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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33 스페셜

SPECIAL - 인풋&빌드업으로 읽는 자기계발서

2025.04.23

바나나에게 리드줄을

자기계발서 코너에 몇 년째 같은 책이 베스트셀러인 것 같다면, 부단한 노력과 성공을 주제로 하는 책이 아닌 작은 인풋을 모아 계단 하나하나를 밟는 빌드업으로 독자에게 다가가는 책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 실제 업무에 반영할 만한 회의 진행 방법이나 재산 모으기와는 거리가 멀지만, 나를 계발하는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나이가 아닌 인간으로 읽어낸다면

서점엔 ‘청소년 자기계발’이라는 카테고리가 있다. 10대들이 성장기에 겪는 다양한 고민과 시행착오에 조언하는 책들이 모여 있는데, 성인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책들이 있다. 편견을 내려놓고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청소년의 마음을 위해 쓰인 〈내 맘에 드는 내가 되고 싶어〉(혼다 히데오 지음, 오유아이 펴냄, 2024)에선 책 속 조언이 ‘자기 합리화’로 일컬어지는 ‘정신 승리’가 아닌 멘탈 관리라고 강조한다. 정신 승리는 보통 비웃음과 홀대의 대상이다. 혼자만의 빌드업으로 자신에게 긍정적인 요소만 골라 이해한다는 조롱을 받는다. 그런데 정말 모든 정신 승리가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일까? 책에 나온 예시를 활용해보자. 친구들에게 다가가 같은 주제로 말을 하면 언제나 상황이 어색해진다. ‘다들 할 말이 없었을 거야’, ‘마침 대화가 끝나갈 상황이었겠지’.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질문들은 단지 마음의 급한 불을 끄는 데에 쓰이고 답답하고 초조한 마음을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저자는 나 자신이 누군지 알고 나다운 방식으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친구가 생기는가 안 생기는가 하는 문제는 생활의 결과이지 목표가 아닙니다”, “사람들은 흔히 ‘아직 노력이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 장에서 계속 말했듯이, 실제로는 노력이 부족하다기보다 ‘자신에게 안 맞는 방식’이었을 수 있습니다.” 나를 부정하게 되는 생각의 꼬리물기가 아니라, 건강한 방식으로 나를 받아들이게 되는 책을 통해 조금은 마음을 편하게 가져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호구가 아닌 선의

양보하고 배려하는 일은 그 가치를 쉽게 의심받곤 한다. 특히 한국에서 ‘호구’가 되는 건 치명적인 일로 여겨진다. 그런데 〈기브앤테이크〉(애덤 그랜트 지음, 생각연구소 펴냄, 2013)의 저자는 선의를 베푸는 일이 무조건 약점이 된다는 통념에 반박한다. 능력, 성취동기, 기회에 따라 빠르고 대담한 선택을 하는 이들도 물론 성공할 수 있지만, 타인을 위해 헌신적으로 베푸는 ‘기버(Giver)’ 중에도 성공을 차지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만약 누군가가 당신에게 “5분만 타인을 위해 투자하라.”고 말한다면 어떨까? 무언가를 얻어내기 위함이 아니라 더 많이 베풀기 위한 선택을 하는 건 언뜻 쉽지 않아 보인다. 저자는 이것이 단지 ‘좋은 사람’이라는 칭찬이나 상대의 호의적인 리액션에 그치지 않고, 비즈니스에서의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더불어 이러한 특성이 ‘착하다’고 묘사되는 것에도 반박한다. 책에 따르면 이들은 철저히 이득을 고민하고, 친절과 아량을 베풀어서 얻을 성공의 로드맵을 계산한다.

독해야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베풀어야 사다리 꼭대기를 차지한다는 논리 전개는 매력적이다. 베푸는 경험이 약점으로 남아 호의를 건네기 꺼려지는 이들에게 전하는 유용한 조언도 있어 체크하면 좋다. 일, 나아가 인간관계에서 협력을 자처하는 기버는 어떻게 성장할까. 선의라는 인풋이 인간을 어떻게 변화하게 하는지, 무엇보다 어떻게 빠르고 정확하게 성공의 위치에 올려주는지 읽어보길 권한다.


자발적 불편함이 몰고 올 변화

이제는 성공이 뭔지 모르겠다. 사회경제적 성취를 말하는 대부분의 자기계발서는 가만히 있으면 인생은 바뀌지 않는다고 말한다. 어떻게 바뀌어야 성공하는 것일까. 왜 바뀌어야 할까. 그래서 극적인 성공을 말하지 않는 책을 찾다가 〈바나나 산책시키기〉(벤 알드리지 지음, 혜다 펴냄, 2024)를 발견했다. 이 저자도 인생을 ‘뒤바꿔놓을’ 방법을 제안하지만, 돈이나 명예 등의 변화라기보다 자신만의 일상 동선을 찾아낸 사람의 이야기로 보였다.

어느 날 저자에게 찾아온 공황장애로 일상이 산산이 부서진다. 주위의 모든 것이 자신을 위협한다고 느끼던 찰나 저자는 ‘스토아철학’을 만난다. 스토아주의를 바탕으로 만든 도전 목록들은 기상천외하기도 하고 드라마 에피소드 같기도 하다. 얼음물에 뛰어들기, 침을 맞으며 침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기, 바닥에서 자기, 이유 없이 긴 줄에 합류하기. 인생에서 벌어지는 일 대부분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다고 보는 스토아학파는 결과는 정할 수 없지만, 그 사건에 어떻게 반응할지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저자는 ‘자발적 불편함’을 실천한다. 수치심을 깨뜨리기 위해 채소나 바나나를 산책시키고, 우스꽝스러운 차림을 자처한다. 의외의 방법을 실행해 몸과 마음에 평정심과 회복력을 주입해보기를 추천하는 것이다. 인생을 뒤바꿀 열 가지 방법 중 아홉 번째 방법,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에 눈길이 갔다. 죽는다는 사실이 공고하기에 자포자기하라는 것이 아니다. 가진 것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적당하게 ‘이 정도면 됐지’가 아니라 하루하루를 온전히 느끼라고 저자는 말한다.

글. 황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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