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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05 빅이슈

2023 새크라멘토 홈리스월드컵을 가다

2023.08.31

가로 22m, 세로 16m. 나이, 성별, 국가, 인종, 그리고 빈자와 부자까지 세상의 어떤 차별과 편견도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 존재한다. 그곳에서 우리는 한마음 한뜻으로 축구를 했다. ‘공 하나로 바뀌는 세상’을 모토로 한 2023 새크라멘토 홈리스월드컵의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단의 여정을 소개한다.


대한민국 팀과 멕시코 팀이 경기 시작 전 관중에게 인사하는 모습

2019년 카디프에서 개최되었던 홈리스월드컵은 코로나19 이후 3년을 멈췄고 4년 만에 미국 새크라멘토에서 개최됐다. 올해 한국 대표팀 선발은 다양한 지역의 청소년과 청년들을 대상으로 했다. 전국 각지에 있는 100여 곳의 청소년·청년 보호시설과 지립지원 센터에 연락을 했다. 울산, 광주, 서울을 오가며 지원자들을 만났고 축구뿐만 아니라 개인별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실 홈리스월드컵은 ‘우승’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자들에게 단순 참가 경험 이상의 변화가 있기를 기대하고 프로그램을 준비하기에 인터뷰는 선수 선발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그렇게 총 일곱 명의 청소년·청년 주거취약계층 선수단을 구성했다.

선수단 구성과 동시에 합숙훈련을 준비했다. 합숙훈련은 각기 다른 지역에서 다른 연령대의 선수단이 구성됐기에 출전 전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고, 배려하는 하나의 팀, ‘원팀’이 되기 위함이었다. 실제 합숙훈련은 ‘축구’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마음나눔 프로그램, 심리상담, 외국인 팀과의 친선전, 한강 러닝, 프로필 촬영 등 다양하게 진행됐다.

대한민국 팀과 멕시코 팀이 경기 시작 전 관중에게 인사하는 모습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축구에서도 우리 삶에서도
이번 대회가 진행된 새크라멘토 주립대학은 조용하고 초록으로 우거진 평화로운 장소였다. 그러나 현지의 날씨는 연일 4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이 지속됐다. 뜨거운 태양 아래 선수들은 승리의 기쁨과 패배의 슬픔을 온몸으로 맞이하며 대회 일정을 이어갔다. 특히 인도네시아와의 경기는 축구가 무엇인지, 그리고 때때론 ‘축구가 우리의 삶과 닮았다.’라고 느끼게 해주었다. 대한민국은 인도네시아와 치열한 경기 끝에 6:5로 승리했다. 며칠 뒤 대한민국과 인도네시아는 파이널 경기에서 만났고, 대한민국은 4:5로 인도네시아에 패배했다. 대한민국과 인도네시아의 스태프들이 눈물을 보이던 선수들을 위로하는 멘트는 비슷했다. “축구 한 경기가 끝났을 뿐이다. 모든 게 끝난 게 아니다.”

이번 홈리스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은 파키스탄, 이탈리아, 독일, 노르웨이를 비롯 11개국과 경기를 벌여 6승 5패를 기록하며 28개국 중 19위의 성적을 거두었다. 축구 경기에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 삶에서도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설령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불어도, 단지 한 경기가 끝났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삶의 챕터도 지속된다. 설령 현재가 조금 불안정한 상태여도 말이다.

홈리스월드컵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는 ‘평생에 한 번뿐’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즉 홈리스월드컵 출전 경험이 선수들에게 주거취약계층의 상태를 벗어날 수 있는 경험이 되기를 위한 마음이기 때문에 선수로서 출전은 평생에 한 번뿐인 것이다. 이 말을 바꿔 말하면 ‘홈리스’라는 것은 결국 현재의 상태일 뿐인 것이지 그 사람의 고정된 정체성이 아니다. 2023년 새크라멘토 홈리스월드컵이 선수들 각자의 방식으로 삶에 울림이 되었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2024년, 2025년, 그리고 그 이후를 기대한다.

*빅이슈코리아는 홈리스월드컵 대한민국 팀 공식 운영사로 2010년부터 매회 출전하고 있다.


글. 김정근·정재형 | 사진. 안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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