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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15 인터뷰

여성 주택수리 서비스 라이커스

2019.11.22 | 고장난 집, 여자 수리기사를 부르세요


변기가 고장 나거나 하수도가 말썽이거나 문이 망가지거나, 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집을 수리해야 한다. 혼자 오래 살다 보면 여자 혼자서도 자잘한 고장은 고칠 수 있지만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면 수리 업체를 불러야 한다. 그럴 때마다 여자들은 고민한다. 수리공은 분명 남자일 텐데, 혼자 사는 집에 낯선 남성이 들어오는 것이 망설여지는 것이다. '여성을 위해, 여성이 만든 여성 주택수리 서비스'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있는 '라이커스 LIKE-US'는 여성의 직업 선택권을 넓히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젠더프리 브랜드 메이커' 왕왕(WANG WANG) 의 브랜드다. 정식 서비스 오픈 전, 집수리 체험단 신청이 빠르게 마감되며 인기를 얻었다. 여성들이 중심이 된 라이커스 서비스는 집수리 의뢰를 어렵게 느끼던 많은 이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갔다. 아동복 브랜드, 사내 어린이집, 공구 편집숍 목공카페까지.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할 것도 너무 많은 라이커스의 마치(march 본명 안형선) 와 소피(sophie 본명 이소연)를 만났다.


라이커스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마치
라이커스는 여성 수리기사분들이 여성 가구원이 계시는 곳으로 출장을 나가서, 주택수리를 하는 서비스라고 보시면 된다. 저는 라이커스 서비스의 전반적 운영 및 경영을 담당하고 있고, 이 브랜드를 만든 왕왕을 이끌고 있는 대표이사 안형선이다.


소피 왕왕은 라이커스라는 주택수리 브랜드뿐만 아니라 비저블로visiblo 라는 여성물류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우리의 소셜 미션은 '성역할 고정관념 개선'이다. 그동안 여성들이 진출하지 못했던 일자리 분야에 여성들의 일자리를 만들고,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저는 브랜드 디렉터, 디자인 및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기획을 하고 있는 이소연이다.

'성역할 고정관념 해서'를 기업에서 목표로 잡았다는 점이 새롭다. 이를 결정하기까지의 과정이 있었나.
마치
이전에 택배회사에서 일했다. 전공 공부를 통해 물류에 흥미를 느껴 취업을 했지만, 면접 및 업무에서 차별 대우를 경험했다. "여자들은 이런 일하기 힘들지 않냐."는 질문들이 있었다. 여자라서가 아니라, 이 업무 자체가 힘들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퇴사 후 소셜 벤처를 육성하는 창업교육 프로그램에 들어가면서, 이 이슈를 인생에서 해결하고 싶은 사회문제로 인식하게 되었다.


소피 평소 경력단절 여성에 관심이 많았다. 경력단절 여성들의 일은 거의 마트 서비스직, 관리자 급이 아닌공장 업무 등이다. 왜 여성들에게 주어진 일이 한정적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성별임금격차 등 여성노동 이슈에 관심이 많으실 것 같다. 최근 가장 관심 있는 여성 이슈가 있다면.
소피
최근에 부산에서 한 남성이 중고가구 매매 과정에서 1인 가구여성을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가격을 깎아주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여성이 주거 환경의 침범을 받고 있는 현실이다.


마치 굳이 하나의 예를 들 필요 없이, 고유의 업무 능력에 대해 평가하지 않고, 여성과 남성의 임금 격차가 심각하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 현상이다. 그런 사회 분위기에 우리가 한 획을 긋고 싶다.(웃음)

라이커스가 깨고 싶은 편견과 맞닿아 있는 것 같다.
정식서피스 런칭 전, 많은 사람들이 주택수리 체험단을 신청했고, SNS반응이 굉장히 긍정적이다.
출장 현장에서 느끼기엔 어떤가.

마치 기존 집수리 산업이 가지고 있는 문제가 있었다. 비용이 명확하지 않았고, 어디가 어떻게 고장 났으며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앞으로의 유지 보수 및 관리를 위해 거주자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었다. 이런한 불투명함이 서비스에 대한 신뢰를 잃게 했다. 이런 불편함을 ㅐ선하고 싶었다. 수리를 통해 완전히 해결이 어려운 지점에 대해선 소비자가 결정할 수 있도록 설명했다. 하길 잘했다는 생각도 들고, 앞으로 할 것이 많겠다는 생각도 든다.


소피 반응이 좋아서 좋지만, 그게 전부일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우리 서비스의 결을 어떻게 보여줄지가 핵심인 것 같다.


현장에서 저희가 방문할 때부터 긴장하지 않고 맞아주신다. 편안함이 느껴진다.
마치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 등, 한국에서 주거안전에 대한 여성관련 이슈가 쭉 있어왔다. 대개 여성들이 그동안 집수리 의뢰를 통해 겪어왔던 불편함과 궤를 같이한다. 수리기사들이 모두 남성들이고, 친절하지도 않고 무섭다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있음을 알고 있었다. 이런 문제를 여성들의 일자리를 통해서 해소하면 좋겠다는 것으로 생각이 정리됐다. 실제 현장에 나갔을 때 여성이 와서 너무 좋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여자분들이 와서 사적인 질문을 하지 않고, 집 안을 둘러보며 불편함을 느끼게 하지 않아서 좋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 우리가 생각했던 남성 중심적 산업 구조의 문제에 고객들도 공감하고 있음을 다시 깨달았다. 어떤 분은 수리에 시간이 걸리자, 저희에게 수리를 맡기고 아예 외출하셨다. 그런 신뢰를 보여주는 걸 보면서 여성이기에 가능한, 믿음에 부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소피 서비스 후기 중 그런 내용이 있었다. 초인종을 누르고 화면 앞에서 저희가 웃고 있었는데, 웃고 있는 우리의 얼굴을 보자마자 모든 게 안심이 되셨다고 했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그동안 내가 얼마나 불안한 서비스를 받았는지 깨달으셨다고 한다. 또 어떤 분은, 집 안에 여성 수리기사가 있는 것이 너무 낯설어서, 자신이 얼마나 성역할 고정관념 노출 되어있었는지 깨달았다고 하셨다.

취미 등 일상생활이 라이커스 서비스를 만드는 데에도 영향을 미쳤을까.
마치
라이커스를 만들면서 어렸을 때를 떠올리게 되었다. 유소년기 취미가 공구함 정리하기였다. 일부러 열어서 못 사이즈 정리하고 그렇게 만져본 것이 다 경험이었던 것 같다. 어렸을 때의 경험이 정말 중요하다. 고정관념을 갖지 않고 만져보고 시도하는 경험들. 우리 세대 여성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고, 앞으로 자라날 여자 어린이들에게도 도움을 주고 싶다.

남성 중성적 영역으로 인식되어온 주택수리 업계를 헤쳐나가기 위해,
라이커스가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

마치 한마디로, '서비스'다. 가장 신경 쓰고 힘을 주는 부분이 의사소통 능력이다. 한 명의 기술자로서 업무를 하는 데에는 기술 숙련도도 필요하지만 우리의 가치를 전달하려면 대인대처능력이 필수이다. 똑같이 기술을 수행했어도, 어떻게 설명하느냐에 따라 서비스의 가치가 달라진다. 단순히 남성이 일하던 모습을 여성으로 변화시킨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서비스, 잘 갖추어진 서비스라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또 일하는 부분들도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하고자 한다.

공구 활용의 일상화를 위해, 여성들이 생활 속에서 시도해볼 수 있는 것을 추천한다면.
소피
DIY 가구 같은 것을 사시면 좋다. 이케아 건 설명서가 어렵고.(웃음) 설명서가 잘 만들어진 가구를 사서, 핸드 드라이버 등으로 뭔가를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드릴을 써보는 것도 좋다. '위잉~' 하는 소리를 들으면 성취감이 생긴다. 나사를 들여다보고, 설계도를 보고 실습하면, '어, 이거 재밌는데? 다른 것도 해보고 싶다.'고 느끼게 되고, 자신감도 생길 것이다.

현장에서 기술자로 일하는 여성 선배를 찾기 매우 힘들다고 들었다.
여성 주택 기술자는 어느 정도로 드문가.

마치 정말 전통적 성역할 고정관념의 흐름에 따라 진행됐다고 생각한다. '남성은 힘이 세다.' '여성은 손이 꼼꼼하다.'는 식의. 알아보니, 도배 같은 경우 상대적으로 힘이 덜 요구되고 섬세한 작업일 것이라는 업계의 인식이 있었다. 타일도 예전에는 크기가 작아서 '섬세함이 필요한 분야'로 인식되어 여성들이 많이 작업했었는데 요즘엔 타일이 크고 무겁다 보니 남성이 일하면 더 효율적이라는 인식이 있다. 그래서 여성분들이 타일 시공 구직 시장에서 잘 채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소피 보통 경력단절 과정과 비슷하다. 여성은 결혼과 출산을 하면 복귀하기 힘들다. 경력에 공백이 있는 사람에 대한 신뢰가 없다. 두 번째로, 같은 직업에서 남성과 여성 중, 남성이 가장이라는 인식 때문에 더 많이 채용된다. 여성도 돈 벌어서 아이들 학원 보내고, 양육하는 등 가장 역할을 수행하는데도 말이다. 찾아보려고 하니, 아예 오랜 분들 빼곤 10년 차 이상 경력자는 거의 안 계신다. 중간이 없는 거다. 도배를 30년 동안 하신 분이 계신다, 이분이 회사 소속이 되니 AS만 맡고 계신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남성이 늘 중심이 되고 여성은 보조역할을 하는 것을 넘어서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다.

여성 직업인들에게는 종종 완벽주의가 강요된다.
여성들이 실수할 수 있는 경험이 보장되는 기회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지.

마치 저희가 이번에 타일 시공을 하나 했다. 타일기능사자격증을 가진 분이 처음으로 현장에 나가신 경우였다. 기존의 회사라면 초보라는 이유로 임금깎고, 돌발상황을 모두 책임지도록 했을 것이다. 저희도 물론 조심스러웠지만 "일단 가서 해보시라. 만약 문제가 생기면,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자."고 말씀드렸다.


소피 고객의 집을 실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전문 능력을 가진 이를 포함해, 사람은 언제나 실수를 할 수 있다. 기존의 집수리 영역은 도제 시스템으로 돌아간다. 이 시스템 안에선 한 사람이 자신의 역할을 하기까지 몇 년이 걸린다. 우리는 이 몇 년을 없애고 싶다. 실수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린다는 건, 만약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회사와 의논해서 함께 처리하자는 것이다. 기사분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의지다.


마치 기존의 도제 시스템은 불합리하다. 허드렛일을 시키고, 기술적 순력을 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성장 자체도 더딜 수밖에 없다. 배운 만큼 활용할 수 있도록 해드리고 싶다. 실패든 성공이든 경ㅎ럼 자체를 늘리고 싶다. 그러기 위해 존재하는 게 회사라고 생각한다.

성차별화된 직무 영역에서 여성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아직도 많은 건설 현장의 여성 노동자들이 열악한 시설 속에서 일하고 있기도 하고 라이커스가 만들고 싶은 여성 노동자들의 일터는 어떤 모습일까.
마치 기술기능직을 '막일'이라고 칭하거나, 쉬운 일, 힘만 가지고 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있다. 직업 자체에 대한 사회인식을 개선하고 싶다. 전문 기술과 경험을 가진 고도화된 서비스로 인식되면 좋겠다. 사회적으로 이 직업에 대한 존중이 생겼으면 한다.

소피 일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니, 같이 모여서 대화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라이커스는 서로 별칭으로만 부른다. 직함을 부르면서 나오는 권위의식이 있는데, 단순히 영어 이름으로 부른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다. 별칭은 상징인 거고, 우리는 동등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존재라는 인식이 실현되는 것이 목적이다.

마지막으로, 라이커스가 꾸는 꿈은 무엇일까.
소피 저희의 꿈은 강남에 사옥을 세우는 것이다. 그리고 그 멋진 건물을 세우는 주축이 여성 노동자들이면 좋겠다. 몇 층이든 상관없다. 건설 현장에 가면 여성 노동자들을 위한 탈의실, 화장실 등이 없다. 그런 것들이 갖추어진, 여성들이 일하기 좋은 건설 환경을 마련하고 싶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꼭 할 것이다.

황소연
사진 박예담
사진제공 라이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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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FM 장성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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