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올려보면 우리를 둘러싼 사물 대부분이 직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거리를 둘러싼 빌딩부터 사무실 책상과 파티션, 온종일 시선이 머무르는 모니터는 물론, 지친 몸을 뉘는 침대에 이르기까지 온통 네모진 것으로 가득한 세상이다. 미감을 떠나 이것이 공간 효율을 높이는 최선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도시의 삶에선 공간이나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마치 죄악처럼 여겨진다. 그 때문인지 사람들은 점점 더 직설적으로 소통하고, 내 것을 잃지 않기 위해 각을 단단히 세운다.
가끔은 지름길을 두고 먼 길을 택하고 싶을 때가 있다. 효율 따윈 잊고 마냥 늘어지고 싶은 날엔 강원도 홍천에 위치한 올라운드원을 찾는다. 이름처럼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둥근 원형과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어 도시와 상반된 풍경을 보여주는 곳이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크고 작은 여섯 개의 원이 율동감 있게 자리한 모양인데, 원 하나가 하나의 객실이 되는 셈이다.
여섯 개의 객실이 모두 각기 다른 구조와 인테리어로 꾸며졌지만, 올라운드원의 매력을 제대로 경험하고 싶다면 가장 안쪽에 위치한 ‘6라운드’ 객실에 머무르길 추천한다. 건물의 곡면을 그대로 살려 마감한 내벽이 색다른 공간감을 선사하는 객실이다. 차가운 콘크리트 소재 외벽과 달리 우드 합판으로 마감한 내벽이 아늑하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 한정된 면적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총 세 개 층으로 공간을 구분 지은 스킵 플로어 (skip floor) 구조를 띠고 있다. 주방이 있는 중간층을 중심으로 위층은 침실과 욕실, 아래층은 매립형 거실이 자리 잡은 형태다.
낮은 가벽이 원형 침대를 아늑하게 감싼 침실은 새 둥지를 연상시킨다. 침대에 누우면 천장에 난 둥근 창으로 흘러가는 구름과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을 감상할 수 있다. 구름이 많은 흐린 날이면 마치 천장에 커다란 보름달이 뜬 것처럼 보인다. 욕실 역시 건물의 곡면을 따라 둥근 형태로 설계되었으며, 샤워 부스 외에도 반신욕을 위한 대형 자쿠지가 마련되어 있다. 주방은 프라이빗 정원이 있는 야외 테라스와 연결된다. 야외에서 식사를 즐기기 편한 동선이다. 이곳에는 바비큐 파티를 위한 그릴도 준비되어 있다. 비 오는 날이면 이곳의 짙은 녹음과 풀 내음이 여행에 운치를 더한다.
지면보다 낮은 거실은 작은 창과 간접 조명으로 빛을 은근하게 끌어들인다. 둥근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차를 홀짝이거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 좋은 공간이다. 땅속에 폭 감싸여 있는 매립형 구조 때문인지 평소에는 경험할 수 없는 색다른 시야가 펼쳐진다.
SNS에 당장 자랑하고 싶은 올라운드원이지만, 워낙 인적 드문 산골짜기 깊숙이 자리 잡은 탓에 인터넷이 다소 느린 편이다. 하지만 이 덕분에 의도치 않게 스마트폰에서 자유로운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숨 가쁘게 업데이트되는 도시의 소식에서 벗어나 나만의 여유를 만끽해본다. 온종일 원 안에서 뒹굴며 창밖으로 보이는 녹음에 눈을 씻는다. 배경이 달라졌을 뿐인데 휴식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평소와 사뭇 다르다. 촘촘한 일정에 쫓겨 서두르기보다 천천히 둘러 가는 올라운드원에서 보내는 하루. 가끔은 이런 둥근 하루가 필요하다.
홍천 올라운드원
주소 강원 홍천군 서면 굴업솔골길 117
객실 수 6개
체크인/체크아웃 15:30/11:00
문의 010-6375-4828
인스타그램 @allroundone
글·사진 양여주
인생이 지루할 땐 모든 걸 내려놓고 이곳저곳 떠도는 프로 방황러.
현재는 ‘여기어때’에서 전국을 떠돌며 좋은 숙소를 발굴해
소개하는 여행 에디터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