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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86 컬쳐

간판을 닦듯이, 케이크 디아망

2022.11.15

ⓒ unsplash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진화인류학자 브라이언 헤어와 버네사 우즈가 지은 책으로, ‘적자생존’이 아닌 교류와 협력, 즉 친화력을 모두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생존의 비결로 제시한다. 나에게 구체적인 생명과학 지식은 없지만, 트위터 ‘케이크디아망’ 계정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자연스레 이 책이 생각났다.

‘케이크디아망’은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작은 베이커리다. 타르트, 쿠키, 마들렌, 스콘 등 다양한 구움과자를 판다. 매일 맛있는 과자를 구워내기 바쁜 기능장과 베이커리를 사랑하는 직원들이 있다. 트위터 타임라인을 읽기만 해도 복닥복닥한 빵집에 있는 듯하고, <꿈빛 파티시엘>의 요정들의 모습도 떠오른다.

ⓒ unsplash

내가 케이크디아망을 기억하게 된 건 훌륭하다고 알려진 과자의 맛 때문이 아니라 이 계정의 트윗 덕분이다.(구매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맛보는 건 나중으로 미루기로 마음을 비웠다.) 트위터 관리자인 직원이 가게에서 나눈 대화나 과자에 대한 에피소드를 주로 업로드하는데, 그 이야기의 구석구석에서 고객을 대하는 꼼꼼함과 붙임성, 어려운 일이 생기면 협동해서 해결하는 지혜를 느낀다. 기능장님의 기분에 따라 자세가 바뀌는 귀여운 고양이 모양 쿠키나 재료가 가득 들어간 파이, 마들렌의 표면에 새겨진 굴곡을 감상하는 재미도 있다.

매일 가게 문을 열고, 케이크를 굽고, 고객들의 문의 사항에 답변하는 직원들의 마음을 상상해본다. 케이크디아망의 트위터 계정에 올라오는 소박하고 재미있는 말들은 보는 사람들을 한순간이라도 더 다정하게 만드는 힘을 가졌다. 과자만큼이나 따뜻하고 고소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이 계정 관리자의 마음이 매일 가게 간판을 반질반질 윤이 나게 닦는 마음과 같다고 생각했다.


글. 황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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