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으로 ‘우주’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음악가를 소개하게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우주왕복선싸이드미러(이하 우싸미)는 충분히 소개할 만한 가치가 있기에 자신 있게 추천한다. 우싸미는 최근 우주히피와 함께 <ㅇㅈ>라는 공연을 열기도 했다. 노래도 바꿔 불렀다고 하는데, 굉장히 좋았다는 후기가 있다. 실제로 우주왕복선에는 사이드미러가 없지만, 이들은 어릴 적 사이드미러가 달린 우주선 장난감을 본 것 같은 기억에 이러한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고 한다. 2018년 EBS 헬로루키 대상, 2019년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 후보, 2019 CJ 튠업 선정 외에도 네이버 <온스테이지2.0>, <유희열의 스케치북> 등 음악성을 인정받는 음악가라면 거쳐가는 곳을 모두 들렀다. 여기에 뛰어난 음악가이자 프로듀서, 엔지니어인 민상용의 참여로, 우싸미는 든든한 지원군까지 얻었다. 우싸미는 백충원과 김선훈 두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기 다른 음악적 배경을 지니고 있는 두 사람인데, 백충원은 래퍼이기도 하며 과거에는 드러머였다. 재즈를 거쳐 메탈 밴드를 좋아했고, 이후 힙합과 알앤비에 빠졌다고 한다. 김선훈은 펑크, CCM으로 시작해 팝, 록을 거쳐 재즈, 라틴 음악으로 넘어왔다. 또한 베이스, 피아노, 플루트, 기타 등 연주하는 악기도 많다. 뛰어난 재능의 두 사람이 만나서 ‘감정소모송라이터’를 결성했으니, 그 결과는 놀라울 수밖에 없다. 우선 랩 가사에서 등장하는 절묘한 라임 배치부터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유쾌한 내용, 여기에 포크를 기반으로 하는 독특한 풀이까지 여러모로 그 조합 자체가 신선하다.
이번에 발표한 ‘한숨’은 좀 더 절묘하다. 포크와 랩을 결합했다기보다는, 그 자체가 포크와 랩, 재즈를 모두 드러낸다. 포크라고 하기에는 드럼이 인상적이며, 싱-랩이라고 하기에는 전개나 멜로디가 그 범주 안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그래서 매력적이다. 후반부 후렴의 반복 속 고조되는 구간에서의 쾌감은 덤이며, 가사를 전달하는 백충원의 풀이가 무엇보다 인상적이다.
답답한 요즘, 음악이 위안이다
우싸미는 지금까지 쭉 몇 가지 갈래, 그러니까 재즈와 포크, 랩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여러 곡을 발표했다. 지난 앨범 <고민은 배송을 늦출 뿐> 속 ‘어디가냐능’은 우리가 아는 포크를 기반으로 랩 음악에서 나오는 스킷을 더할뿐만 아니라, 5분이라는 상대적으로 긴 러닝타임을 통해 매력적인 악기 조합과 재즈에서의 합에 가까운 연주를 들려준다. 반면 ‘ -ㅠ-(Album ver.)’, ‘안경과 렌즈통(탱크)’에서는 짧은 러닝타임 안에 캐치한 가사와 멋진 코러스를 통해 날카롭고(?) 귀여운 매력을 들려준다. 다양한 장르를 고루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그리고 한 곡 안에 얼마나 많은 것이 담겼는지 면밀히 관찰하는 사람일수록 재미있게 들을 수 있는 것이 우싸미의 앨범이다. 물론 음악을 잘 알지 못해도 들으면 들을수록 흥미롭다는 것은 보장한다.
뭔가 새로운 인디 음악을 듣고 싶다면, 혹은 ‘이미 인디 음악은 다 아는 것 같다.’고 느낀다면 우싸미의 음악을 한번 들어보자. 왜 평단과 매체가 일찍 주목하고 극찬했는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답답하고 짜증나는 요즘, 좋은 음악만큼 꼭 필요한 것이 없다. 음악만으로 부족하다면 <온스테이지2.0>에 등장하는 영상도 함께 보자. 통기타 두 대로 하나의 우주만큼 넓은 세계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할 것이다.
※블럭(박준우) by 포크라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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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블럭
사진제공 유어썸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