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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15 인터뷰

동물권행동 카라 조현정 정책기획팀장 (1)

2024.01.26

퍼스널 브랜딩은 개인을 드러내서 조직이 없어도 개인으로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다. 많은 사람들이 조직의 이름에 기대지 않고 홀로 대단해지는 이들을 부러워한다. 유명한 기업의 CEO, 독립해 혼자 일하는 마케터나 프리랜서를 본받을 만한 직업인으로 취재하는 인터뷰는 많다. 문득 나보다는 우리를 먼저 떠올리고 바람직한 사회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은 왜 드러나지 않는지 궁금해졌다. 사회구조에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을 우리는 ‘활동가’라 부른다. 이들이 하는 일에 수익보다는 사회구조 개선이 따르기 때문에 활동가라는 직업에 희생정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활동가는 선행을 베푸는 사람이 아니다. 세상에 필요하다고 여기기에 자신이 선택한 일을 하는 사람이다. ‘세상이 원래 그래. 그러니까 각자도생해야 해.’라는 사회 통념에 반기를 들고, ‘왜 그래야 해? 약자를 보호하고 노동권을 인정하는 사회는 왜 못 만드는데?’ 이런 의문을 품은 채 일로 실천하는 사람들을 빅이슈가 만나려 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변화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동물과 인간은 대화할 수 없다. 하지만 동물과 대화에 가까운 교류를 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의 정책기획팀 팀장 조현정 활동가가 일해온 지난 5년은 동물과, 사람과 나누는 대화로 채워져 있다. 뜬장 안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아는 개들, 영역이 침범당해 오갈 데 없는 야생동물, 사육되어 살다간 곰들, 펫 숍 안의 작은 동물. 그들이 현재 자리 잡은 공간에 도달하기까지의 사회 맥락을 밝혀내는 것이 그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그는 오늘도 동물권과 인간의 건강한 일상을 함께 고민한다.


동물권행동 카라 조현정 정책기획팀장

카라 활동가로서 대략의 업무 루틴이 궁금해요.
일반 직장인들처럼 하루의 시작은 메일 확인이죠.(웃음) 갑자기 발생하는 사건에 대응하는 것도 업무의 큰 줄기예요. 예를 들어 전날 갑자기 어딘가에서 곰이 탈출했다면 이에 대해 의견을 밝힌다든가, 동물권 현안에 대해 기자회견이나 집회를 하고, 또 연초에 세운 사업 계획에 따라 동물권과 관련한 일을 점검하고요. 카라의 정책기획팀에는 야생동물, 농장 동물·팜 생크추어리 담당자, 법 정책 담당자 그리고 제가 있어요. 여러 영역에 걸쳐 성명을 내거나 기자회견을 하는 등 그때그때 이슈에 대응하고 있어요. 동물 관련 사업은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림부) 소관이거든요. 그래서 카라는 농림부나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의견을 제출해요. 특히 국회랑 세종시 농림부에 많이 찾아갔어요.

회의가 대단히 많을 것 같아요.
아주 많아요. 일단 주간 팀 회의가 있고, 모든 활동가가 모이는 전체 회의를 한 달에 한 번 열고, 집행위원회 회의를 한 주에 한 번, ‘상평하계’라고 줄여서 부르는 상반기 평가 하반기 계획 회의, 연간 보고 및 계획 뭐 이런 식이죠. (그 외에 산발적으로도 있죠?) 그럼요. 예를 들어 갑자기 경주마 문제가 터지면 다른 시민 단체와 같이 연대해 대응을 제안하는 SNS 채팅방이 있어요.

카라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셨어요?
정치외교학을 전공했지만, 사실 그 분야에 크게 관심은 없었어요. 졸업하고 온라인 서점에서 잠깐 일했고요. 살다 보니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인천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했어요. 그러다 제가 동물 보호 쪽에 좀 더 관심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됐죠. 보통 환경단체에서는 천연기념물이나 멸종위기종 보호 활동을 주로 하거든요. 그런데 저는 일상에서 만나는 길고양이 같은 동물들에 대한 관심이 컸어요. 제가 열네 살 된 고양이와 반려하고 있는데, 동물이랑 같이 살다 보면 느끼는 것들이 있거든요. 어느 날 고양이를 보호하는 곳에서 봉사활동을 마치고 나오다 길고양이를 마주쳤어요. 실내가 아닌 야외에서 살아가는 길고양이도 만나고 조류와 같은 야생동물도 새롭게 인식하면서, 고양이에서 출발해 동물권에 대해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 거죠.

얼마 전 개 식용 종식 특별법이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어요. 활동가로서 법 정책 영역에서 목표한 결과를 이뤄내는 건 특별한 경험이죠?
아주 좋은 일이죠. 5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 했어요. 카라는 20여 년 전부터 개 식용 철폐 운동을 해왔는데, 이를 위한 법 제도가 전무했어요. 오랜 시간 카라와 뜻을 함께해온 시민과 회원들, 연대하는 단체가 있어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법제사법위원회랑 본회의가 남긴 했는데,(1월 9일 현재, 개 식용 종식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 편집자 주) 저희는 통과될 거라고 보고 있어요. 그러면 무척 감격스러울 것 같아요.

동물을 직접 만나는 현장에서 활동하는 건 현정 님에게 어떤 인상으로 남아 있나요?
우리가 구조할 수 있을 때는 큰 기쁨을 느껴요. 예를 들어 개를 도살하는 현장을 적발하고, 지자체에서 공무원이 나와 필요한 조치를 하고, 학대자에게 동물 소유권 포기 의사를 받아내서 구조한 동물을 카라 더봄센터에서 보호하게 되면 더없이 뿌듯하죠. 그 반면에 저희가 구조하지 못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고통받는 동물들을 보면 마음이 복잡해요. ‘예방적 살처분’이라는 제도가 있어요. 국내에서 조류인플루엔자가 매년 발생하다시피 하는데, 질병에 걸린 개체만 살처분하는 게 아니라 질병에 걸리지 않아도, 일정 범위 내에 있는 동물을 예방 차원에서 살처분하는 조치거든요. 2021년에는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한 농장 3km 이내 닭들을 예방 차원에서 살처분한 일이 있었어요. 질병에 걸린 개체보다 더 많은 수가 죽은 거죠. 어떤 농장의 살처분 현장에 간 적이 있는데, 주먹구구식으로 닭들을 죽이더라고요. 그때 트라우마가 생겼어요. 저는 그냥 봤을 뿐인데도요.

이 글은 '동물권행동 카라 조현정 정책기획팀장 (2)'에서 이어집니다.


글. 황소연 | 사진. 김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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