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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03 스페셜

나와 가까워지는 방법: 디지털 디톡스 도전기

2023.07.18

지난주 스크린 타임이 15% 증가했다는 아이폰 알림에 일일 평균 사용 시간을 확인했다가 경악하고 말았다. 다른 사람들도 이런가? 심지어 주말이면 트위터 사용 시간이 여섯 시간을 넘어갈 때도 있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하루 종일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객관적인 수치로 확인하고 나니 충격은 배가 되었다. 단 며칠만이라도 네모난 화면과 멀어져보자는 다짐과 함께 디지털 디톡스에 도전해보았다.


ⓒ pixabay

6월 30일

디지털 디톡스를 시작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내가 하루에 스마트폰을 얼마나 사용하는지 항목별로 자세히 알아보기로 했다. 스크린 타임 메뉴로 들어가 일주일 단위로 살펴보니 일일 평균 사용 시간이 가장 많은 건 역시나 일요일, 최다 사용 앱은 트위터, 유튜브, 인스타그램 순이었다. 트위터나 유튜브는 예상했지만 내가 인스타그램을 이렇게 많이 했던가? 순간 머릿속에 의미 없이 인스타 돋보기(둘러보기) 버튼을 눌러 스크롤을 내리곤 하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24시간 동안 일체의 디지털 기기에 손을 대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출근도 해야 하고 일도 해야 하니 우선 나는 하루 중 제일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앱 세 개부터 사용량을 줄여보기로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유튜브 사용량을 늘리는 주범인 ‘자기 전 침대에서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가, 였는데. 다행히 안과에서 치료를 받은 직후라 화면을 오래 들여다보기가 힘든 탓에 첫날은 무사히 넘어갔다.

7월 1일

일어나자마자 습관적으로 트위터를 켜려다 멈칫했다. 내가 자는 동안 어떤 재미난 일들이 벌어졌을까? 손가락이 간질거렸다. 혼자만의 힘으로는 힘들 것 같단 생각에 아이폰 기능을 활용해보기로 한다. 바로 ‘앱 시간제한’ 기능. 앱에 내가 원하는 만큼 자유롭게 사용 시간제한을 설정할 수 있는 기능인데, 앱 사용 중 내가 설정해둔 시간을 초과하면 해당 앱의 사용이 제한된다는 화면이 뜬다. 물론 제한 무시 버튼을 누르면 얼마든지 다시 앱을 사용할 수 있지만 어쩐지 양심에 찔려 확인 버튼을 누르게 된다. 트위터 중독자가 하루 만에 트위터를 끊는 건 불가능한 일. 제한 시간을 20분으로 설정하고 집중력을 끌어모아 타임라인을 읽어내렸다.

오후에는 친구를 만나 야구장으로 향했다. 적어도 경기를 보는 동안은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웬걸.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다. 응원 팀이 점수를 냈을 때처럼 기록하고 싶은 순간들을 찍어 SNS에 공유하고 싶은 욕구를 참기가 어려웠다. 사진을 찍고 더 잘 나온 사진을 추리고 그걸 SNS에 업로드해서 반응을 기다리고 반응이 오면 그 반응에 또 답을 해주고…. 아마 이런 과정을 거쳐 SNS 사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일 테다. 아예 카메라를 내리고 경기를 두 눈에 담았다. 전광판을 찍느라 중요한 수비 장면을 놓친 친구와 달리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경기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었으니 만족하기로 한다.

ⓒ pixabay

7월 2일

약속이 없는 일요일이다. 밤사이 아주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트위터에 오류가 생기며 타임라인이 새로고침 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렇게 된 김에 트위터가 없는 세상을 즐겨보기로 했다. 누워 있으면 유튜브나 넷플릭스의 유혹을 이겨내기 힘드니 우선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목적지는 발이 닿는 곳. 음악을 듣거나 지도를 보게 되면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을 수 없을 것 같아 아예 집에 두고 책 한 권을 손에 든 채 출발했다. 생각보다 날이 시원했다. 공원에서 책을 읽을 생각으로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카페에 들어갔다. 평소라면 카페 이름을 검색해 사람들의 후기를 몇 개 훑어본 뒤 메뉴를 선택했겠지만, 오늘은 검색에 의존하지 않고 내가 끌리는 것을 선택해보기로 한다. 나의 선택이 꽤 만족스러웠고, 거의 처음으로 이어폰을 꽂지 않고 걸어본 동네는 색다르게 다가왔다. 역시나 ‘공원에서 책을 읽는 나’를 찍어 SNS에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는 했다는 여담.

7월 3일

4일 차, 디지털 디톡스를 시작한 이후 처음 맞는 출근길. 위기가 찾아왔다. 주말에는 스마트폰이 없는 그 시간을 내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지만, 평일은 아니다. 출근길, 퇴근길, 점심시간에는 무방비하게 스마트폰 사용에 노출된다. 그 시간에 하는 일이라곤 친구의 인스타 피드에 좋아요 누르기, 아까 봤던 트위터 타임라인을 또 보며 무한 새로고침 하기 등등. 꼭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지만 시간이 남으면 스마트폰을 손에 쥔 채 화면을 들여다보는 게 이미 습관이 되어버려 가만히 있으면 불안한 마음이 든다.

독서와 허공 응시 등으로 유혹을 이겨내고 집에 돌아오니 스마트폰을 쥐지 않은 손이 더욱 허전하게 느껴졌다. 손을 움직이면 좀 나을까 싶어 하지 않던 요리를 시도해보았다. 메뉴는 채소 손질 등으로 최대한 손을 많이 움직여야 하는 샐러드. 좀 더 맛있는 샐러드를 먹고 싶었는데 그러려면 유튜브로 레시피를 참고해야 하므로 간단한 닭가슴살 샐러드를 해 먹었다. 아이패드 없이 혼자 밥을 먹으려니 정말 고역이었다. 눈을 둘 데가 없어 음식을 씹는 데 집중하며 꼭꼭 씹어 먹었더니 소화가 더 잘되는 것 같기도 했다. 착각일까? 디지털 디톡스가 실제 디톡스에도 도움이 된다는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된 날이었다.

7월 4일

며칠간 오류가 났던 트위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만 해보려던 건데 정신을 차려보니 여태 밀린 타임라인을 모두 확인한 후였다. 시작이 어렵지 한번 물꼬가 트이니 그다음은 쉬웠다. 유튜브에 접속해 구독한 채널의 새 영상을 모조리 시청했다. 어제는 시간이 남아돌아 문제였던 출근길이 스마트폰과 함께하니 금방이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지하철에서 내리며 시작되었다. 순식간에 밀려든 콘텐츠의 자극에 머리가 멍했고, 그간 얼마나 자극에 익숙해진 일상을 살아왔는지를 새삼 깨닫게 된 거다. 무엇보다 가장 놀라웠던 점은 확인하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날 것 같았던 트위터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SNS와 거리를 둔 며칠간 나와 나를 둘러싼 세상은 바뀐 게 없었고, 불편함은 있었으나 일상을 보내는 데도 큰 지장이 없었다. 오히려 검색에 의존하지 않은 덕에 새로운 발견을 하기도 했고, 화면 속 타인보다 실제의 나에게 집중하며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뭔지를 되돌아볼 수 있던 시간이었다. 일일 평균 사용량도 지난주 대비 53%나 감소했으니 처음치고 나름 성공적인 도전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분명 힘들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완전히 멀어질 수는 없겠지만 여유를 찾고 싶을 때면 종종 스마트폰과 거리를 두고 나와의 시간을 가져보게 될 것 같단 예감이 든다.


글. 김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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