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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04

서울혁신파크를 지키는 시민모임 (1)

2023.08.11

넓은 녹지를 찾아보기 어려운 서울에서 서울혁신파크(이하 혁신파크)는 은평구 주민들의 휴식처가 되어주는 중요한 공간이다. 그러나 지난 2022년 12월, 서울시가 이곳에 60층 규모의 융복합 시설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지역 주민과 건물 입주자들은 혁신파크가 사라진 이후의 풍경을 걱정하고 있다. 융복합 시설 건립에 대한 비판은 단지 공간의 용도 변경만을 문제 삼지 않는다. 주민들은 돈을 내거나 눈치 보지 않고 다양한 존재가 찾아와 어우러질 수 있는 공공 공간의 부재를 지적한다.

나무가 울창하고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으며 반려동물들이 안전하게 산책할 수 있는 곳. 또 휠체어를 타는 사람과 주거취약계층, 성 소수자 모두가 편안하게 찾아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 ‘공공의 공간으로서 서울혁신파크를 지키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은 혁신파크를 이렇게 정의한다. 다수에게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을 왜 60층 랜드마크로 바꿔야 할까.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동료들과 ‘서울혁신파크를 둘러싼 역동과 욕망’이라는 제목의 연구 보고서를 작성한 김흥준 씨와 혁신파크 내 카페 ‘쓸’을 운영하는 배민지 씨는 이런 의문을 품고 혁신파크 정상화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두 사람에게 혁신파크 용도 변경을 둘러싼 우려의 핵심을 물었다.


ⓒ 배민지(혁신파크를 지키는 시민모임(준) 집행위원장)

혁신파크 지키기 1만 명 서명운동을 마무리했습니다. 이후 활동은 어떻게 전개할 예정인가요?
김흥준 주민 4천여 명이 개발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요구를 담은 서명운동에 참여했어요. 아무래도 혁신파크와 가까운 서대문구, 은평구 주민들의 서명률이 높았고요. 개인적으로는 시민모임 활동을 통해 은평구를 넘어 서울시 차원의 이슈가 되도록 만들고 싶은 바람이 있어요.

배민지 이곳에서 개발에 반대하는 의지를 표명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서울시 등에 민원을 제기하는 활동을 할 계획입니다. 언론 보도를 목표로 하는 활동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현재 입주한 단체와 혁신파크를 관리하는 직원들의 상황은 어떤가요?
배민지 얼마 전까지 약 70팀이 입주해 있었는데, 6월 말에는 약 40팀으로 줄었어요. 혁신파크를 관리하는 서울혁신센터에서는 건물 공사가 시작되는 2년 뒤까지 한시적으로라도 혁신파크를 공터로 두지 말고 정상적으로 운영되도록 해달라고 서울시에 요구하고 있어요.

김흥준 무기계약직으로 혁신파크와 고용계약을 맺었던 분들은 개발계획 발표 이후 갑자기 1년 계약직으로 근로조건이 변경된 상황이에요.

카페 은 혁신파크 입구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하는데, 손님들이 개발 이야기를 꺼내기도 하나요?
배민지 맞아요. 오시는 분들 모두 심각하게 생각하고 계세요. 지난해 12월부터 카페에 오시는 주민들이 “없어진다는데 맞아요?” 하고 많이 물으세요.

ⓒ 서울혁신파크

두 분에게 이곳 혁신파크에서만 가능한 경험이나 깨달음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배민지 저는 지난 5⁓6년간 환경과 관련한 크고 작은 활동을 해왔는데, 혁신파크가 그 활동을 열심히 할 수 있는 기반이 되어주었어요. 카페를 운영하면서 이곳에서 혁신파크의 풍경을 자주 보는데, 평일에도 그렇지만 특히 주말에는 시민들이 무척 많이 방문하세요. 가족 단위도 찾아오는 경우도 많고요. 이렇게 이용자가 많은 시점에 개발 소식이 들려오다니 안타깝죠.

김흥준 연구를 하면서 ‘이렇게 다양한 사람이 마주칠 수 있는 공간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예를 들어 빅이슈코리아를 방문하는 주거취약계층이나 홈리스들도 계셨을 테죠. 휠체어를 타는 사람이나 어린이도 안전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고요. 이건 우리가 서로 마주치게 된다는 뜻이잖아요. 어떤 존재든, 우리 모두 이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되새기게 되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그 점이 교육의 가장 큰 목적이기도 하고요. 이뿐 아니라 다양한 가치도 공유하죠. 비건 페스티벌이나 쓰레기 없는 장터 등이 열리고요. 시민들이 마주치면서 이러한 접점을 만들어내고 새로운 가치를 공유할 수 있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최근 이곳에 일주일에 네다섯 번 정도 방문했는데, 방문하는 시간대에 따라 오는 분들의 특징이 달라서 재밌고 신기했어요. 반려인들이 서로 반려견 이름으로 부르는 모습을 보기도 해요.(웃음) 이곳에서만 가능한 만남과 교류가 늘 생겨나고 있어요.

은평구는 혁신파크가 서울시의 부지이므로 해당 개발 사안에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은평구에서 이에 덧붙여 더 자세한 설명을 했나요?
김흥준 저는 연구를 하면서 혁신파크를 둘러싼 다양한 행위자들을 만났어요. 입주 단체, 서울혁신센터, 서울시, 서울연구원, 은평구청 등이요. 서울시 공무원과 국회의원을 만나고 은평구청 문을 두드렸어요. 은평구청장과 인터뷰하고 싶었거든요. 비서실에서는 구청장을 직접 만나거나 서면으로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건 어렵다며 관련 부서를 연결해주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은평구의 해당 부서에서는 알려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하더군요. 기본적으로 서울시 사업이고, 서울시에서 보도 자료를 발표했으니 그거 봐라. 그게 다였어요. 서명운동이 진행되는 것도 모르고 있었고요.

이 글은 '서울혁신파크를 지키는 시민모임 (2)'에서 이어집니다.


글. 황소연 | 사진제공. 이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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