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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28A 컬쳐

MUSIC - 새로운 세련을 찾아서 │시간과 공간을 머금은 소리

2024.10.23

세련, 서투르거나 어색한 데가 없이 능숙하고 미끈하게 갈고닦음을 의미한다. ‘세련된’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 때 그것은 어딘가 잘 만들어진 동시에 매력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세련된 이들을 모아 한 달에 한 번씩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에 소개할 세 팀은 다음과 같다.


글. 월로비 | 사진제공. 포크라노스

〈ALIVE〉 수잔

‘스스로 그러함’, 혹은 ‘스스로 그러하다’. ‘자연’이라는 단어가 품고 있는 문자 그대로의 뜻이다. 싱어송라이터 수잔이 데뷔 7년 만에 발표하는 첫 번째 정규앨범 〈ALIVE〉는 그 음악의 시작부터 끝까지, 그리고 안과 밖 모두를 통해 자연과 자연스러움에 대해 노래하는 작품이다. 자연이라는 키워드가 상징하는, ‘주어진 것에 거스름 없되 주체적으로 삶을 대하는 태도’는 앨범 커버를 비롯하여 음악 곳곳에 녹아 있는 자연환경의 사운드와 노랫말 속 단어들을 통해 힘을 얻는다. 그리고 이는, 이번 작품을 전체적으로 휘감고 있는 수잔 특유의 한국적이면서도 동양적인 창법과 멜로디를 거쳐 듣는 이를 자연스레 설득한다. 여기에 다양한 악기들의 조합으로 탄생한, 종교적이라고까지 표현할 수 있을 만큼의 신비로운 분위기는 본인의 음악을 두고 “치유의 음악”이라 표현하는 아티스트 스스로의 소개에 고개를 끄덕이게끔 만든다.

〈하하하〉 송재원

그저 어떻게 하면 더 크고 강렬한 자극을 만들어낼지에만 혈안이 된 시대에 이토록 진득하게 빚어낸 포크 앨범이라니. 신예 아티스트 송재원의 첫 번째 EP이자 데뷔 작품이기도 한 〈하하하〉는 마치 대낮에 뜬 달처럼 있는 듯 없는 듯 서서히 시선을 붙잡고, 이내 억지스럽지 않게 귀를 사로잡는다. 여기 이 땅에 살고 있는 바로 지금의 우리를 지근거리에서 포착하고자 하는 시선은 송재원이 비로소 만들고 싶다고 전해 온 “한국적인 앨범”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다. 그래서일까, 기타 한 대와 목소리, 그 단출한 조합만으로 담아내는 다섯 가지 이야기의 온도는 너무 뜨겁지도, 그리고 너무 차갑지도 않은 우리의 체온을 닮아 있는 듯하다. 숨 쉴 틈을 내어주지 않는 삶의 속도를 앞에 두고 서두름 없이 그저 크게 한번 “하하하” 웃어넘기는 것. 슬픔과 한, 위로와 응원이 모두 담긴 그 미적지근한 웃음은 가장 지금의 우리를 위한 웃음일 테다.

〈Self Control〉 Marrakech

대체 불가능한 바이브로 꾸준히 디스코그라피를 쌓아온 듀오 Marrakech(마라케시)가 새 옷을 입고 돌아왔다. 지난 8월, 레이블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에 신규 아티스트로 합류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공식 발표했던 마라케시가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발표한 이번 싱글 〈Self Control〉은 경사스러운 소식 앞에서도 침착하게 평정심을 유지하되 결코 그 흥을 억누르지는 않는 특유의 리드미컬한 사운드의 건재함을 알린다. 묵직한 베이스 라인과 적재적소에 감초처럼 얹어지는 기타 리프, 그리고 담백한 보컬의 조화는 쉬이 찾아볼 수 없는 세련된 흥겨움으로 이어진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도 그 리듬에 홀려 어깨를 들썩이고 있을 정도로 음악 본질의 즐거움이 짙게 묻어나는 이들의 다음 행보가 기다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월로비 by 포크라노스

포크라노스는 현재 가장 새롭고 신선한 음악들을 소개하며, 멋진 음악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큐레이터이자 크리에이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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