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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87

유치원에 간 채식주의자 (2)

2022.11.26


빅이슈코리아는 INSP(International Network of Street Papers)의 회원으로서 전 세계의 뉴스를 전합니다.

이 글은 '유치원에 간 채식주의자 (2)'로 이어집니다.

ⓒ INSP.ngo

그렇게 유치원 생활을 이어가던 어느 날, 우리 부부는 세르비아 아동복지 장관이 발표한 성명서를 접하게 되었다. 유치원에서 균형 잡힌 식사를 제공할 수 없다면 채식주의자들은 자신의 음식을 직접 준비해 올 권리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성명서의 내용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성과를 얻을 수 없었다. 각 유치원의 세부 방침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른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결론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던 사실에 우리는 또 한 번 크게 놀랐다. 세르비아는 동방정교 국가이기 때문에 무슬림을 비롯한 다른 교파들도 종교를 이유로 특수식을 요청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내 생각에 국교로 이야기하자면 세르비아는 세속국가라고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남편과 나는 좌절하며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도움을 구할 수 있을 만한 사람의 이메일 주소를 발견했고, 그 사람은 ‘평등수호위원장’(the Equality Protection Commissioner)이었다. 한 달 후 우리는 회신을 받았다. 위원장이 우리가 문제 제기한 사항이 왜 거절되었는지 답변을 달라는 협조 요청문을 딸아이의 유치원에 발송했다는 내용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유치원 실무자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고, 약속 장소에서는 유치원의 영양사, 부원장, 대표 간호사가 우리를 맞아주었다. 유치원 각 부서의 담당자가 모두 참석한 것이다! 유치원 측 관계자들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주며 여러 대안을 제시했다. 이르면 다음 월요일부터 우리는 아이들에게 집에서 만든 음식을 싸서 보내도 된다는 동의를 얻을 수 있었다.

ⓒ INSP.ngo

엄마로서, 그리고 한 명의 시민으로서 가장 좌절을 느꼈던 것은 초반에 시의회에서 들었던 이야기 때문이었다. 당시에 우리 부부는 이 문제에 관해 이루어낸 것이 아무것도 없었음에도, 우리보다 먼저 유치원에서의 아이 식사 문제에 대해 똑같은 요구를 했던 사람들보다 그나마 가장 많은 진전을 보였다는 것이다. 앞서 문제를 제기했던 부모들은 대부분 유치원 입학 전 상담에서부터 포기했다. 하지만 2018년, 건강 혹은 종교적 이유로 일정 음식을 먹지 않는 아이들을 위해 영양사가 특별식을 마련하거나 부모가 해당 자녀를 위해 집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것에 유치원 측이 동의할 것을 요구하는 새로운 지침이 발표되었다. 이 지침에서 채식주의에 대한 언급이 없었기 때문에 일부 부모들은 자녀들의 식사에 관한 요구사항을 반영하려면 종교적 이유를 언급하고 종교단체에서 발행한 확인서를 제출해야만 했다.(행정 편의를 위해 채식주의를 종교로 여겨야 하는 것일까? 가끔 의문이 든다)

집 안에서만이 아니라 바깥세상에서도 채식주의를 실천할 권리가 있다. 모든 사람들이 동등하게 대우받아야 하는 시설에서는 특히 그렇다. 우리 부부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비록 아이들이 친구들과 조금 다르더라도, 그 다름으로 인해 차별받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우리 아이들을 대신해 선택을 이어나가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우리 딸들은 현재 유치원을 졸업했고 학교에 다니고 있다. 그리고 아이들의 음식은 우리가 직접 준비한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알지만, 하나하나 이겨낼 수 있다고 믿는다.

빅이슈코리아는 INSP(International Network of Street Papers)의 회원으로서 전 세계의 뉴스를 전합니다.


글 Sandra Djuric Milinov
일러스트 Jovana Cosic
세르비아어 번역 Marijana Rakic
영문번역 번역협동조합
기사제공 INSP.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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