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방송화면
SBS 스페셜 <방 탈출 프로젝트, 곰손카페>(곰손카페)에 등장한 카페는 작은 창문으로 곰손 모양 장갑을 낀 손이 주문을 받고, 계산을 하고 커피를 내준다. 직원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자신을 가치 없는 존재라고 생각해왔거나, 1년 이상 일정한 범위의 공간을 벗어나지 않은 경우. 혹은 타인과의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겪어 은둔했던 이들. 중국 상하이의 ‘HINICHIJOU’와 오사카 ‘쿠마노테카페’에서 은둔형 외톨이로 불리는 ‘히키코모리’에게 외부와 교감할 기회를 주기 위해 운영되는 카페를 벤치마킹한 형태다. 곰손카페는 은둔 고립자에게 ‘경력자’라는 칭호를 부여한다.
각자의 이유로 은둔과 고립을 경험한 모카, 자몽, 우리, 민발 네 사람은 이 카페의 직원이 된다. 틀려도 상관없고, 실수해도 괜찮다는 게 운영 모토다. 카페 사장 ‘최준’을 연기한 개그맨 김해준은 긍정적인 말을 주로 하는 자신의 캐릭터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 기획에 참여한다. 코믹한 캐릭터의 긍정적이고 따뜻한 화법은 은둔 경력자와 세상을 연결하는 통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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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과 고립 청년을 위한 온라인 소통 플랫폼, ‘두더지땅굴’의 소개 페이지엔 이런 문구가 있다. 두더지는 땅속에서 홀로 생활하지만, 가끔 밖으로 나온다고. 세상으로부터 잠시 도피하고 싶거나,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가고 싶어 숨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서로에게 안부를 묻자고 말이다. 이곳에서 은둔 고립자를 위해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비슷한 처지의 청년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듯 곰손카페가 지금 어딘가에서 살아가는 은둔 경력자에게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으리란 기대를 품게 한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은둔 고립자를 실패자, 무경력자로 부를지도 모른다. 곰손카페 직원들은 은둔하는 동안 가장 스스로를 괴롭혔던 생각이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의심’이었다고 말한다. 한두 푼이라도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무가치한 일로 여겨지는 세상에서 이들의 시간은 어렵고도 고달프다. 그럼에도 곰손카페의 네 직원은 자신을 부정하지 않고 은둔과 고립을 역사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선택했고, ‘곰손’을 세상에 내밀었다. 보통 이것을 용기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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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소연
사진. SBS 방송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