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튜브 채널 ‘리춘수’
11월, 그깟 공놀이의 계절이 돌아왔다. 여기서 그깟 공놀이는 축구다.(보통 야구에 더 많이 쓰는 표현이긴 하지만, 공놀이는 공놀이니까) 언제부터 11월이 축구의 계절이었냐고 묻는다면, 바로 올해부터다.
카타르 월드컵이 올해 11월 중순부터 12월 중순까지 열린다. 결승전이 있는 12월 18일은 카타르 건국일이다. 통상적으로 월드컵은 6월에 열렸지만 카타르가 위치한 중동 지역은 그때 축구를 했다간 선수들이 단체로 저세상에 가는 수가 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11월로 미뤄졌다. 카타르는 유치 당시 전 경기를 돔구장에서 진행하고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 일정을 맞추겠다고 했지만… 뭐, 모든 선거가 그렇듯이 일단 당선되는 게 중요하니 공략 남발한 거지. 참고로 한국도 20년 만에 다시 개최하겠다고 달려들었다가 떨어졌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11월에는 축구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많은 이들이 축구를 좋아하면서도 동시에 그깟 공놀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축구는 공놀이긴 한데, 세계에서 가장 큰 공놀이다. 그래서 종종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 축구에 져서 정권이 바뀐 적도 있고, 누군가가 암살된 적도 있고, 심지어 전쟁이 일어난 적도 있다. 여기서 언급한 사건은 대부분 축구에 열정적인 라틴 아메리카에서 벌어졌지만, 한국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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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국이 월드컵을 유치하고 무려 4강에 오른 이후, 대한축구협회 회장이었던 정몽준의 인기는 급작스럽게 치솟아 올라 청와대 문 앞까지 갔다. 지지율이 1, 2당 후보를 넘어설 정도가 되었고, 민주당 국회의원들 중 일부는 이미 뽑혀 있던 자당 후보인 노무현을 내팽개치고 정몽준으로 후보를 교체하려고까지 했다.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아주 근소한 차이로 밀려 대통령이 되진 못했지만, 정몽준은 한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3 후보로 남았다. 한국 대표팀이 4강이 아니라 준우승만 했어도 그는 대통령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어느 국가가 미개하니, 그깟 공놀이 가지고 정치를 하는 게 말이 되느니 하면서 험담을 하진 말자. 우리가 그랬으니까. 원래 열정이란 좋든 나쁘든 예상하지 못한 곳으로 우리를 끌고 가게 마련이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의 성적은 어떨까? 16강에 오를 수 있을까? 16강을 넘어 ‘AGAIN 2002’를 이뤄낼 수 있을까? 대다수 전문가들은 그 가능성을 그리 높게 보진 않는 것 같다. 하지만 2002년에도 우리나라가 4강에 갈 것이라 예측한 전문가는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설혹 한국 대표팀이 여느 때처럼 성과를 못 내더라도 월드컵은 즐거운 축제다. 한국의 출전 여부와 무관하게 이렇게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은 4년에 한 번뿐이다. 나 같은 경우는 본선 경기를 최대한 모두 보려고 노력한다. 시간이 없어 경기를 다 보기 어려운 분들에게 팁을 주자면 월드컵은 16강 이상보다는 조별 게임에서 명경기가 더 많이 나온다. 16강부터는 데스매치다 보니 아무래도 수비적인 전략을 펼치기 때문에 화끈한 게임을 보기 힘들다. 문제는 16강 이상부터는 게임이 재밌든 재미없든 중요성 때문에 무조건 봐야 한다는 거지만. 결국 다 봐야 하는 건가.2002년 한국이 월드컵을 유치하고 무려 4강에 오른 이후, 대한축구협회 회장이었던 정몽준의 인기는 급작스럽게 치솟아 올라 청와대 문 앞까지 갔다. 지지율이 1, 2당 후보를 넘어설 정도가 되었고, 민주당 국회의원들 중 일부는 이미 뽑혀 있던 자당 후보인 노무현을 내팽개치고 정몽준으로 후보를 교체하려고까지 했다.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아주 근소한 차이로 밀려 대통령이 되진 못했지만, 정몽준은 한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3 후보로 남았다. 한국 대표팀이 4강이 아니라 준우승만 했어도 그는 대통령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어느 국가가 미개하니, 그깟 공놀이 가지고 정치를 하는 게 말이 되느니 하면서 험담을 하진 말자. 우리가 그랬으니까. 원래 열정이란 좋든 나쁘든 예상하지 못한 곳으로 우리를 끌고 가게 마련이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의 성적은 어떨까? 16강에 오를 수 있을까? 16강을 넘어 ‘AGAIN 2002’를 이뤄낼 수 있을까? 대다수 전문가들은 그 가능성을 그리 높게 보진 않는 것 같다. 하지만 2002년에도 우리나라가 4강에 갈 것이라 예측한 전문가는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설혹 한국 대표팀이 여느 때처럼 성과를 못 내더라도 월드컵은 즐거운 축제다. 한국의 출전 여부와 무관하게 이렇게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은 4년에 한 번뿐이다. 나 같은 경우는 본선 경기를 최대한 모두 보려고 노력한다. 시간이 없어 경기를 다 보기 어려운 분들에게 팁을 주자면 월드컵은 16강 이상보다는 조별 게임에서 명경기가 더 많이 나온다. 16강부터는 데스매치다 보니 아무래도 수비적인 전략을 펼치기 때문에 화끈한 게임을 보기 힘들다. 문제는 16강 이상부터는 게임이 재밌든 재미없든 중요성 때문에 무조건 봐야 한다는 거지만. 결국 다 봐야 하는 건가.
노장은 죽지 않는다. 추억보정을 받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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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놀이의 달을 맞이하여 추천하는 이달의 콘텐츠는 ‘리춘수’다. 어디 중국 동포의 이름처럼 들리지만, 은퇴한 축구 선수 이천수의 유튜브 채널이다. 이름이 왜 이천수가 아니라 리춘수인지는 유튜브를 보면 알 수 있다. 아마 당신은 이천수 하면 경기 도중 상대 선수의 머리를 걷어찬 것, 심판에게 ‘주먹감자’를 날린 것, 혹은 전 세계에서 가장 못생긴 축구 선수 2위에 뽑힌 것 정도를 떠올릴 텐데, 사실 이천수는 한국 축구 역사상 손에 꼽힐 정도의 선수다. 그런 그가 과거를 회상하고 동시에 축구계의 현재를 꼬집는 콘텐츠를 만든다… 고 하면 너무 식상한 설명이고, 이 채널은 그냥 재밌다.
인기 코너인 ‘이런 심판’은 현직 심판을 불러와 이천수가 선수 시절 벌인 레전드 반칙을 관찰하고, 이천수가 직접 심판 자격증을 따 심판을 보는 일종의 역지사지 콘텐츠다. 메인 코너라 할 수 있는 ‘명보야 밥 먹자’는 2002년 당시 히딩크 감독의 지시로 막내였던 이천수가 당시 최고참이자 주장이던 홍명보 선수 앞에서 했던 말을 그대로 딴 프로그램으로, 선후배 간 야자타임 콘셉트로 진행된다. 한때의 전설들이 하는 솔직한 이야기가 재미없을 수 있겠냐고. 축구계의 고참인 만큼 현재 축구계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도 돋보인다.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아마 가장 정확한 평가를 하지 않을까 기대 중이다.
이천수 외에도 몇몇 선수들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지만, 이천수 채널이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다. 아마도 그건 이천수가 가진 캐릭터 때문일 것이다. 악동이 시간이라는 변화를 만나 빚어내는 이야기는 방송을 풍요롭게 만든다. 이천수는 한결 여유로워 보인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솔직한 것은 콘텐츠의 가장 강력한 힘이다. 더 큰 변화는 우리들에게 있다. 나처럼 선수 시절 이천수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안티’가 더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시청자들은 같은 행동을 해도 이천수가 현역이던 시절보다 유튜버인 지금을 훨씬 너그럽게 바라본다. 리춘수가 재밌는 이유는 우리 역시 함께 나이가 들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노장은 죽지 않는다. 다만 추억보정이 될 뿐이다.
유튜브 게시물에 달린 댓글로 소개 글을 마무리할까 한다. “은퇴한 이천수가 왜 이리 좋을까요? 선수 때는 싫었는데.”
추천 콘텐츠
플랫폼: YouTube
채널명: 리춘수[이천수]
구독자: 32.7만(10월 12일 기준)
포인트
이미지 변신: ★★★★
개그감: ★★★
추억팔이: ★★★☆
글. 오후
이미지. 유튜브 채널 ‘리춘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