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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04 컬쳐

내 안의 미쉐린 3 스타, 서울의 디저트

2023.08.13

ⓒ 무화과 클라시크

미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미쉐린 가이드’에 대해 들어봤을 것이다. 프랑스 타이어 회사 미쉐린에서 1900년 발행하기 시작한 미쉐린 가이드는 최고의 식사 경험을 제공하는 레스토랑을 1 스타, 2 스타, 3 스타로 나누어 선정한다. 각각의 스타마다 의미하는 바가 있는데 ‘맛있음, 정말 맛있음, 제일 맛있음’ 정도로 와닿을 수도 있겠지만 다소 다르다. 자동차 여행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발행되었던 가이드북인 만큼 그 의미도 여행에 있다. 3 스타 레스토랑의 경우 ‘요리가 매우 훌륭하여 특별히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레스토랑’을 말한다.

ⓒ 올리브 토마토 타르트

처음 미쉐린 스타의 의미를 알게 됐을 때 적잖이 인상적이었다. 그 식당을 방문하기 위해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을 정도라면 얼마나 멋진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인 걸까. 그런 마음이 들 정도의 식당이라면 분명 최고의 식당이라 부를 만했다. 오로지 음식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끝내 찾아가게 만드는 곳.

그렇다면 내가 살고 있는 이 서울에서 미쉐린의 3 스타처럼 디저트 때문에 한국을 찾아올 가치가 있다면 어디일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물론 내 마음속 좋아하는 곳들 모두 그만큼의 별을 품고 있지만 그럼에도 고심하여 한곳을 말해본다면, ‘껠끄쇼즈’다.

ⓒ 파베

잊지 못할 디저트를 서울에서

갑작스러운 생각은 아니다. SNS상에 껠끄쇼즈(당시 상호는 마이 퍼니 디저트)에 대한 리뷰를 처음 썼던 2019년부터 ‘내 안의 별 세 개’라는 표현을 썼으니, 내게 있어 껠끄쇼즈는 4년 연속 3 스타 파티세리인 셈이다.

아직도 껠끄쇼즈를 처음 만났던 때를 잊지 못한다. 디저트가 이렇게 아름답고 섬세한 맛을 지닐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되었다.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디저트가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할 것이라 막연히 상상하다가 실재를 경험한 순간. 그 감동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 피스타치오 캐러멜 타르트

그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껠끄쇼즈가 찾아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각별히 찾아가야 할 파티세리로 공고히 자리매김한 까닭은 치밀하게 쌓아 올린 정교함에 있다. 껠끄쇼즈의 디저트는 무엇 하나도 단순하지 않다. 처음 먹는 순간부터 입안에 머무르는 동안, 마지막에 이르기까지의 맛과 향, 식감 모든 요소가 확고한 당위성을 갖는다. 익숙하게 알고 있던 디저트라 할지라도 알고 있던 것과는 분명히 다르다. 그럴 때면 경험해보지 못한 언가(껠끄쇼즈(quelquechose)는 프랑스어로 무언가(something)라는 의미) 그것이 껠끄쇼즈의 정체성이자 지향점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 가게 내부의 마카롱 쇼케이스

껠끄쇼즈도 잘 알려진 메뉴가 있고, 사람들이 선호하는 메뉴도 분명히 있지만 가능하다면 그런 것을 떠나 마음이 가는 대로 경험해보라고 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도 가장 각별하게 여기는 메뉴는 ‘파베’다. 껠끄쇼즈가 추구하는 ‘무언가’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메뉴여서다. 이 간결한 초콜릿케이크 속에 촘촘히 스며든 섬세함을 사랑한다. ‘완벽함이란 더 이상 더할 것이 없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이루어진다.’는 생텍쥐페리의 말이 더없이 잘 어울리는 케이크. 하지만 내게는 파베일지라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바닐라 타르트나 피스타치오 캬라멜 타르트일 수도 있다. 혹은 마카롱이거나, 구움과자일 수도. 그러니 타인의 의견을 떠나 내키는 대로 발견해보는 것도 각별한 일이 될 것이다.

ⓒ 파블로바

지면만 허락한다면 디저트 하나하나 자세히 기술하고 싶을 만큼 무척이나 아끼고 좋아하는 파티세리다. 언제 가도 항상 멋진 경험을 안겨주는 곳. 내가 아닌 다른 누구에게도 그럴 것이라는 신뢰와 믿음으로, 서울에서 디저트로 하여금 잊지 못할 경험을 하고 싶다면. 꼭 한 번쯤 껠끄쇼즈에 방문하기를 권한다.

껠끄쇼즈
서울특별시 강남구 도곡로 70길 5
목–월 12:30~19:30 (화, 수 휴무)
인스타그램 @quelquechose_seoul

소개

김여행
먼 타지로 떠나는 여행이든, 동네 카페 투어든, 항상 어딘가로 떠날 궁리를 하는 가장 보통의 직장인.
twitter @_travelkim


글 | 사진. 김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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