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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81 컬쳐

음식 FOOD ― 달걀지단을 넣은 온메밀국수

2022.08.28


'맛있는 한 끼는 삶의 기본이다. 때우는 것이 아닌, 정성껏 요리를 하고 찬찬히 음식을 즐기는
그 짧은 시간은 지나치게 빨리 흐르는 삶의 속도를 잡아주는 지렛돌 같은 것이다.'


ⓒ unsplash

"맞아요. 요리를 해서 끼니를 챙기는 건 자신을 사랑하는 시작점인 것 같아요. 그것마저 안 하면 다른 것도 연달아 놓게 되더라고요." 언젠가 밥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을 때, 자취 경력이 상당한 후배 하나가 그런 말을 했더랬다. 지당하신 말씀. 한국인들은 언제나 너무 밥타령이라며 혀를 끌끌대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으나, 정성 들인 요리로 정갈하게 차려낸 밥상을 마주하는 순간만큼 행복한 때도 없을 것이다.

요리는 저녁에 하면 되잖아? 누군가가 되물을 수 있겠다. 허나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너무나 잘 알 것이다. 저녁에 규칙적으로 집밥을 먹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점심은 말할 것도 없다. 그것은 직장 생활의 연장선상이니까. 그런데 아침은 가능하다. 조금만 일찍 일어나고 바지런해진다면, 누구나 정성껏 만든 한 끼를 꾸준히 먹는 것이 가능하다. 아침은 내가 완벽하게 소유할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이니까. 그래서 아침마다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조금 이른 시간, 부스스 일어나 비몽사몽한 표정으로 주방에 선다.

처음 며칠은 쉽지 않았다. 잠이 덜 깬 상태로 요리를 하다가 소금과 설탕의 분량을 착각해 소태를 만들기도 하고, 언젠가는 치울 시간이 없어 싱크대에 그릇을 산처럼 쌓아놓은 채 출근하기도 했다. 어떤 것을 만들지는 항상 고민이었다. 냉장고 채소 칸을 멍하니 들여다보는 날들이 많았다. 결국 몇 가지 기준을 갖기로 했다. 일단 조리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만드는 게 까다롭지 않을 것, 아침에 먹기에 부담스럽지 않을 것, 그리고 맛있을 것. 서당 개 세월이 몇 년이던가. 매거진 푸드 에디터라는 직업을 살려 그간 곁눈질로 엿본 다양한 요리를 시도해보았다. 셰프, 요리연구가, 푸드스타일리스트들이 만들던 담백한 요리들을 떠올렸다. 애프터눈티에 곁들이는 오이 샌드위치나, 간단히 쯔유를 부어 달걀지단을 올려 먹는 온메밀소바는 생각 외로 근사한 아침이 됐다. 오이와 달걀, 당근만으로 김밥을 싸거나, 한가한 날에는 갈레트 같은 것을 굽기도 했다. 스페인의 냉수프 가스파초는 불을 뗄 필요도 없는 초간단 요리다. 믹서에 토마토와 파프리카, 오이와 소금, 후추를 넣고 간 뒤에 올리브유를 뿌려 먹는다. 간단하지만 맛은 꽤나 고급스럽다. '비건 레시피' 같은 키워드로 인터넷을 검색해보시라. 아침에 부담 없이 먹을 만한 간단하고도 건강한 레시피가 수두룩하다.

ⓒ unsplash

어쩔 땐 같은 요리를 며칠씩 반복하는 때도 있었다. 오기가 생겨서 그랬다. 특히 달걀로 만든 모든 요리는 생각보다 완성도를 높이는 게 쉽지 않았다. 어느 셰프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요리가 '달걀 요리'라는 말도 했는데, 그만큼 섬세한 식재료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달걀지단과 달걀말이, 달걀찜은 매일의 연구 대상이었다. 갓 태어난 아이를 다루듯 달걀을 만졌다. 분명 같은 레시피를 구현하는데도 매일 다른 맛이 나는 것은 참 신기한 일이다. 맛이 발전할 때는 참으로 흡족했지만, 방심하며 레시피에서 크게 벗어나는 날에는 미끄러지듯 저하된 맛을 삼켜야 했다. 아침 댓바람부터 요리가 아닌 철학을 공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날도 있었다.

가끔은 나가서 잘 차려진 근사한 아침을 사 먹어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른 아침부터 식사 할 수 있는 곳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다. 이른 아침부터 문을 여는 곳은 모 호주식 레스토랑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메뉴 선택의 폭도 크지 않다. 24시간 운영하는 해장국집을 제외하고는, 아침밥으로 가장 대중적인 메뉴는 '아메리칸 브랙퍼스트' 정도가 아닐까. 스크램블 에그와 소시지, 콩, 약간의 채소로 구성된 그 한 접시 말이다. 자본주의 냄새가 솔솔 풍기는 그 맛. 이것은 공급보다는 수요의 문제가 아닐까 싶은데, 아무래도 아침에 느긋하게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이 적어서 그럴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숨 가쁘게 살아가는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증하는 것은 아닐까.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만든 니수아즈 샐러드를 씹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앞으로도 더욱 꾸준히 아침을 먹을 생각이다. 그렇게 나름의 경험치가 쌓이면, 아침을 더욱 잘 즐길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나의 삶을 윤택하게 해줄 것만 같다. 밤의 시간을 만끽하던 어린 시절의 나도 좋았다. 하지만 기왕 주어진 삶, 좀 더 건강하고 반짝이게 살고 싶다. 그래서 요즘엔 아침마다 요리를 한다. 커피 한 잔을 내리고, 갓 만든 샌드위치를 한 입 크게 베어 문다. 아, 참 맛있다.

달걀지단을 넣은 온메밀국수

달걀지단을 면처럼 얇게 썰어 메밀면과 함께 먹는 요리예요. 육수를 내고 난 다시마는 버리기 아까워서 항상 짭조름하게 졸여 고명으로 올려요. 시판 쯔유를 사용하면 조리 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한 그릇 먹으면 든든하게 하루를 시작하기에 딱이죠.

재료(1인분) 달걀 3개, 메밀면 1인분, 물 3컵, 다시마 1장(10X10cm), 쯔유 2/3컵, 간장 2큰술,
설탕·올리고당 1/2큰술씩, 다진 쪽파 2큰술, 식용류 적당량, 소금 약간

만들기
1. 볼에 달걀과 소금을 넣고 휘저은 뒤 체에 걸려 알끈을 제거한다. 식용유를 두른 팬에 달걀을 넣고 부쳐 지단을 만든다.
2. 끓는 물에 메밀면을 넣고 끓인다. 찬물에 헹궈 체에 받친다.
3. 냄비에 물을 붓고 다시마를 넣은 뒤 물이 끓기 시작하면 다시마를 뺀다. 쯔유를 넣고 한소끔 끓여 육수를 만든다.
4. 다른 냄비에 다시마와 소량의 물을 넣은 뒤 간장과 설탕, 올리고당을 넣고 조린다. 식힌 뒤 가늘게 채썬다.
5. 볼에 메밀면을 넣고 육수를 부은 뒤 달걀지단과 다시마, 다진 쪽파를 올린다.


Writer·photographer 문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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