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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20 스페셜

우울증에 대해 알고 싶다면

2020.02.11 | 정신건강과 질환을 주제로 한 책

미디어 속 우울증, 조현병, 불안장애는 종종 병의 증상이나 원인을 왜곡한 형태로 그려진다. 아주 절망스럽게만 묘사하거나, 극도로 환상적으로 묘사하는 것. 과연 우리는 정신질환을 정확하게 알고 있을까? 여기, 완벽하진 않더라도 당신의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정신건강과 질환을 주제로 한 책을 소개한다.


가난은 인간을 운명에 수동적이게 만든다. 가난한 우울증 환자는 자신을 극히 무력한 존재로 인식하여 도움을 청하지도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가난한 우울증 환자는 세상으로부터 분리되고 자신으로부터 분리된다. 그들은 가장 인간적인 자질인 자유의지를 상실한다. (중략) 밑바닥 계층의 사람들에게 찾아온 우울증은 즉시 눈에 띄기 어렵다. 억압받고 사는 가난한 이들에게 인생은 늘 비참하고 불만족스러운 것이기 때문이다.
<한낮의 우울> 493쪽


<이 지옥을 살아가는 거야>

고바야시 에리코 지음
한진아 옮김
페이퍼타이거 펴냄

콩소메 수프가 먹고 싶다. 수프를 만들기 위해서는 5천 원짜리 콩소메 소스를 사야 한다. 무와 닭고기보다도 비싼 조미료를 사는 게 내 형편에 맞는 짓인가. 소스 코너에서 한참을 서성이던 '나'는 결국 소맷자락에 소스를 숨겨 훔쳐 나온다. "불안을 콩소메 수프와 함께 삼켰다. 불안은 또 내 안에 쌓였다."(9쪽) 에로만화 잡지의 편집자로 일하던 나는 '이번 호가 발간되면 죽자.'고 결심하고 독한 술에 모아둔 약을 삼키고 3일간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다. "자살은 미수로 끝났다. 나는 죽지 못했다. 이것은 죽지 못한 내가 다시 살아가기까지의 이야기다."(12쪽) 고바야시 에리코의 자전적 에세이 <이 지옥을 살아가는 거야>는 이렇게 시작한다.
작가가 처음 자살을 시도한 것은 스물한 살이었고, 그는 의식불명 상태에서 깨어난 후 정신과에서 '정신장애인' 판정을 받고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으며 부모 집에서 요양을 시작한다. <이 지옥을 살아가는 거야>는 수년 동안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으며 우울증으로부터 벗어나려 발버둥을 쳤던 고바야시 에리코가 자신의 길고 긴 사투를 솔직하게 기록한 책이다.
일을 하고 싶다. 쓸모 있는 사람이고 싶다. 그러나 정신장애 판정을 받은 사람에게 일자리는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일본에서도 조현병 환자가 가해자로 지목된 사건이 있었고 세상은 정신장애인은 격리해야 할 대상으로 치부한다. 상담을 받으러 가도, 기초생활수급 자격을 확인하러 주기적으로 오는 시청 직원조차도 '나'를 귀찮은 사람 취급을 할 뿐이다. 어렵사리 일을 시작한 작가의 목표는 '기초생활수급자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것이다. 정신장애인 판정을 받고 국가로부터 돈을 받으면서 작가는 '국가 돈으로 편히 살고 좋겠네'라는 사람들의 편견에 시달린다. 평범하게 일하고 평범하게 살고 싶다. 이 '평범'이라는 말이 얼마나 사수하기 어려운 것인지, 작가는 우울증과 싸우며 깨닫게 된다. 지옥이란 우울증의 한복판에 있는 마음을 비유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우울증 환자를 배척하는 사회, 겨우 12만 엔을 주면서 노동을 착취하고 점차 깊어지는 마음의 병을 돌볼 여유조차 주지 않는 세상을 이르기도 한다. 마음의 지옥을 이겨내고 다시 평범하게 내 발로 세상을 디디기까지의 기나긴 시간 동안 누군가는 '나'를 응원하고 지켜봐야만 한다는 것을 말하는 책. (김송희)


<한낮의 우울>

앤드류 솔로몬 지음
민승남 옮김
민음사 펴냄

앤드류 솔로몬의 어머니는 난소암 진단을 받은 지 2년 만에 세코날수면제 마흔 알을 삼키고 죽는다. 어머니가 죽고 몇 년 후 솔로몬 역시 자신이 우울증에 걸렸음을 알게 된다. 왜 내가 우울증에 걸렸을까.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머니를 잃은 슬픔이 극복된 시기였으며 자신의 그토록 원했던 첫 소설이 출판되었으며 내 집을 장만하고 생활이나 커리어가 전반적으로 안정된 상황에서 별안간 우울증에 빠진 것이다. "나는 그 상황에서 우울증의 이유를 찾을 수 없음을 통감했다."(20쪽) 그렇다. 우울증은 그럴 만한 외부의 상황이 불러오기도 하지만, 이처럼 어떠한 이유 없이 그것에 끌려들어갈 수도 있다. 이미 전방위적으로 우울증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지만 솔로몬은 이를 종합할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며 이 책의 목적은 '공감과 질서'라고 밝힌다. 우울증에 대한 다양한 환자들의 사례와 의학 전문가들의 의견, 약물과 명상 등 다양한 치료 방식과 자살, 약물중독, 불안, 유전자, 스트레스와 우울증과의 관계 등 '우울증'이라는 병에 대한 총체적인 이론과 가설을 망라한 책이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저자 자신이 겪었던 우울증 고백으로 시작해 슬픔이라는 피상적인 대상에 대해 리서치를 통해 전방위적으로 파악을 시도한 글이다. 무엇보다 노년 우울증과 가난이 우울증에 주는 영향에 대한 부분은 필히 읽어보시길 바란다. 현재 우울의 상태에 있는 사람 혹은 우울증에 걸린 가족을 어떻게 대해야 좋을지 모르는 사람에게 좋은 실용서이면서도 사회학과 인문학으로 인간의 감정에 접근하는 책이다. 장기간에 걸친 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완성된 우울증에 대한 모든 것. (김송희)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이라하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드라마화까지 결정된 인기 웹툰. 달팽이, 게, 다람쥐, 거북이, 돼지 등 다양한 동물의 모습을 한 정신병동 속 환자의 대화를 엮어서 보여준다. 주인공 '시나'는 환자들을 관찰하고 치료할뿐만 아니라 상사에게 지적을 듣고 움츠러드는, 환자가 바닥에 소변을 보는 모습에 잠시 굳어버리는 평범한 간호사다. 독자는 작품을'고구마 서사'로 느낄지도 모른다. 만화는 의료인들과 환자의 감정적 연결이 중요한 만큼. 한 사람에게 많은 환자가 맡겨지는 의료체계 해결의 중요성도 이야기한다. 정신병동의 사람들은 당연하게도 늘 얼굴을 맞대고 서로를 신경 쓴다. 병동이 아닌 곳과 구별되지 않는 지점이다. 다만 그 소통은 환자들 사이의 오해와 억울함, 답답함으로 얼마 안 가 생명력을 잃는 듯하다. '나는 여기 있을 사람이 아니다.', '다른 사람과 나는 다르다.'고 소리치고,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세상을 떠난 자식과 떼인 돈을 그리워한다. 정신병동의 사람들은 단지 슬픈 사연 속 비련의 주인공이 아니라, 함께 아침을 맞이하는 인간이다. 환자가 퇴원할 때 병동 사람들이 외치는 '다신 보지 말자'는 말은 무너진 마음에 보내는 작별 인사이기도 하다. (황소연)


<정신병동 이야기(증보판)>

대릴 커닝엄 지음
권예리 옮김
이숲 펴냄

작가는 급성 정신과 병동에서 오랜 기간 일했다. 환자를 담당한 경험에서 시작해 사회불안 장애를 겪은 저자의 이야기로 끝을 맺는 <정신병동 이야기>는 처음엔 블로그에 게시했다가, 독자의 사랑으로 출판에 성공했다. 작가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기 위한 용기 있는 결단이었다.'시간을 낭비했다'는 좌절은 작가를 황폐하게 만들었지만, 그 순간이 지난 뒤 찾아오는 삶의 격변이 꽤 아름다운 모습임을 작가는 자신의 존재로 증명한다.
각 꼭지마다 전문의가 정신장애와 질환에 대한 해설을 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의 정보도 기재되어 있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망상은 사람의 수만큼 다양할 수 있고, 자해를 했던 환자가 그렇지 않은 이보다 자살률이 100배나 높다는 사실은 정신질환자에 대해 갖춰야 할 태도를 제시한다. 또 "이제 이상한 생각을 한다고 해서 사람을 곧바로 정신병원에 가두던 시절은 지났다.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잘된 일이다.", "정신분열병 환자가 관련된 흔치 않은 사건들은 게으른 기자들에게 제 발로 굴러들어 온 기삿거리다." 같은 문장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오랜 편견과 그들을 대하는 사회구성원들의 나태함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황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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