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가까이 된 시리즈라서 전 편의 기억이 가물가물한다면?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주요 명장면을 갈무리하는 것만으로 이전 편의 기억을 소생시킬 수 있는 프랜차이즈다.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을 보기 전에 되새김해야 할 이미지들을 정리해보았다.
글. 임수연

시리즈를 관통하는 공중 곡예 신
작전 수행 중 동료들이 사망하고 혼자 살아남았다는 이유로 내부 배신자로 몰린 에단 헌트. 그는 동료들을 죽인 자를 직접 찾아내기 위해 CIA 본부에 접근해 NOC를 빼내는 불가능한 임무에 도전한다. 와이어에 의존해 찍은 공중 곡예 시퀀스는 이후 시리즈에도 비슷한 구도로 반복되어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이 연출한 1996년 〈미션 임파서블〉에 오마주를 바쳤다. 처음 이 신을 테스트 했을 때는 천장에서 하강할 때 무게중심이 맞지 않아 계속 바닥에 얼굴을 부딪쳤다고 한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톰 크루즈는 주머니를 비우고 발가락에 영국 파운드 동전을 끼워 넣는 방식으로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 CIA 본부 컴퓨터 보안실을 책임지던 윌리엄 던로(롤프 색슨)는 NOC 유출 사건 이후 알래스카의 한직으로 좌천돼 수십 년을 보낸다. 이번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에 오랜만에 재등장한다.

안구의 0.625㎝ 앞까지 다가온 칼
오우삼이 연출한 〈미션 임파서블 2〉는 과잉의 슬로우모션 등 그의 강력한 인장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시리즈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이질감이 느껴진다는 이유로 팬들에게 ‘시리즈의 무덤’이라고 종종 폄하되지만, 개별 작품만 놓고 보면 중간 이상의 재미를 보장한다. 특히 2편의 메인 빌런 숀 앰브로스(두그레이 스콧)와의 육탄전 끝에 칼끝이 안구의 0.625㎝ 앞까지 다가오는 신이 인상적이다. 톰 크루즈는 직접 스턴트 연기를 하겠다고 자진했고, 현장에 가짜 칼은 없었다. 칼을 케이블에 연결한 뒤 머리 위 막대에 꽂아 눈알 바로 앞까지 접근시키는 방식으로 찍었다. 케이블이 미끄러지거나 톰 크루즈가 움직였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촬영이었다. 영화 만들기에 목숨을 거는 톰 크루즈의 대범함은 이후 시리즈에서 더욱 본격화된다.

최고의 멜로드라마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주요 명장면들은 톰 크루즈의 신체 능력을 발휘한 액션 시퀀스인 경우가 많지만 〈미션 임파서블 3〉에는 그의 뛰어난 감정 연기를 재평가할 수 있는 신이 등장한다. 에단 헌트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평범한 일반인 줄리아와 약혼하지만 첩보물의 클리셰는 로맨스가 순탄하게 흘러가게 만들지 않는다. 줄리아의 목숨을 구하느냐, 토끼발의 행방을 적에게 알려주느냐 기로에 선 에단 헌트의 혼란스럽고 극단적인 감정은 〈미션 임파서블 3〉의 오프닝 그리고 클라이맥스에 두 번 등장해 긴장을 고조한다. 최고의 액션 스타가 되기 이전에도 〈레인맨〉 〈제리 맥과이어〉 등에서 호연을 펼쳤던 그가 시리즈 최고의 멜로드라마를 선보인 순간이다. 이후 후속편에서 소식이 끊겼던 줄리아는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에 다시 등장한다.

지상 스턴트 미션 클리어 후 하늘로 간 톰 아저씨
더 이상 지상에서 할 스턴트가 남아 있지 않았던 걸까. 톰 크루즈는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에서 이륙하는 비행기에 매달리는 공중 스턴트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군용 수송기 ‘A400M’가 활주로를 전력 질주하고 지상 1.5㎞ 높이까지 날아오르기까지 톰 크루즈는 비행기 날개에 매달려 여덟 번의 촬영을 감행했다. 풍속의 강도와 변화가 워낙 셌기 때문에 자신의 눈보다 더 큰 렌즈를 착용하고 뼛속 깊이 파고드는 추위를 견뎌야 했다.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부터 화제가 된 비행기 신은 영화 초반부에 화끈하게 공개된다. 반군들이 보유하던 생화학 무기를 회수하는 미션이었다. 이후 영화에는 톰 크루즈가 6분 넘게 물속에서 숨을 참는 특수 훈련을 받으며 완성한 수중 시퀀스 등 더한(?) 장면들이 등장한다.

시리즈를 관통하는 공중 곡예 신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은 시리즈가 톰 크루즈의 본격적인 스턴트 차력쇼가 되기 시작한 분기점이다. 특히 막 완공을 끝낸 부르즈 할리파 건물에서 촬영한 고공 액션이 화제가 됐다. 러시아 크렘린궁 폭발 테러 사건 이후 미국 정보는 IMF의 존재를 부정하는 고스트 프로토콜을 발동하고, IMF 국장은 죽기 직전 에단 헌트에게 핵전쟁을 막으라는 미션을 부여한다. 핵발사 코드가 거래되는 현장에 잠입해 중간에 바꿔치기한다는 위험천만한 전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두바이 호텔 서버실에 직접 접근해야 한다. 그가 부르즈 할리파 건물에 매달리게 된 배경이다.
제작진은 CG를 통해 실제 건물과 합성하는 촬영 방식을 제안했지만 톰 크루즈는 실제 건물에서 촬영을 자청했다. 안전한 촬영을 위해 제작진은 헬리콥터를 타고 사전 비행을 진행해 배우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안전거리를 체크하고 바람과 안개 등 변수를 확인하는 철저한 프리 프로덕션을 거쳤다. 또한 부르즈 할리파 건물의 실제 온도와 훈련 유리 외벽의 온도를 맞춰 스턴트 연습을 진행했다. 그렇게 부르즈 할리파에 매달리고 달리고 점프하고 창문을 깨고 들어오는 연기를 직접 소화하는 데 성공한 톰 크루즈가 건물 꼭대기에서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얼굴로 찍은 기념사진이 화제가 됐다.

7600m 상공에서 시속 321㎞로 100번 이상 뛰어내리기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의 메인 빌런이 솔로몬 레인(숀 해리스) 그리고 같은 편인 줄 알았던 어거스트 워커(헨리 카빌)라는 사실이 드러난 후 이들은 인도 카슈미르의 의료 캠프로 도주한다. 에단 헌트는 핵폭탄 기폭 장치를 작동시킨 뒤 헬리콥터를 타고 떠나는 워커의 뒤를 쫓는다. 톰 크루즈는 헬리콥터에서 고공 점프, 절벽으로 이어지는 액션 시퀀스를 소화하기 위해 아예 낙하산 무대의 침투 방식 중 하나인 헤일로 점프를 배우게 된다. 높은 고도에서 뛰어내려 낮은 고도에 착지, 공중에서 목적지에 잠입하는 액션이다. 톰 크루즈는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의 촬영을 위해 배우 최초로 헤일로 점프에 도전한다. 그렇게 톰 크루즈는 7600m 상공에서 낙하산을 메고 시속 321㎞의 속도로 100번 이상 직접 뛰어내렸다.

기차에서 할 수 있는 액션의 모든 것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의 후반 50분은 기차에서 벌어지는 고난도 액션 시퀀스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단지 액션만 훌륭한 것이 아니라 촬영지 노르웨이의 자연 광경이 잘 어우러져 아름다운 명장면들이 탄생했다. 물론 에단 헌트는 기차도 평범하게 오르지 않는다. 오토바이로 전속 질주한 뒤 높은 절벽에서 뛰어내려 낙하산을 펼친 뒤 달리는 기차 창문을 통해 침입한다. 이후 기차 위에서 펼쳐지는 에단 헌트와 가브리엘(에사이 모랄레스)의 육탄전은 27년 전〈미션 임파서블〉의 피날레 전투, 프랑스 고속철도 터널 액션을 오마주 해 시리즈의 오랜 팬들에게 쏠쏠한 재미를 안겨줬다.
임수연
미디어 업계 전반을 취재하며 다양한 심층 리포트를 써온 미디어 저널리스트.〈아이즈〉취재기자와〈씨네21〉취재팀장을 거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