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김여행입니다. 이렇게 시작하는 건 처음인 것 같네요. 한 번쯤 편지처럼 띄워보고 싶었거든요. 반갑습니다. 잘 지내시죠?
2020년 9월에 ‘디저트가 필요한 순간’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를 시작했어요. 첫 이야기는 서교동에 있었던 구움과자 가게 ‘오흐 뒤 구떼’였는데 그때의 원고 제목이 그대로 연재 타이틀이 되었어요. 덕분에 ‘디저트가 필요한 순간’이라는 타이틀을 볼 때마다 처음 연재했던 때가 생각나 내내 뜻깊기도 했답니다.
그저 디저트와 가게를 소개하는 정보성 글보다는 진실로 제가 만났던 곳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애정을 갖고 방문하던 가게를 위주로 그곳에서 경험했던 디저트의 맛과 공간의 분위기, 사소하지만 저에게는 인상 깊었던 기억을 곱게 엮어보고 싶었습니다. 제게 있어 디저트 그리고 디저트 가게는 단순한 음식과 음식점을 넘어 늘 관심을 갖고 응원하는 대상이거든요. ‘덕질’이라고도 표현하지요. 물론 저 또한 디저트를 통해 항상 응원과 위로를 받고 있기도 하고요. 그런 마음을 글로써 꼭꼭 눌러 담고 싶었습니다. 혹시 이런 의도가 잘 전해졌을까요? 부디 그랬기를 바랍니다.
그동안 글로 옮겼던 가게 중 아쉽게도 이제 운영을 하지 않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여전히 만날 수 있어요. 첫 이야기였던 오흐 뒤 구떼도 당시 서교동에서 지금은 연남동으로 자리를 옮겨, 더 아름답고 맛있는 구떼로 가득하고요. 서울에 있던 ‘월간상회’는 빵의 도시, 대전으로 이사를 가서 ‘곳간집’이라는 상호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어요. ‘랑꼬뉴’도 잠시 문을 닫았다가 작년 즈음부터 도산공원 근처에 새로이 프랑스식 아이스크림 가게로 문을 열었고요. 빅토리아 케이크가 예술이었던 ‘코닉’도 ‘유나’로 새로이 문을 열어 다양한 향신료를 이용한 디저트를 판매하고 있어요. ‘올레무스’도 이전과 멀지 않은 곳으로 이전해 ‘카페 마’에서 좀 더 친근하면서도 언제나처럼 특별한 디저트로 만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너무나 사랑하는 껠끄쇼즈, 르페셰미뇽, 쇼콜라디제이, 녹음제과, 꼼다비뛰드 등등. 같은 자리에서 오랫동안 영업 중인 가게도 많습니다. 유행이 빠르게 변화하는 우리나라에서 2~3년 가게를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꾸준히 변치 않고 곁에 있어주는 디저트 가게들이 있어 든든한 마음이기도 해요.

진심으로, 감사해요
처음에는 과연 얼마나 연재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기도 했어요. 새로운 곳이 아니라 자주 가던 곳, 좋아하는 곳을 위주로 이야기하려고 하다 보니 그런 가게가 내게 많아 봐야 30곳은 될까 싶었죠. 그래도 한 달에 한 번, 30곳을 쓴다고 하면 2년 반이라는 시간이니 일단 해보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안 하고 후회하느니 하고 후회하는 게 나으니까요. 결론적으로 만 4년을 훌쩍 넘기고 50여 곳의 이야기를 쓸 수 있었습니다. 연재를 하는 동안에도 좋아하는 마음이 고여 제 보석함도 차곡차곡 쌓였던 덕분에요. 사랑하는 마음만 있다면 그곳에는 끝이 없다는 걸 덕분에 알게 되었네요.
마음 같아서는 그동안 이야기했던 가게 목록과 근황 코멘트와 함께 쓰고 싶지만, 다소 길어질 것 같아 언제나 그랬듯 사진으로써 갈음합니다. 더불어 늘 따뜻하고 반가운 시선으로 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려요. 종종 주변을 통해 《빅이슈》에 실린 글과 사진을 잘 봤다는 말을 들으면 아이처럼 뛸 듯이 기뻤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해요.
순간이라는 말을 참 좋아합니다. 하나하나의 순간이 모여 쌓이면 그곳에 의미가 생기니까요. 누군가에게도 〈디저트가 필요한 순간〉이 조금이나마 즐거운 의미로 남는다면 여한이 없겠습니다. 저에게는 그 모든 순간이 눈부셨거든요. 그럼 우리 분명 다시, 또 만나요.

* 이번 호를 끝으로 ‘디저트가 필요한 순간’은 연재 종료됩니다. 그동안 이 코너를 사랑해주신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글 | 사진. 김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