에는 단돈 1원도 자본이 안 들어요. 처음 판매를 마음먹으면 회사에서 잡지 열 권을 줘요. 그걸 팔면 내 손에 3만5000원이 생겨요. 그럼 그걸로 또 열 권을 사서 팔고 그렇게 늘려가는 거죠. 가진 거 없이 나이만 많은 저 같은 사람도 도전해볼 수 있는 일이에요. 그래서 시작하게 된 거죠.
경복궁역에서 판매 중이시죠?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특히 많은 역인데요. 그 역에서 판매해서 생기는 특별한 일이 있나요?
서촌 쪽에는 전시장과 갤러리가 많아요. 얼마 전에 스페인 사진작가의 전시가 있었어요. (요시고 사진전이요?) 네 맞아요. 사람들이 전시를 보려고 줄도 길게 서고 굉장히 인기 있는 전시였는데 올해 봄까지 했나 봐요. 전시를 보러 온 사람들이 때마침 요시고의 작품이 표지에 실린 《빅이슈》를 많이 사 갔어요. 특수였죠, 특수.(웃음) 제가 요시고 사진전 혜택을 톡톡히 봤어요. ‘살면서 나한테 이런 일도 있구나.’ 싶었죠. 인생이 이런 쪽에 있어야 하는데, 늘 변두리로만 가 있었네요.(웃음) 그 호 잡지를 많이 사두었어야 하는데 품절이어서 안타까워요. 다음에 이런 일이 또 생기면 오래 많이 팔 수 있도록 잔뜩 사둘 거예요. 이러면서 판매 노하우도 하나씩 늘어가네요.
경복궁역 판매처를 찾아주시는 독자들께 드릴 말씀이 있으세요?
감사하다는 말씀이죠. 토요일과 일요일은 판매처에 서 있으면 (사람들이) 서촌 구경을 많이 와요. 요즘은 관광지 안내도 다 휴대폰으로 보잖아요. 사람들이 지하철역 나오면서 자기 목적지 찾느라고 주위를 둘러보지 않아요. 휴대폰만 들여다보며 출구를 나와요. 그러다가 제 판매대를 차고 갈 때도 많죠. 잡지가 밟히거나 차이면 비닐도 찢어지고 막 그래요. 그래도 싫은 소리를 못 하죠. 그분들도 언젠가 제 독자가 될 수 있으니까 괜찮다고 어서 가시라고 하고 제가 정리하죠. 그럴 땐 좀 속상하지만 그래도 독자들께는 감사한 마음만 있어요. 그러니 화내면 안 되죠.(웃음) 항상 웃는 얼굴로 판매처에 서 있으려고 노력합니다.
앞으로 빅판님은 어떤 삶을 가꾸고 싶으세요?
그동안 세상을 잘 모르고 나만 위해서 살았는데, 이런 처지가 되고 보니 남은 인생은 덤이다 싶어요. 앞으로는 남을 위해 살고 싶어요. 한마음한몸 장기기증센터에 제 장기를 기증하기로 서약했어요. 좋은 일 많이 하고 싶습니다. 제가 요즘 로또 복권을 매주 딱 두 줄씩만 삽니다. 더 많이 샀다가 안 되면 본전 생각날까 봐요.(웃음) 그거 되면 다 기부하고 싶어요. 어려운 사람들을 많이 돕고 싶어요. 세상에는 어려운 사람들이 진짜 많아요.
마지막으로 빅이슈에 바라는 점이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더 소속감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어요. ‘나는 여기 식구다.’ 이런 소속감을요. 빅판을 그만두면 뭐 더 이어지는 끈이 없더라고요. 판매원들도 소속감을 갖고 열성적으로 해야겠지만 회사에서 먼저 베풀어야 해요. 빅판들이 보통 나이 많고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들이잖아요. 회사에서 어떤 조건이나 시스템을 더 잘 만들어서 회사와 더 끈끈해지면 좋겠어요. 저는 여기가 제 마지막 직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을 넘어서 심적으로도 많이 의지해요. 내 마지막을 의지할 수 있는 곳이다 하는 소속감을 느끼고 싶네요.
글. 안덕희
사진. 김상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