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상단으로이동
신간 · 과월호 홈 / 매거진 / 신간 · 과월호
링크복사
링크가 복사되었습니다.
글자확대
글자축소

No.315

산양 집 빼앗고 15분 만에 설악산 정상 정복하고 싶어? (2)

2024.01.20

이 글은 '산양 집 빼앗고 15분 만에 설악산 정상 정복하고 싶어? (1)'에서 이어집니다.

© 녹색연합

절망하지 않고 설악산 편에 서기
2023년 2월 27일, 환경부가 오색 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 조건부 협의, 즉 설악산을 파괴해도 좋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짧은 활동가로서의 삶을 통해 제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된 자연과의 연결감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습니다. 오색 케이블카 설치안 통과 이후 전국에 불어닥친 산지 개발의 욕망을 마주하기가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환경단체 활동가인 저에게 2023년 정말 ‘다사다난’했습니다. 많은 것들이 후퇴했습니다. 기후변화의 속도는 빨라지는데 정부는 이 위기를 헤쳐나갈 의지가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탈석탄은 요원하고, 재생에너지 확대는커녕 원전 확대에 여념이 없습니다. 바다를 핵 오염수 쓰레기통으로 만들며 국민 안전을 내팽개쳤습니다. 일회용품 규제를 철회하며 국제적 흐름마저 거스릅니다. 이미 실패가 명백히 드러난 4대강 사업을 되살리겠다며 활동가를 압수수색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하기에 이릅니다. 과학도 절차도 무시하며 규제를 완화하는 환경부는 ‘산업부 2중대’ 꼬리표가 붙었습니다. 전 국토에 불어닥친 개발의 광풍은 멈출 줄 모릅니다.

절망은 너무 쉽고, 희망은 어렵고 요원합니다. 그러나 활동가가 어디 쉽고 편한 길을 가던가요? 매일 새롭게 터지는 환경 현안에 몸이 바쁜 것은 고사하고, 절망하려는 마음을 다잡기 어렵지만 언제나 답은 현장에 있었습니다. 잘 닦인 등산로가 아닌 야생동물의 길을 걸어보고, 작은 똥을 쫓으면 산양의 삶을 그려보고, 두 팔을 힘껏 뻗어도 품에 다 안 들어오는 오래된 나무의 이름을 부르다 보면 그대로 아름다운 자연을 만나게 됩니다. 모두 알고 있습니다. 설악산에 두 번째 케이블카는 산양에게도, 우리에게도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산양과 담비와 하늘다람쥐와 눈잣나무와 분비나무, 사스래나무에 더 많은 편이 필요합니다. 15분 만에 다다를 정상의 풍경 말고, 수백, 수천 년 설악산을 지켜온 생명의 편이 되어주세요. 끝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설악산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케이블카는 절대 들어설 수 없습니다.

소개

박은정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


글. 박은정 | 사진제공. 녹색연합


1 2 3 4 5 6 7 

다른 매거진

No.316

2024.02.05 발매


우리가 사랑하는 귀여움

No.313

2023.12.15 발매


2023 올해의 키워드

No.312

2023.12.01 발매


딩동댕 유치원

< 이전 다음 >
빅이슈의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