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에어프라이어(이하 에프)를 사지 않았다. 주변에서 좋다고 하는 물건을 구매하는 경우가 잦아서 이런 결정은 나에게 의외다. 각종 기능이 탑재된 에프뿐 아니라 에프로 만드는 맛있는 요리의 유행이 열두 번도 더 지나간 지금, 내 주변의 웬만한 1⁓2인 가구들은 에프를 장만한 것 같다.
큰맘 먹고 살까 하다가도 집에 있는 다른 가전들을 보면 그 생각이 희미해진다. 일단 이사 올 때 필수 주방 가전으로 구매한 전자레인지가 있다. 그 옆엔 커피 머신이 있는데 둘 다 각자의 역할이 분명하기에 어느 하나를 뺄 순 없다. 식탁(이라고 하지만 주방용품 놓는 용도)에 자리가 없기도 하다. 그렇다고 싱크대 위에 놓기도 힘든 게 식기세척기가 있다. 점점 관리할 물건이 많아지는 게 부담스럽다.
이렇게 내 물건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에프에 관심이 생긴 건 대형 마트에서다. 오랜만에 들른 냉동식품 코너엔 엄청나게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가득했다. 전통적인(?) 에프 식품인 치킨너겟이나 돈가스, 치즈스틱뿐 아니라 다양한 빵이나 파이도 있었다. 검색을 해보니 두부구이부터 떡꼬치, 모닝빵까지 만들어 먹을 수 있다고 하는데 지금이라도 사는 게 이득일까? 게다가 폭염에 불 앞에서 요리할 자신도 없다.
고민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 대형 마트 어플에서 밀키트, 간편식 카테고리를 탭했다. 대부분 술과 함께 곁들이기 좋은 안주류나 탄수화물과 지방이 대부분인 튀김류다. 한꺼번에 사두면 아주 마음이 든든할 것 같지만, 별것 없는데도 꽉 찬 냉동실 수납 용량을 보니 에프 구매는 아직 무리일 것 같다.
글. 황소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