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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27 커버스토리

넥스트 페이지 <밴드 너드커넥션> (2)

2024.10.11

글. 김윤지 | 사진. 백상현 | 헤어. 규빈 | 메이크업. 김민지 | 스타일리스트. 정소연

승원 씨가 내에서 검색을 담당하고 있다면 다른 멤버들은 어때요?

승원 다들 워낙 공사가 다망하신 분들이라 카톡 확인을 잘 안 하셔서 제가 답변을 재촉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영주는 이과임에도 불구하고 글을 굉장히 잘 써서 글을 담당하고 있고, 재현이는 영어 담당?

영주 연태 형은 저희 팀에서 기동성을 맡고 있죠.

연태 운전기사라는 거지?

영주 물론 그것도 있지만.(웃음) 저희가 뭔가 해야 할 일이 있을 때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끌고 가는 역할을 연태 형이 하고 있어요.

연태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최근까지도 팀 내에서 운전기사 역할을 도맡아 하고 있었어요. 정말 미터기 어플까지 깐 적이 있을 정도라니까요.(웃음)

영주 고해성사를 하자면 연태 형 차 타고 가다가 “기사님, 저기 골목에 내려주세요!” 이렇게 장난쳤던 적도 있어요. 진짜 택시 탄 것처럼.

연태 홧김에 자유로에 내려줄 뻔했죠.(웃음)

멤버 모두가 처음엔 취미로 음악을 시작한 걸로 아는데, 음악에 전념하게 계기가 있어요? 취미가 업이 되는 과정에서 걱정은 없었는지도 궁금한데요.

승원 제가 정신적으로 지쳐 있을 때 라디오헤드의 7집을 들으면서 위안을 얻었거든요. 또 저는 학교 가는 게 별로 즐겁지 않은 학생이었는데, 교양 수업에서 교수님이 피아노 연주하시는 걸 들을 때만큼은 기분이 좋았어요. 비록 취미로 시작했지만, 그런 순간마다 내가 음악을 정말 많이 좋아하는구나 느꼈고, 진지하게 음악 해보는 것에 대해 조금씩 생각해봤던 것 같아요.

영주 그전까지 연태 형은 운동을 하고 있었고 나머지 셋의 전공도 음악이랑은 완전히 다른 분야라 두려움이 앞서기도 했어요. 일단 호기롭게 시작은 했는데 주변에 음악 하는 사람이 없다 보니 어디 물어볼 데도 없고, 이게 맞는 건지, 잘하고 있는 건지 다 저희끼리 판단을 해야 해서 막막하기도 했죠.

연태 저는 오랫동안 운동을 해왔고 당시엔 체육관을 운영하고 있었거든요. 제대로 음악을 하려면 그걸 제로로 만들고 다시 시작해야 되는 거니까 솔직히 좀 무섭긴 했어요. 근데 그것보다 더 무서웠던 게 하고 싶은 게 생겼고 같이 할 친구들도 있는데 돈 걱정 때문에 시작을 못 하는 거였어요. 그때 제가 스물일곱 살이었거든요. 지금이 가장 젊을 때고 이때 아니면 언제 또 도전할 수 있겠냐는 생각이 들어서 다 접고 음악의 길로 들어서게 됐죠. 어차피 뭘 하든 늘 제로에서 시작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해낼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있었어요.

너드커넥션의 음악은 오아시스, 콜드플레이 같은 90년대 영국 밴드 사운드를 지향하고 있죠. 지금은 클래식이 장르고, 밴드 결성 당시 국내에선 비주류로 여겨지던 음악을 하는 것에 대한 고민은 없었어요?

재현 저는 한 번도 브리티시 록이 비주류라고 생각해본 적 없어요. 적어도 제 안에서는 그 장르가 항상 주류였고 이걸 주류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불쌍하다고 생각할 정도였거든요. 저는 줄곧 이런 음악만 들어왔으니까, 오히려 저한테는 힙합이나 케이팝 같은 장르가 비주류였죠. 연차가 조금씩 쌓이고, 내 안에서는 항상 주류로 여겨져왔던 장르가 비주류라는 걸 몸소 깨닫게 되면서 이런 생각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는 요즘이지만.(웃음)

영주 너드커넥션을 결성했을 당시에 지향했던 건 브릿팝이 맞아요. 사실상 지금도 뿌리는 거기에 있다고 볼 수 있고요. 근데 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게 뿌리는 어쨌든 뿌리일 뿐이지 거기서 자라나고 맺히는 열매나 이파리는 전혀 다른 성격을 띠기도 하더라고요. 저희가 아직까지도 브릿팝만 좇고 있다면 그에 대한 고민이 있겠지만,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면서 저희의 색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라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은 어느 정도 해소된 것 같아요.

처음 밴드를 결성했을 멤버들끼리 다짐한 목표나 꿈이 있었어요?

연태 거창한 목표나 꿈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저희가 첫 음원을 등록하면서 장난스럽게 했던 얘기들이 있어요. “이걸로 소주 한 병 사 먹으면 성공한 거 아니냐.”

영주 맞아. 저작권 등록하는 데 가서 사인하다가 “저작권료가 어느 정도 나와요?” 여쭤봤거든요. “아마 이 정도 플레이되면 천 원 정도 나올 거예요.” 하시길래 저희끼리 그럼 소주나 사 먹자고 그랬었죠. 좀 더 크면 국밥에 소주 먹자 이런 우스갯소리도 하고.

재현 저는 꿈은 클수록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아시아 록 밴드 최초로 그래미 어워드에서 상을 한번 받아보는 게 꿈이어서 옛날부터 주변에 늘 얘기하고 다녔어요. 요즘 한국에 드디어 ‘밴드붐’이 왔다고 하잖아요. 제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저는 밴드붐이 아니라 페스티벌 붐이 왔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과장된 목표로는 진짜 한국에 밴드붐이 왔을 때 그 주역이 너드커넥션이 됐으면 해요.

2018년엔 국내에서 열린 에머겐자 세계밴드대회 참가해 우승을 거머쥐기도 했죠. 당시 공연도 거의 해봤을 때라고 들었는데 무대에 도전하는 망설임은 없었어요?

연태 망설일 수도 없었어요. 크고 작은 무대인지를 떠나서 우리가 도전해볼 기회가 생겼다는데 어떤 무대건 무조건 해봐야겠단 생각뿐이었거든요.

승원 저희가 당시에 클럽 공연 같은 건 해본 적 없었지만, 음악을 취미로 하는 동안에도 공연은 정말 많이 다녔었거든요. 길바닥에서도 해보고 클럽 빌려서도 하고 심지어 횟집에서도 했었어요. 통기타 매고 돌아다니면서. 정말 열심히 했어서 무대에 대한 부담감은 크게 없었어요.

재현 멤버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전 그때도 떨렸고 아직도 무대에 서면 떨려요. 영주가 나한테 멘트를 시키면 어떻게 하지, 나한테 시선이 많이 안 쏠렸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하죠.(웃음) 항상 무대 하기 전에 오늘은 나한테 말 걸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는데 한 번도 들어준 적이 없어요.

이 글은 "COVER STORY - 넥스트 페이지 <밴드 너드커넥션> (3)"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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