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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04

서울혁신파크를 지키는 시민모임 (2)

2023.08.11

이 글은 '서울혁신파크를 지키는 시민모임 (2)'에서 이어집니다.

ⓒ 김흥준(연세대 문화인류학과 학생, 혁신파크 연구자)

개발을 반기는 주민들에게 혁신파크의 존재 의의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배민지 이 근처에 집을 소유한 분들이 친구분들과 카페에 오셔서 가끔 언쟁을 하세요.(웃음) 주로 한쪽이 “개발되면 살기 좋아지잖아.” 하면 상대방이 “공원이 사라지지 않냐.” 하고 반론을 펴죠. 그러면 그 문제로 같이 고민하기도 하세요. 개발이 긍정적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긴 하지만, 공원이 살기 좋은 곳의 상징이라는 데는 다들 동의하시는 것 같아요.

김흥준 연구 과정에서 많은 주민을 만났어요. “혁신파크가 개발되는 거 알고 계세요?” 하고 물으면 다들 알고 계시고요. 혁신파크 건너편 녹번 2–1, 녹번 2, 녹번 3구역이 재개발 예정인데, 이곳 주민들은 특히 개발을 왜 막느냐고 물으세요. 혁신파크가 개발되어야 본인이 사는 곳도 개발된다고 생각하죠.
그러면 전 설득해야 하잖아요.(웃음) “근데 서울에 이런 공간이 또 어디 있을까요?” 하고 묻죠. 현재 서울시는 올해 12월에 이곳을 폐쇄하고 2년 뒤인 2026년에 착공할 계획이에요. 저는 그 공백기에 대해서도 설명해요. 폐허로 방치될 우려가 있다고요. 주민들이 개발로 잃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하는 상황이죠. 그건 주민들이 알아보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공공기관이 제공해주는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에요.

최근 서울시 곳곳에서 공공의 영역을 용도 변경하거나 없애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어요.
배민지 참 비효율적인 것 같아요. 이미 있는 공간을 잘 가꾸지 않고 굳이 없애거나 새로 만들려는 시도들이요.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생각도 들고요.

김흥준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 백련산, 세운상가 일대 재개발 같은 이슈의 공통점은 공간을 이용하는 이들이 어떤 관계를 만들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공공 차원에서 파악하지 않으려 하는 점인 듯해요. 자본 창출 여부만 따지는 것 같아요.

ⓒ 서울혁신파크

새로운 건물을 세운다는 서울시의 계획에는 녹지 공간 조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공간이 혁신파크를 대체할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김흥준 개발계획에 따르면 ‘중앙 녹지 정원’이 생겨요. 그런데 조감도상으론 지금의 혁신파크 미래청 앞, 나무가 많고 흙이 있는 녹지 공간에 60층 짜리 랜드마크 타워를 올리거든요. 어떻게 녹지 공간을 보장한다는 건지 모르겠어요. 두 번째 이유는 공간의 성격에 있어요. 쇼핑몰이나 아파트가 들어서는 건 결국 구매력을 바탕으로 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 규정된다는 건데, 지금의 혁신파크는 이와 상관없이, 사회적 지위가 어떠하든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잖아요.

배민지 조감도상에는 녹지 공간이 충분한 걸로 보이거든요. 그런데 지금 있는 그 공간을 살리면 돼요. 조감도상에 산책로가 있긴 한데, 높은 빌딩 밑에서 누가 산책을 할지 모르겠어요.

김흥준 롯데월드타워도 인근을 산책할 수 있게 되어 있기는 하잖아요. 근데 사람들이 산책하러 거기 가지 않아요. 쇼핑 후 나오는 길에 걷는 것에 가깝죠.

결국 이 문제가 공간을 보는 관점의 차이를 보여주는 듯합니다. 혁신파크의 용도 변경을 지자체가 좌우하는 지금, 시민에게 필요한 땅과 공간은 어떻게 정의되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배민지 땅과 공간은 시민들이 만들어간다고 생각해요. 보통 땅을 소유한 사람이 전권을 쥐지만, 이곳은 공공 공간이잖아요. 그 주체가 시민이 아니라 기업이나 그 공간을 운영하는 개인에게 넘어갈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안타까워요. 서울시가 그런 시도를 한다는 사실 또한 아이러니하고요.

김흥준 연구를 하면서 이런 공공 공간의 의미는 무엇인지 줄곧 생각했는데, 결국 그 의미는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공간을 이용함으로써 만들어가는 거라는 결론에 다다랐어요.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나 정부 기관이 이 공간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존재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그 존재들이 이 공간에 대해 고민할 시간을 충분히 주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글. 황소연 | 사진제공. 이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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