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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74 빅이슈

성실이 밑천이죠 ― 경복궁역 김성우 빅이슈 판매원 (1)

2022.05.20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유난히 많이 오가는 경복궁역 2번 출구를 지키는 빅이슈 판매원(이하 빅판)이 있습니다. 휴일도 없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경복궁역에 나와 판매를 이어가는 김성우 빅판입니다. 그의 얼굴에는 성실을 밑천으로 살아온 고단한 삶의 편린이 알알이 박혀 있습니다. 한 치 앞도 모를 인생이 그를 노숙으로까지 이끌었지만, 그는 이제 그 누구보다 편안한 웃음을 지어 보입니다. 《빅이슈》에서 새로이 시작한 이 연재는 빅판들이 살아온 내밀한 이야기를 듣는 코너입니다. 그 첫 주자, 김성우 빅판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빅이슈도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는데요. 빅판님도 판매 부수가 많이 줄었나요?
2022년 기준 최저 시급이 9160원이에요. 그런데 역에 나가서 일곱 시간을 서 있어도 최저 시급도 안 될 때가 많아요. 그럴 땐 마음이 많이 안 좋죠. 저처럼 나이 많은 사람이 길 위에 일곱 시간을 서 있는 게 여간 고된 일이 아니에요. 제가 올해 일흔아홉이거든요.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 연세가 많으시네요?
어쩌다 보니 이 나이가 됐네요.(웃음) 내 나이에 앞으로 다른 직업을 가질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이것으로 끝마쳐야죠. 제 경제활동은 《빅이슈》가 다일 거예요. 이게 내 마지막 직업이다 생각하고 하는 일이에요.

건강은 괜찮으세요?
네, 아직은 괜찮아요. 제가 아침 6시면 기상해요. 가톨릭 신자인데, 일찍 일어나서 기도드리고 묵주신공 바친 다음에 밥해서 먹고 설거지해놓고 씻어요. 그러면 10시 정도 돼요. 그때부터 판매처에 나갈 준비를 하는 거죠. 집에 멍하니 있으면 뭐해요. 이렇게 나와서 일할 데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좋아요. 아직은 건강도 괜찮고요. 다행이죠.

빅이슈 안에서도 손꼽히는 성실한 빅판님이라고 들었어요.
《빅이슈》 뒤쪽에 보면 판매처 안내가 나와요. 거기 보통 오후 6시까지 판매한다고 나와 있는데, 저는 그런 거에 구애받지 않고 밤 10시까지 자리를 지켰어요. 일요일은 물론이고 설날이나 추석에도 단 하루를 안 쉬었어요. 제가 직장 생활할 때도 그랬어요. 제가 좀 꼬장꼬장해요. 열심히 일하고 그 대신 할 말은 다 하고요. 그게 저 자신을 위해서도 좋더라고요. 저는 사람은 일단 성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무슨 일을 하든 열심히 해야지 안 그러면 아무것도 안 돼요.

《빅이슈》를 판매하기 전에 다른 일하실 때에도 성실하셨을 것 같아요.
진짜 열심히 일했어요. 부산에 큰 고무 공장이 있는데, 주로 고무로 운동화 같은 거 만들고 그래요. 거기에 유압, 공압으로 신발 눌러주는 기계가 있는데, 왜 운동화 앞코 같은 데 딱 눌러서 밑창에 붙이고 그러는 거요. 그런 기계 제작해서 납품도 하고 그랬어요. 사업 규모가 꽤 컸죠.

그렇게 큰 사업을 하셨는데 어떤 과정을 거쳐 노숙 생활을 하게 되셨어요?
물론 제 실수도 있겠지만, 세상에는 나쁜 사람들도 있더라고요. 그런 사람은 극소수이긴 하지만 계획적으로 나쁜 마음으로 접근하는 사람은 못 당해요. 기계를 만들어 납품하고 나면 기계 만드는 데 들어간 비용을 갚아야 하는데, 기계는 받고 돈을 안 줘요. 그런 일을 몇 번 당하다 보니 어느새 제가 빚쟁이가 돼 있더라고요. 그러다 노숙까지 하게 된 거죠.

이 글은 성실이 밑천이죠 ― 경복궁역 김성우 빅이슈 판매원 (2)로 이어집니다.

글. 안덕희
사진. 김상준

  • 모자 가족 웅이네의 봄

    지방에서 올라온 홈리스 여성이 갈 곳이 없다며 우리 시설에 전화를 했다. 다섯 살짜리 아이를 동반한 상태였다. 코로나19가 유행하는 요즘 같은 시기에는 선제 검사를 받아야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데, 아이와 함께 있으니 속히 오라고 해서 긴급 보호를 했다. (중략) 아이를 동반한 홈리스 여성이 안전한 거처를 찾는 건 혼자일 때보다 훨씬 더 힘든 일인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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