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대중교통을 타고, 찰나의 서울 (1)'에서 이어집니다.
퇴근길 서소문로, 고가도로를 넘는 172번, 472번, 600번, 602번
시청, 서소문청사↔충정로역 구간. 서소문아파트와 고층 빌딩들
서소문육교라는 이름으로 1966년 개통한 서소문고가도로는 경의선 철길 위로 시청역과 충정로역 사이를 연결한다. 2010년대 이후 서울 시내 고가도로들이 다수 철거되었지만, 철길 위를 지나는 이 고가는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차선에 비해 통행량이 많아 자주 막히는데, 그 덕분에 고가 위 풍경을 좀 더 오래 볼 수 있는 장점이 되기도 한다. 철도와 간선도로, 빌딩 숲이 어우러진 도심의 풍경을 압축적으로 볼 수 있는 이 구간의 하이라이트는 하천을 덮고 그 위에 지어져 물길처럼 휜 서소문아파트(1972년 완공)가 보이는 순간이다.
남산순환도로, 소월로를 지나는 402번, 405번
남산도서관↔하얏트호텔 구간. 가까이 해방촌부터 한강 너머 지역까지 조망할 수 있다.
402번 버스는 차가 끔찍하게 막히는 시간대에 남산터널을 도저히 지나고 싶지 않아 우회하려고 처음 탔던 노선이다. 소월로 주변은 남산 고도제한으로 건물들이 낮아 시야가 탁 트여 있다. 그래서 남산도서관부터 하얏트호텔까지, 정류장 사이사이로 서울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낮에도 예쁘지만 밤에는 크고 작은 불빛 덕에 더욱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 소월로를 지난 다음 402번과 405번 노선은 각각 다른 경로로 한강과 연결되는데, 시간이 넉넉하다면 한강까지 쭉 두 노선을 타보는 것도 좋다.
잠깐의 한강변 7016번, 752번, 151번, 361번 외
강변북로를 지나는 7016번 마포역↔청암아파트 구간
강변북로를 지나는 7016번 마포역↔청암아파트 구간
이제는 한강변의 도보 접근성이 많이 좋아졌지만, 한강을 개발할 때 차량 통행을 중심에 두었던 터라 걸으며 한강을 구경하기엔 한계가 있다. 대중교통 노선들도 한강변을 따라가기보다 대부분 한강을 가로지르며 강 사이를 연결한다. 아주 가끔, 잠시나마 강변을 따라 달리는 버스 노선들이 있는데, 근처를 지날 때 일부러 타곤 한다. 마포대교 북단에서 잠깐 강변북로를 지나는 7016번 버스와 한강대교 남단에서 노들로를 경유하는 151, 752, 361번 버스 등을 타면 잠시 한강변을 따라 달릴 수 있다. 버스 창문 너머로 쏟아지듯 들어오는 햇빛과 한강을 볼 때면 길이 막히지 않는 게 아쉬워지곤 한다.
2023년 7월의 서울 버스, 도시철도 노선을 기준으로 했다.
소개
박선양
지도를 중심으로 도시를 관찰하고, 변화하는 풍경을 찾습니다. 매일 도시를 걷고, 씁니다.
인스타그램 @cityscape_360
글 | 사진. 박선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