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밀에 기대어〉
허진이 지음, 파지트 펴냄
태어나 성인이 될 때까지 19년을 보육원에서 보낸 저자가 들려주는 자립준비청년들의 생생한 이야기다. 자립준비청년은 아동양육 시설, 공동생활 가정, 가정위탁 등의 보호를 받다가 만 18세 이후 보호가 종료되어 사회로 나와 자립을 준비하는 청년을 말한다. 저자는 보육원을 퇴소한 뒤 혼자 생활하며 대학을 졸업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해 아기를 낳고 부모가 되기까지의 경험을 들려준다. 부모가 앉지 않은 양가 혼주석, 친인척 대신 보육원 식구들이 채운 결혼식 사진 등 조금 다르지만, 최대한 이상해 보이지 않는 결혼식을 치르려 노력하고 아기가 찾아왔단 사실을 알게 된 뒤 보통 가정의 모습은 어떤지 몰라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지 고민한다. 하지만 반대로 부모에 대한 기준이 없어 오히려 나만의 방식으로 아이에게 순수한 사랑을 줄 수 있음에 용기를 얻는다.
아직도 말 안 듣는 아이를 혼내며 “고아원에 확 버렸어야 했는데”라거나 “부모도 없는 주제에”라는 말이 들려오는 한국 사회에서 자립준비청년들은 어엿한 성인으로 홀로서기 위해 지금도 어디선가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들에게 위로와 힘을 주기 위해, 이들이 좀 더 따뜻한 세상에서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저자는 한껏 용기 내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이 이야기들은 자립준비청년들을 이해하고 편견 없이 바라보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명랑한 유언〉
구민정‧오효정 지음, 스위밍꿀 펴냄
〈1박 2일〉 〈슈퍼맨이 돌아왔다〉 〈불후의 명곡〉 〈오늘부터 무해하게〉 등 방송 콘텐츠를 12년간 만들어온 KBS 피디 구민정, 〈히든 싱어〉 〈크라임씬〉 〈구르미 그린 달빛〉 〈이태원 클라쓰〉 〈지구 위 블랙박스〉 등의 작품에서 일했던 오효정 피디가 함께 펴낸 책이다. 그들이 참여한 콘텐츠 목록에서 알 수 있듯 이들은 타고난 일머리와 센스, 성실함으로 자신을 ‘갈아 넣어’ 일해온 연출자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그렇게 사랑하던 방송 일을 멈출 수밖에 없는 일이 일어난다. 31세 오효정에게 내려진 위암 4기 진단.
그들의 전력 질주 방향은 순식간에 바뀐다. 항암과 간병으로. 피를 나눈 가족보다 더 지극정성으로 효정을 돌보는 민정과 그런 돌봄에 힘입어 항암을 견뎌내고 힘을 내는 효정. 한집에 살며 함께 밥을 해 먹고 생활하며 틈틈이 여행도 하며 치유의 나날을 채워간다. 그들은 말한다. 절망은 피할 수 없지만 그 안에 갇혀 있을 필요는 없다고, 우리는 다시 명랑해질 수 있다고, 삶이란 누구의 것도 아닌, 온전히 나 자신의 것이라고.
“힘든 날은 덤덤하게 지나 보내고, 행복한 날은 말랑말랑한 마음으로 실컷 즐기렴! 매년 건강 검진 꼭 받고. 80퍼센트만 열심히 살아. (…) 20퍼센트는 꼭 휴식에 쓰렴.” 효정이 동생에게 쓴 유언장에 나오는 말이다. 비단 효정의 동생만이 아니라 독자 모두 새겨들을 만하다.
글. 안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