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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91 커버스토리

작가 ○○○ ― 이상하고 유쾌한 농담 (1)

2023.01.18


'

○○○ 작가의 작품들은 익숙하고 낯설다. 눈에 익은 도트와 픽셀이 만들어낸 선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대사가 더해지면서 그의 네 컷 만화는 잊을 수 없는 농담으로 남는다. 발단과 전개, 펀치라인과 같은 유머를 블록처럼 조합해내는 만화를 한 번만 보는 건 아쉬운 일이다. 그는 네 컷 만화 모음집인 <무슨 만화>와 <어떤 만화>뿐 아니라 최근 에세이 <골목 방랑기>를 통해 현실 세계의 길에서 목격한 수상하고 재미난 풍경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기도 했다.

작가로서의 활동명 ‘○○○’을 어떤 식으로 불러도 좋다는 ○○○ 작가와 함께, 그림을 작업하면서 느낀 것들, 재미를 그려내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의 머릿속을 잠시 지나쳐간 짧고 썰렁한 이야기들이 꼼꼼한 픽셀 아트로 탄생하길 기대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


ⓒ 그림제공. ○○○

최근 <골목 방랑기> 내셨어요. 길을 구성하는 간판과 사물 다양한 요소를 작가님만의 시각으로 탐험하신 재미있어요. 평소에도 관찰을 좋아하시는 편인가요?
늘 좋아합니다. 일종의 습관인 것 같기도 해요. 주변의 미술 하는 친구들도 저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을 보면 관찰력이 그림 그리기 등을 하는 데에 보편적 소양인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습관이 되었나 싶습니다. 그렇지만 애초에 흥미 있는 쪽이 아니면 그렇게 집요하게 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취미로서 좋아한다기보다 습성에 가깝겠네요.

○○○ 작가님 하면 익명의 인물들과 개그와 비꼬기가 담긴 만화가 자연스레 떠올라요. 이야기를 컷으로 압축하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뭔가요?
성격상 일부 염세적인 시선이 반영되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지만, 어떤 대상을 일부러 비꼰다고 생각하며 그리지는 않아요. 제 만화로 상처입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합니다. 제가 그리는 내용이 항상 평화로울 수는 없는 만큼, 대상을 특정하거나 한정 짓지 않으려고 하고요. 등장인물들과 화자의 익명성이 영원히 유지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압축하는 과정에서 내용 전달력이나 유머도 물론 중요하지만, 앞서 말한 지점이 제게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등장인물들의 색상이 늘 바뀌고, 매 화 다른 사람이라는 설정도 있어요.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이런 스타일의 만화를 그리면서 지키고 싶은 최소한의 장치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하면 작가인 저와 작업물 사이에 어느 정도 거리가 유지되는 기분이 들어요. 언제나 만화와 가능한 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싶거든요. 데면데면한 사이처럼요. 물론 특정 목적이 있거나 사회적인 영향을 기대하고 그리는 만화라면 상황에 맞게 화자나 등장인물을 특정해두기도 합니다. 의뢰를 받아 연재했거나 그간 작업한 만화들이 주로 그렇습니다.

ⓒ 그림제공. ○○○

조소를 전공하셨고, 이후 픽셀의 선을 두드러지게 작업하는 것에 빠지셨다고 알고 있어요. 2016년부터 픽셀 만화를 그리셨는데, 예전과 지금을 비교할 작업 방식이나 표현에 있어서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당시에는 일부러 더 날것처럼 표현을 거칠게 했던 기억이나요. 선 정리도 잘 안 하고, 삐뚤게 그려진 그대로 내놓으려고 애썼었는데 지금은 무의식중에 더 정돈된 그림을 만들려고 하다 보니 그때의 감성(?)을 조금 잃어버린 것 같아요. 작업 방식은 마우스와 일반 태블릿으로 하다가 지금은 아이패드 같은 액정 태블릿으로 옮겨갔습니다. 과정의 큰 틀은 달라진 것이 없지만, 확실히 빨라진 게 느껴져요.

가이드라인에 따라 작업하는 아니라고도 말씀하셨는데요. 컬래버레이션 작업도 많이 하시는데, 여전히 정해진 작업 규칙이나 진행 과정은 없는 편인가요?
큰 틀에서의 작업 루틴은 아마 일률적인 경향성이 있겠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번 작업 과정은 조금씩 다릅니다. 중간에 엎는 경우도 많고요. 과정은 정말 중구난방에 가까워요. 그래도 정해진 규칙이 있다면, 만화는 대사를 먼저 쓰기, 외주 작업의 경우 마감과 중간마감 나누기, 마감 시간 지키기, 연락 잘 받기 등 기본적인 것들이 조금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단행본을 여러 권 마감했는데 외주와 다르게 책 원고 마감은 저 스스로 유동적으로 조절이 가능한 영역이다 보니 지키기 어렵더라고요. 제가 여태 지켜온 규칙이 전부 무너진 기분이 들었어요. 그런데도 속도는 안 나고, 내용은 떠오르지 않고… 그런 상황들이 정말 속수무책으로 느껴져서 괴로웠어요.

'이 글은 '작가 ○○○ ― 이상하고 유쾌한 농담 (2)'로 이어집니다.'


글. 황소연
그림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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