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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20 빅이슈

전 빅판 김형철 인터뷰

2020.02.12 | 잊을 수 없는 4년의 시간

김형철 씨는 빅이슈코리아에서 빅이슈 판매원(이하 빅판)으로 4년간 일한 뒤 다른 직업으로 재취업했다.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그의 초소는 보온병, 달력, 전화기 여러 대, 라디에이터, 벽걸이 에어컨, 각종 안내문 등으로 빽빽하다.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주민들은 김형철 씨가 근무하는 작은 초소를 찾아 도움을 요청하거나 인사를 나눴다. 빅이슈에서 일한 경험을 평생 잊을 수 없다는, 전 빅판 김형철 씨를 그가 근무하는 서울 시내 한 아파트에서 만났다.


이곳에서 일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거주하는 임대주택에서 지하철로 10분 거리라서 좋았다. 서울광장에서 취업박람회를 했었는데, 다양한 취업 프로그램에 참여한 후 매칭이 돼서 연락이 왔다. 5개월 정도 되었다.

출근 후 일과를 설명해 달라.
오전 6시에 전 근무자와 교대를 한다. 담당구역 순찰을 돈 후 아침을 먹고, 날이 밝아지면 중앙 통로와 그 주변 청소를 한다. 8시부터는 출근 시간이라 40분 정도 교통정리를 하는데, 걸음이 어려운 분들이 계시면 차를 정지시키고 우선적으로 횡단하게끔 한다. 택배는 경비실 배송을 원하는 경우에 맡아둔다. 재활용쓰레기를 수거하는 날이면 분리 작업을 한다. 지난가을엔 낙엽을 쓰느라 바빴다. 동절기엔 제설 작업도 큰일인데, 아직까지 눈을 치울 일은 없었다. 시간 맞춰서 현관 입구 불과 가로등을 켜고 끈다. 한 달의 반은 밤 10시에 퇴근하고, 나머지 반은 초소에서 잔 뒤 아침 6시에 퇴근한다. 취침은 지금 이곳에서 한다. 키가 커서 좀 좁긴 하지만, 절묘하게 맞는다.(웃음) 쭉 뻗고 잔다. 간이침대도 있었는데, 그것보다 매트리스에 전기장판을 깔고 자는 게 더 편하더라.

주민들과는 어떻게 지내나.
여러 사건 때문에 '경비원'이라는 직업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기도 했다. 서운하게 하는 분들도 있지만, 먼저 인사하시는 분들이 더 많다. 우유나 과일, 동짓날엔 팥죽도 주시고.(웃음)

일할 때 어려운 점이 있다면.
주차에 관한 민원이 종종 들어온다. 경고 딱지를 붙이면 아우성을 하신다. '좀 살살 붙이지.' 하고.(웃음) 원칙상 스티커를 붙여야 해서, 작은 실랑이를 벌일 때도 있다.

식사는 어떻게 하나.
여기서 세 끼를 먹는 경우가 많다. 밖에서 먹기는 좀 애매하다. 시켜 먹을 때도 있고, 바로 앞에 편의점이 있어서 도시락을 사 먹기도 한다. 집에서 챙겨 올 때도 있고.

4년간의 빅이슈 판매원 일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고, 경비 업무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사회적으로, 또 개인적으로 도움을 받는 빅판 일자리를 한시적으로 참여하는 일터로 생각하고 있었다. 진정한 자립은 무한경쟁의 사회에서 홀로 설 수 있을 때 완성되는 거라고. 평소 생각하고 있었다. 빅판으로 일할 때에도 빅이슈는 환승역 역할을 해주는 곳으로 생각했다. 아파트 경비일이 물론 많은 주민을 상대하지만, 다른 직장과 달리 직장 구성원의 간섭과 접촉이 덜하고 근무자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재량이 어느 정도 보장된다. 홈리스로 짧지 않은 세월을 보낸지라 사회성이 부족한 나에게 적합한 직업이라고 판단했다.

빅판으로 일했던 경험이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흔히 '하면 된다.'고 하는데, 빅판을 하면서 얻은 소중한 경험이 '하니까 되더라.'였다. 막연히 '하면 된다.'가 아니라 하니까 되는 소중한 경험을 한 것이다. 빅판 생활을 통해 성취감과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경비 일을 찾고 자립하는 과정에서 빅이슈를 통해 얻은 것 중 하나를 꼽아본다면.
빅이슈를 통해 입주한 임대주택이야말로 삶의 질을 한 단계, 아니 그 이상 올려놓는 계기가 되었다. 무한경쟁 사회를 뛰어들 수 있는 전초기지가 확보된 셈이다.

기억에 남는 독자나 순간을 떠올려본다면.
처음 빅판을 고속터미널 역에서 시작했는데, 어느 날 돌도 안 지난 아기를 안은 엄마가 왔었다. 그해가 엄청나게 추웠다. 아기를 안은 게 아니라 폭 싼 거지. 추우니까. 대화를 하면 알지 않나. 나를 얼마나 애처로워 하는지.(웃음) 그분이 날 보면서 "추워서 어떻게 하냐."고 안절부절 못했는데, 그분이 항상 생각난다. 목도 메이고. '빅이슈'를 한두 권 사서 가다가, 두유를 사서 다시 오시더라. "애기 추운데 빨리 가시라."고 했었는데, 그런 위로를 해주시는 분들이 엄청 많았다. 강남역에서는, 책을 매호 사시는 분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강남역 지하상가 점원이셨다. 나중에 '다른 데로 옮기게 되었다.'고 인사를 하시더라. 책은 잘 안 보시는 것 같았다.(웃음) 어떻게 알았냐면, 본인이 이번 호를 샀는지 아닌지를 잘 모르셔서.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어떤 분은 책을 한 권밖에 못 사서 미안하다고도 하시고.

쉬는 날엔 무엇을 하나. 취미는 무엇인지.
쉬는 날은 출근을 위한 휴식 시간이다. 하나 하고 싶은 게….(웃음) 종이접기. 유튜브를 보다가 눈에 띄었는데, 재밌겠더라. 색종이를 준비해놨다.

요즘 일을 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엘리베이터를 새로 설치한 지 얼마 안 되었다. 고장도 고장이지만, 흠집 날까 봐 자주 확인한다. 엘리베이터가 5천만 원이라더라. 5천만 원짜리 승용차가 있으면 매일 확인할 것 아닌가.(웃음) 신경이 많이 쓰인다.

현재 빅판인 분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을 것 같다.
(많은 생각 후) 사람 상대하는 게 제일 힘들다. 빅판분들이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가족관계도 와해된 분들이 대부분이다. 사람들이 하는 말에 상처를 받는 것도 어려운 부분이다. 고비랄까, 걸림돌이랄까. 그런 부분을 잘 극복하셨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바라는 게 있다면.
독자분들이 빅판과 어떤 방식으로든 교감을 시도해보셨으면 한다. 친근하게 다가가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 구매 여부와 상관없다. 보일 때마다, 매호 살 수도 없는 것 아닌가.(웃음) 큰 힘이 될 것이다. 바라는 건 건강이다. 제가 심장이 안 좋다. 혈전 방지를 위해 약을 계속 먹고 있는데, 건강하게 잘 살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다.


황소연
사진 김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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