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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20 커버스토리

세 권의 <작은 아씨들>

2020.02.10

역자 공보경, 윌북

루이자 메이 올컷의 <작은 아씨들>은 미국에서 1868년 출간됐다. 이후 아동 명작으로 선정된 이 책은 인기리에 제2부가 출간되었으며 15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소설이다. 아주 많은 소녀들이 어린 시절 '세계명작집' 중 한 권으로 이 책을 접했을 것이다. 나 역시 딱 보기에도 지루해 보이는 <전쟁과 평화> <죄와 벌>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등등의 두꺼운 명작선에서 가장 먼저 뽑아 든 것이 <작은 아씨들>이었다. 무슨 이유로 <작은 아씨들>처럼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고루 읽히는 청소년 대상의 서적과 톨스토이의 소설이 뒤죽박죽 섞여 있었는지조차 기억이 흐릿하다. 어쨌든 엄마가 책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생활비를 쪼개 방문판매 아저씨에게 구매…했던 것은 아니었고, 아빠의 부유한 친구 딸이 버린 책을 엄마가 주워다 내게 주었다. 비록 누가 읽던 책이었지만 스무 권이 넘는 새 책이 생긴 것이 마냥 기뻤던 가난한 집 소녀가 펼친 책의 첫 문장이 "가난한 건 정말 싫어!"였다니. 가난한 크리스마스가 지긋지긋하다며 투덜대는 서양의 네 자매 이야기는 바로 나를 사로잡았다.

한국에서도 <작은 아씨들>은 서로 다른 번역본으로 다양한 판형과 디자인으로 출판되었다. 번역자 역시 출판사마다 다르지만, 이 글에서는 세 권의 책만 비교해보기로 한다. 최근 완역본으로 나온 윌북의 <작은 아씨들>은 '걸 클래식 컬렉션'이라는 이름으로 <작은 공주 세라> <하이디> <빨강 머리 앤> 등과 함께 출간되었다. 2부까지 묶어서 완역본으로 출간되었으며 표지 디자인은 선물포장지처럼 예쁘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젊은 여성 번역자가 현대적 언어로 번역하였다는 출판사의 설명 때문이다. 10대 소녀들에게 무궁한 영향을 줄 <작은 아씨들>은 성격이 너무 다른 네 자매가 주인공이다. 온화하고 상냥한 장녀 메그, 주체적이고 고집이 센 조, 항상 언니나 동생에게 양보하는 베스, 어리광과 자기 주장도 강한 막내 에이미. 이 소녀들의 말과 행동을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이 책을 받아들이는 독자들에게 또 다른 감흥을 줄 것이기 때문에 '현대적 언어'로 '젊은 여성'이 번역했다는 윌북의 새 완역본이 어떻게 다른지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았다.

역자 서현정, 위즈덤하우스

두 번째 선택한 책은 위즈덤하우스에서 나온 비주얼클래식 시리즈의 <작은 아씨들>이다. 이 책은 온전히 표지 때문에 골랐다. 만화가 박희정이 표지를 그려 마치 소설을 만화책으로 재편한 것 같은 착각을 준다. 이 책에는 1부의 <작은 아씨들>만 실려 있지만 우리가 어릴 때 읽었던 <작은 아씨들>은 대부분 2부가 빠진 1부까지의 번역본이므로 소녀들이 아픔을 겪으며 성장하는 과정을 보는 데에는 무리가 없다. 그리고 세 번째로 선택한 책은 비룡소 클래식의 <작은 아씨들>이다. 이 책은 <보물섬> <피터 팬> <키다리 아저씨> 등과 함께 명작선으로 접하는 책이다. 현재 20・30대가 된 독자들이 어린 시절 <작은 아씨들>을 읽었다면 아마도 이 버전의 책일 가능성이 높기에 비룡소 클래식의 <작은 아씨들>을 선택했다. 일단 세 권의 번역을 비교한다고 하여 어떤 책이 더 훌륭하고 어떤 책이 더 원전에 가까운지를 평가할 능력이 내게는 없음을 밝힌다.

놀랐던 부분은 앞서 설명한 "가난한 거 진짜 싫어!"를 외친 주인공이 내 기억에서는 조였는데 실제로는 온화한 장녀 메그라는 사실이었다. 직설적인 조가 했을 법한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실제로는 메그가 낡은 드레스를 내려다보며 한 말이었다. 어린이와 청소년 대상인 비룡소 클래식은 전반적인 언어를 순화해 번역했는데 성인 대상인 두 권의 책이 "가난한 거 진짜 싫어!"(위즈덤 하우스), "가난은 정말 끔찍해!"(윌북)라고 번역한 반면 비룡소에서는 "가난한 건 정말 싫어!"로 번역했다. 전쟁에 나간 아버지를 기다리며 가난을 이겨내고 있는 네 소녀의 기분만큼은 제대로 전달된다. 소설 도입부에서 네 소녀의 성격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도 다른 두 책에서는 태도라고 쓴 단어를 비룡소에서는 됨됨이라고 표현한다.

<작은 아씨들>은 어리고 서툰 네 소녀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 '나'다움을 지켜가며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이 작품에서 어머니는 소녀들을 바른 길로 인도하며 조언을 해주는 좋은 멘토다. 어머니가 딸에게 해주는 조언 역시 다르게 표현되었다. 허영에 빠졌던 지난 파티를 뉘우치는 메그에게 어머니는 "어떤 칭찬이 가치 있는 말인지 판단하고 알아듣는 법을 배우고, 겉모습만 아름다운 게 아니라 겸손함도 갖춰서 훌륭한 사람들한테 칭찬받는 법도 배우도록 하렴, 메그"(위즈덤하우스)라고 말한다. 이 부분을 윌북은 "누군가 칭찬을 해주면 자신이 그 칭찬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잘 판단해야 하지. 겸손하고 아름답게 처신을 하면서 훌륭한 사람들의 칭찬에는 기뻐할 줄도 알아야 해, 메그"라고 번역했으며 비룡소는 "과연 내가 그 칭찬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판단하는 눈을 키우렴. 훌륭한 사람들의 찬사에 기뻐할 줄 알아야 하고. 예쁜만큼 겸손해야 한단다. 메그."라고 번역했다. 위즈덤하우스와 윌북이 칭찬을 받아들이는 나의 주체성을 강조했다면 비룡소는 예쁜만큼 겸손해야 한다고 표현한다. 실제로 <작은 아씨들>의 어머니는 품위 있고 선량한 어머니지만 딸들이 미덕을 갖춘 훌륭한 아내가 되기를 바라기도 하는 여성이기도 하다. 여성에게 교육보다는 결혼이 선택지로 주어졌던 당대의 어머니로서는 어쩔 수 없는 한계이기도 한데, 그러한 어머니의 조언 중 대표적인 것이 이것이다. "엄마는 우리 딸들이 아름답고 재능 있는 훌륭한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어. 존경과 사랑을 받으며 행복한 청춘을 보내고 현명하게 잘 결혼해서 서로 돕는 즐거운 삶을 살기를 바란단다.(중략) 훌륭한 남자를 만나 사랑을 받는 것은 여자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이란다."(비룡소), "나는 내 딸들이 아름답고, 재주 많고 선량한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어. 남들에게 존경과 사랑과 존중을 받으면서 행복한 젊은 시절을 보내고, 좋은 사람을 만나 현명하게 결혼을 하고, 유익하고 즐거운 삶을 누리길 바라고 있어 (중략) 좋은 남자를 만나 짝이 되어 사랑을 받는 건 여자가 누릴 수 있는 큰 행복 가운데 하나거든."(윌북) "나는 내 딸들이 아름답고, 재주가 많고, 착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 칭찬받고 사랑받고 존중받고 행복한 청춘을 보내고 행복하고 지혜로운 결혼 생활을 하고 (중략) 여자는 좋은 남자에게 선택받고 사랑받는 것이 가장 행복한 최고의 일이란다."(위즈덤하우스) 여자가 좋은 남자에게 선택받고 사랑받는 것이 최고의 행복이라고 설명한 엄마의 말을 윌북만 '행복 중 하나'라고 번역했다.

역자 황소연, 비룡소


그 외에도 비룡소에 비해 윌북은 네 자매를 좀 더 자기 자신다운 사람으로 번역하려 노력한 것이 역력하다. 실수를 하고 뉘우치는 자매들의 모습을 비룡소가 어린이처럼 표현한 반면 윌북과 위즈덤하우스 번역에서 메그와 조는 나이가 10대 중반이라는 것이 느껴지는 어른스러운 언어를 사용한다. 에이미 또한 윌북에서는 단순히 어리광이 심한 막냇동생이 아니라 자기 생각이 확실하고 표현이 센 어린이로 그려진다. 어른의 시선에서 바라본 네 자매가 아니라 메그, 조, 베스, 에이미 모두 각자 스스로의 내면을 바라보고 표현하는 여성으로 그려진 것인 아무래도 윌북의 번역이다. 무엇이 더 여성을 주체적으로 표현하고 그렸는지를 가늠하기 위해 해당되는 문장만 옮겨놓은 것은 아니다. 어릴 때 비룡소나 시공사주니어의 <작은 아씨들>을 읽고 좀 더 자라서 또 다른 버전의 <작은 아씨들>을 읽어가며 소녀들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김송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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