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망원동에 위치한 ‘솜솜뜨개’ 쇼룸은 니터들의 사랑방이다. 다양한 실과 그 실로 만든 견본 의류를 보고 만질 수 있을 뿐 아니라, 뜨개질에 푹 빠진 사람들끼리 만날 수 있는 장이다. 곧 인근으로 확장 이전해 니터들이 대화하며 함께 뜨개질할 수 있는 더 따뜻한 공간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이곳의 실을 보면 누구라도 마음이 둥실 떠오르지 않을까. 솜솜뜨개의 성지현 대표와 이 공간에서 실과 실 사이의 감촉을, 사람들의 뜨개 이야기를 사랑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 솜솜뜨개
솜솜뜨개’와 쇼룸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30대 딸인 제가 50대 엄마와 함께 운영하는 쇼룸이에요. ‘솜솜’은 제 반려묘 이름인데, 솜솜이 털처럼 따뜻한 상점을 만들고 싶어 이런 이름을 지었어요. 국내외 섬유 회사와 협업해 색상을 저희가 선택하고, 니터들이 원하는 다양한 굵기의 실을 직접 제작해 팔고 있어요. 곧 더 넓은 장소로 이사하면 뜨개질 강의도 진행할 예정이에요.
뜨개질은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왜 그럴 때가 있잖아요. 20대 때 일이 잘 풀리지 않고 머릿속은 복잡한 시기가 있었어요. 스펙 같은 거 생각 안 하고 집중할 수 있는 취미를 가지고 싶더군요. 제가 니트를 워낙 좋아해 조금씩 모았거든요. 직접 뜬 옷을 입고 여행하는 유튜버를 보면서 나도 한번 해볼까 하고 생각하게 됐어요. 이후 유튜브 채널을 보며 뜨개질을 배웠고요. 처음에 목도리를 만들었는데, 감촉과 따뜻한 색감이 좋아 이후 조끼나 스웨터 같은 걸 하나둘 뜨다 보니까 이렇게 푹 빠지게 됐어요.(웃음)
뜨개실을 보면 톤이 비슷하면서도 색이 제각각 다른 것이 재미있어요. 지현 님이 가장 좋아하는 실이 무언지 궁금합니다.
솜솜뜨개에서 파는 실 중에 ‘프빌’이라는 제품이 있어요. 요즘 그 제품의 베이비 블루 색상에 애정이 가요. 알파카를 혼방한 실이라 세탁하면 실 자체의 뽀송하고 몽글몽글한 느낌이 살아나요. 프빌 특유의 느낌과 사랑스러운 베이비 블루 색상이 참 잘 어울리죠.
니터들이 SNS 댓글로 솜솜뜨개에 들어온 실의 이름을 지어주는 광경도 재미있어요.
솜솜뜨개를 운영하기 전에 프로그램 개발자로 일했어요. 코딩을 하다 보면 이름을 지을 일이 많아요. 코드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보기 쉽게 이름을 붙이는 게 중요하거든요. 뜨개실은 보통 앙고라, 알파카 등 소재 그대로 부르는데, 새로운 이름을 붙여주기가 어렵더라고요. 고민하다가 니터들이 어울리는 이름을 지어주실 것 같아 SNS로 여쭤보게 됐어요. 솜솜뜨개의 제품 이름은 대부분 니터들이 지어주셨어요.

ⓒ 솜솜뜨개
뜨개질 초보자는 많은 실 중 무엇을 골라야 할지 망설여질 것 같아요. 나와 잘 맞는 실을 고르는 방법이 있을까요?
많은 분이 뜨개질 초반에 색깔을 보고 실을 결정하는데, 저는 초보일수록 소재를 중요하게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색이 예뻐 샀다가 막상 완성하고 나서 실의 소재 때문에 잘 안 입게 되는 경우가 있거든요. 예를 들어 알파카나 앙고라는 털 자체가 길어 피부가 예민한 분은 간지러울 수 있어요. 모헤어는 뜨개질할 때 털이 날려 비염이 있는 분은 피하는 편이 안전하고요.
지현 님은 요즘 무얼 뜨고 있나요?
요즘 유튜버 샬라 님의 ‘올리 카디건’을 뜨고 있는데, 꽈배기 무늬가 깔끔하게 들어가 있어요. 유행하는 칼라 달린 카디건에 일명 떡볶이 단추라고 부르는 토글이 달려 있어 더욱 마음에 들어요. 이제 소매 부분을 뜨면 돼서 무한 메리야스뜨기(겉뜨기) 중이에요. 니터들이 항상 고비로 꼽는 단계입니다.(웃음)
어느 한 가지를 뜨다가 다른 것을 뜨는 경우도 많은가요?
엄청 많아요.(웃음) 니터들끼리 그런 경우를 문어발이라고 하거든요. 뜨개질 중인 아이템이 되게 많다는 뜻이에요. 무한 메리야스뜨기 부분이 지루하거나 다른 도안이 눈에 띄거나 이유는 다양해요. 보통 소매 부분을 뜨다가 잠시 멈추고 다른 것을 뜨다가 다시 돌아와요.
최근 ‘뜨개구리’가 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취미로서 뜨개질이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뜨개질 숍 운영자로서 어떠세요?
뜨개질로 만드는 아이템이 지금처럼 SNS 피드를 도배할 정도로 유행한 적이 없었어요. 뜨개구리와 함께 자이언트 얀 백도 인기를 끌더라고요. 저희 쇼룸을 찾는 손님들도 배울 수 없는지 물어보시고요. 불과 5년 전쯤만 해도 뜨개질이라는 취미가 진입 장벽이 높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모두가 좋아하고 시작할 수 있는 취미 생활이 된 것 같아요.

ⓒ 솜솜뜨개
예전과 달라진 뜨개질 트렌드를 느끼시나요?
과거에는 뜨개질 하면 대체로 어머니 세대의 취미 생활로 다가온 것 같아요. 배우기도 좀 어려웠죠. 지금은 유튜브라는 유용한 플랫폼이 생겼잖아요. 10~20대들이 좋아할 만한 심플한 디자인의 도안도 많아졌고요. 크게 어렵지도 않아 폭넓은 연령대에서 뜨개질을 시도하고, 애정을 갖게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엄마와 딸이 함께 할 수 있는 취미 생활로 발전했다고 할까요? 저도 제가 먼저 뜨개질을 배워 엄마에게 가르쳐드렸어요. 그런데 어느새 어머니가 전문가 과정을 밟고 계세요. 저희 쇼룸에도 모녀가 함께 방문하는 경우가 많아요.
뜨개실을 구비하는 특별한 기준이 있나요?
색감과 촉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뜨개질은 아주 많은 시간을 실과 함께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실의 소재가 아무리 좋아도 뜨는 사람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뜨개질하는 내내 아쉬울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니터들 사이에서 ‘뜨는 맛’이라고 일컫는 개념도 중요해요. 이건 실의 촉감과 연관이 있는데, 촉감이 좋지 않으면 실을 한 코씩 넘길 때 어쩐지 만족스럽지 않거든요.
지난해 11월에 니터들이 함께 목도리를 떠서 취약 계층 노인들에게 기부하는 행사도 진행했죠?
니터들 중에는 무언가를 완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뜨는 과정을 재밌어하는 분이 많거든요. 솜솜뜨개에서 뜨개질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은 마음과 니터들의 즐거움을 결합하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50명이 참여하셨는데 선착순으로 3분 만에 신청이 마감됐어요. 솜솜뜨개에서 실을 제공하고 니터들이 작업하는 방식이었고요. 목도리가 어느 정도로 돌아올지 걱정했는데, 50명이 70개 정도의 목도리를 떠주셨어요. 디자인이 각각 다른 목도리를 보니 즐거웠고, 노인복지관에서도 좋아해주셔서 뿌듯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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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 숍은 다양한 소재의 총천연색 실 덕분에 누구나 마음이 넉넉해지는 공간 같아요. 니터들이 계속 찾게 되는 솜솜뜨개의 특별한 점은 뭘까요?
실의 따뜻한 색감을 꼽고 싶어요. 강렬한 색보다는 눈이 편안한 파스텔 톤 실을 자주 소개하거든요. 사실 실을 직접 볼 수 있는 공간이 많지는 않아요. 솜솜뜨개에선 실을 눈으로 보고, 그 실로 작업한 작품을 볼 수 있어서 많이 찾아주시는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니터 사이의 특별한 문화나 관습이 있을까요?
함께 뜨개질을 한다는 의미의 ‘함뜨’가 활발해요. 니터들이 공통 디자인이나 주제를 정해 뜨개질을 하는 걸 말하는데, 요즘에는 주로 SNS를 통해 진행해요. 신기하게도 나이나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아주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오직 뜨개질 얘기만 해요.(웃음) 뜨고 있는 작품을 보면서 서로 칭찬도 하고요.
빠르고 간단한 것이 각광받는 시대에 손으로 직접 해내야 하는 뜨개질이 특별하게 다가와요. 지현 님이 생각하는 뜨개질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원하는 색과 소재를 스스로 선택하고, 내 몸에 딱 맞는 사이즈로 한 코씩 완성할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매력 같아요. 물론 뜨는 과정에서 잘못 뜨기도 하고, 그럼 풀어서 다시 떠야 하고(웃음) 겉뜨기를 할 때는 지루하기도 하지만요. 저는 뜨개질할 때 나무 바늘이 서로 부딪어 사각거리는 소리가 참 좋더라고요. 어렵고 지루한 과정을 반복한 끝에 나만의 옷이 만들어지는 성취감이 크다고 느껴요.
이 추운 계절에 많은 분에게 권하고 싶은 뜨개질 도안이나 아이템이 혹시 있나요?
쿠키더니터 님의 집업 스웨터를 추천해요. 이 디자인은 실을 이리저리 조합해 스트라이프 같은 무늬를 넣어 뜰 수도 있거든요. 핏이 참 예쁘기도 하고요. 기존 도안에 나만의 디자인을 가미할 수 있는 재미있는 도안이라 추천하고 싶어요.
글. 황소연
사진제공. 솜솜뜨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