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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91

미소포니아, 소리가 혐오로 다가올 때 (1)

2023.01.24


'미소포니아(misophonia)는 특정 소리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증상을 말한다. 선택적 소음 과민 증후군 또는 청각 과민증이라고도 부른다.(네이버 시사상식사전) 누군가가 주위에서 음식을 쩝쩝거리면서 먹거나, 숨소리를 내거나, 볼펜을 딸깍거린다고 생각해보자. 다른 누군가에게는 살짝 신경이 쓰이는 정도일 수 있지만, 만약 이런 일상적인 소리가 당신의 신경을 심하게 긁고 심하게 불쾌감을 준다면? 미소포니아를 겪는 이들은 이런 일상의 소음을 견디기 힘겨워하고, 간혹 공격적으로 반응하기도 한다. 미소포니아를 어떻게 대하는 것이 좋을까?'


ⓒ unsplash

사과를 깨무는 소리, 당근을 아작아작 씹는 소리. 사람들이 음식을 먹을 때 내는 소리가 누군가에게는 짜증이나 분노를 넘어 심지어 구역질을 불러오기도 한다. 독일 올덴부르크 근처 로네 지역의 심리 치료사이자 미소포니아 전문가 안드레아스 제베크 씨는 미소포니아의 불분명한 특성을 가족에게서 경험한 적이 있다. 그의 아들은 열두 살 때 미소포니아 증상이 시작됐다. “어느 날 아내와 저, 아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아들이 갑자기 아내의 먹는 소리를 견딜 수 없다고 하더군요. 아들의 상태를 보고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어요. 아주 곤란한 상태였습니다.”

이 가족은 처음에 저작 활동에 대한 일종의 공포 반응이라고 생각했다. 대다수 공포증이 그렇듯 문제를 피하는 것은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니, 현명한 해결 방법은 맞서는 것이라고 아들에게 조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절대적으로 잘못된 말이었어요.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점점 심해지기만 했습니다. 10년 동안이나 아들과 함께 여러 치료 센터를 전전했지만 호전되지 않았습니다.”

안드레아스의 아내는 본인이 이 상황을 촉발했다고 생각하면서 자책하고 우울에 빠졌다. 다행히 지금은 많이 호전됐지만, 당시 아이의 증상은 학교생활에도 영향을 주었다. “누군가 껌을 씹으면 아들은 집중하기 어려워했어요. 학교생활은 망가져 수업에 거의 참석하지 못하고 시험을 치르는 시간 동안 자리에 앉아 있는 것조차 힘들어했죠. 가장 심각한 상황은 어떤 모임에도 참여하지 못하게 되면서 완전히 고립되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아이는 친구의 생일 파티에도 가지 못했다. 거기에는 항상 음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강박과 무관한 미소포니아

ⓒ unsplash

제베크 가족은 미소포니아에 대해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다는 사실에 좌절했다. 그러다 토머스 H. 도저(Thomas H. Dozier)의 <미소포니아의 이해와 극복(Understanding and Overcoming Misophonia)>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그 책을 통해 미소포니아를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공포증이나 강박과 무관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미소포니아는 특정 소리와 물리적 대응 사이에서, 뇌가 어떤 연상작용을 일으킬 때 나타나는 조건반응에서 시작된다. 분노 같은 감정적 반응을 담당하는 뇌의 특정 부분이 그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활성화되는 것이다. 물론 우리 모두에게 동일한 메커니즘이 작용하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증상이 발현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열 명 중 한 명이 영향을 받는다고 하고, 종종 8세에서 12세 사이 어린이에게서 발현된다. 대부분 아주 충격적 경험보다는 지극히 정상적인 일상생활 중에 발생한다.

ⓒ unsplash

특정 소리를 들으면, 미소포니아를 겪는 사람의 뇌의 일부분에서 이 소리를 ‘영역의 침범’이라고 감지한다. 뇌에서는 일종의 경고신호가 울리고, 스스로 방어기제를 갖추도록 유도하게 된다. 이때 억누르기 어려울 정도의 극심한 분노에까지 다다른다. 시간이 흐르면서 다른 소리에도 동일한 양상을 보이고, 간혹 일상생활에서 피할 수 없는 소리에도 비슷하게 반응하게 된다. 안드레아스는 말한다. “제가 보았던 사례 중에는, 옆에서는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고 일부 어린 환자는 접촉하는 모든 것을 통해 증상이 생기는 경우도 있었어요.”

이 글은 '미소포니아, 소리가 혐오로 다가올 때 (2)'로 이어집니다.


글. Oliver Brand
영문번역. Peter Bone
한글번역. 최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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