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에는 유독 생일이 많다. 물론 너무나도 축하할 일이지만, 메신저에 뜨는 생일 알림을 보고 있노라면 머리가 아파오기도 하는 게 사실이다. 이번에는 또 어떤 선물을 줘야 할까? 이건 생일자와 나의 관계가 어떻든 간에 고민되는 일이지만, 그 사람이 나와 가까운 사이라면 고민은 배가 된다.
하필 8월에는 20년 지기 절친과 친한 대학 동기의 생일이 있다. 그것도 6일 간격으로. 돈이야 내가 지출을 줄이면 될 일이라지만, 어떤 선물을 줄지 정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오래된 사이다 보니 이미 너무 많은 선물을 주고받았고, 이제 생일에 써먹을 수 있는 레퍼토리란 레퍼토리는 다 써먹었기 때문이다. 20년 지기와는 “야, 우리 이제 서로 생일 챙겨주지 말래?”라며 농담을 주고받은 적도 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막상 생일이 다가오면 12시에 맞춰 제일 먼저 축하해주고 싶고, 이왕이면 제일 기억에 남는 선물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서 고민을 줄이기 위해 오래된 친구들과 나름의 규칙을 정했다. 20년 지기와 정한 규칙은 대충 이렇다. 생일 주간(생일이 있는 주)에 만나면 절대 지갑을 꺼내지 않는 거다. 만약 친구가 생일이라면 밥, 영화, 카페 모두 내가 부담한다. 대신 일정도 내가 짠다. 그 친구와는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얼굴을 보다 보니 만나도 가는 장소가 거기서 거긴데 어쩐지 생일 주간에는 특별한 곳을 가야 할 것 같은 강박에 색다른 장소를 찾게 된다. 지난번엔 성수의 예약제 비스트로에 데려가 뿔뽀(스페인식 문어 요리)를 먹었는데, 강경 한식파인 친구의 반응이 예상외로 아주 좋았고, 내 기분은 배로 좋았다.
네 명의 대학 동기들과는 ‘생일계’를 만들었다. 이건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고 이전에도 다른 친구들과 시도해본 적이 있는 보편적인 방법인데, 계좌 하나를 지정해서 그 계좌에 매달 일정 금액을 넣고 생일이 되면 생일자가 계좌에 있는 돈을 타가는 거다. 다만 한 번 돈을 넣는 걸 까먹기 시작하면 흐지부지될 수도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시작한 지 2년 정도 됐는데 초반에는 다들 꼬박꼬박 넣다가 이제는 누군가의 생일이 되면 돈을 몰아넣는 식으로 겨우겨우 굴러가고 있다. 때가 되면 잊지 않고 알림을 주는 친구가 있다면 생일계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글. 김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