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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25 인터뷰

죄책감 없는 소비생활

2020.05.06 |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김영재·유명옥 센터장

재무 설계나 대출 상담을 받으러 가면 왠지 나 자신이 작아지는 것 같다. ‘뼈 때리는’ 조언을 듣기 위해 비장한 각오도 품게 된다.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사회적 협동조합 (이하 청지트)’의 상담은 이런 편견을 없애준다. 돈을 썼는데 본인의 욕구를 잘 알고 있다고 칭찬을 받는다. 자기 지출에 대해 죄책감을 버려야 돈을 계획대로 잘 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상담을 통해 금융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청년들과 함께 돈을 더 즐겁게 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청지트의 공동 센터장 유명옥, 김영재 씨를 만났다.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의 시작이 궁금하다.
유명옥 2013년에 청년연대은행 ‘토닥’에서 청년들에게 경제 교육과 상담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해 부설 기관으로 만들었고, 2015년에 법인으로 설립했다. 생활경제 교육과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약 30명의 조합원이 활동하고 있다.

주로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하나.
김영재 크게 두 가지로 분류돼 있는데, 생활비와 금융 피해 등으로 인한 부채로 고민하는 청년들을 만나 상담하고 돈에 대해 잘 몰라서 알아가고 싶은 분들과 교육으로 만난다. 금융 교육이나 금융 관련 상담은 이미 무척 많다. 청지트는 ‘돈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기존 재무 상담의 틀에서 사람, 즉 ‘나’의 욕구를 기반으로 한 건강한 금융 생활을 위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올바른 경제생활과 금융 정보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참여하는 분들이 생활 경제 역량을 쌓을 수 있도록 돕는다.

해가 바뀔 때마다 중·장기 계획으로 ‘돈 모으기’를 꼽는 청년이 많다. 경제관념 재정립과 돈 모으기에 대한 관심도 달라지는 것 같다.
김영재 돈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은 과거에도 지금처럼 높지 않았나. 우리는 늘 경쟁해야 하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살고 있다. 교육을 진행할 때 먼저 청년들에게 ‘돈이 수단인지 목적인지’를 질문한다. 돈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한 수단이다. 청지트의 상담이 다른 재무 교육과 다른 점은 이러한 개인의 욕구를 중요하게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2030세대의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과거에 비해 부쩍 높아졌다. 현장에서 변화를 느끼나.
김영재 재테크에 대해서도 청년들에게 질문을 대단히 많이 받는다. 최근 비트코인이 크게 각광받았는데, 왜 청년들이 일확천금을 열망하는지 그 마음을 들여다보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 저소득 고비용의 사회다. 돈을 아무리 아껴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조금씩 아끼고 모을 바에야 한방에 뭔가 얻고 싶은 마음으로 열광하는 것 아닌가. 투자에 대해서도 많이 궁금해한다. 돈을 많이 불리는 방법이나 부동산에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지 묻곤 한다. 우리 센터는 투자 전문 기관은 아니다.(웃음) 투자 혹은 금융 상품은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결국 경제적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 비상금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
유명옥 기존 상담에서 특정 금융 상품이 괜찮다고 제안하면 이에 혹해서 당장 필요하지 않은 투자를 하고 중심을 잃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소비 패턴을 직시하고 문제를 고쳐나가기가 쉽지는 않은데, 상담은 어떻게 진행되나.
김영재 일반 재무 설계에서는 돈을 얼마나 벌고 얼마나 쓰며 자산과 부채가 얼마인지 이야기한다. 물론 이런 재무적 요소도 중요하지만, ‘비재무적 요소’도 중요하다. 예를 들면 가족 관계, 친구 관계 등 개인이 속한 다양한 공동체의 존재가 비재무적 요소에 속한다. 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개인을 둘러싼 환경과 재무적 요소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또 금융 이야기를 나누는 상담에선 경제적 부분뿐 아니라 인간관계 등 다른 요소와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1차 상담에서 인터뷰와 설문지로 이야기를 나누고, 그 결과에 따라 2차 상담에서 맞춤 진단을 내려준다.

사회 초년생은 집세 등 고정비를 많이 지출하는데, 어떻게 진단을 내려주는지 궁금하다.
김영재 안정성이 높은 적금과 제도권에서 받을 수 있는 혜택 등을 안내한다. 소비에 관해서는 무조건 재테크를 해야 한다거나 아껴야 한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어느 정도는 쓰라고 조언한다.

스트레스와 불안 해소를 위해 소비를 하는 사람도 많다.
김영재 계획하지 않은 즉흥적 소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는지 스스로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어떻게 지출을 줄여야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하는데, 본인은 지출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더라도 우리는 칭찬해준다. 소비를 통해 자신이 욕구를 잘 표출하고 있다고 말이다. 다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조금 더 계획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방안을 같이 찾는다.
유명옥 소비 자체가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다만 그것을 자신이 부정적으로 해석하고 마음의 짐으로 여기는 게 문제인 거다. 무조건 참으라고 하는 것보다는 자기 지출을 들여다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만약 내 지출을 분석해봤을 때 주로 일이 힘든 날에 소비를 하는 특성이 있다면, ‘지름신 통장’을 만들어 거기에 돈을 모아뒀다가 정해진 날에 돈을 쓰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소비에 죄책감을 갖는 이유는 금융기관이나 미디어에서 수입의 몇 % 이상 저축해야 한다는 등의 조언이 쏟아지기 때문인 것 같다.
유명옥 청년들이 경제적 자존감이 많이 낮아진 상태에서 우리 센터를 방문한다. 청지트는 청년들이 ‘돈 때문에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개인의 잘못이 아닌데, 주변과 사회에서는 ‘자신이 아껴 쓰지 못하고 돈을 못 벌어서’ 삶이 어렵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청년들이 돈 때문에 생활이 무너지거나 꿈을 포기하는 현실에 의문을 품고 시작된 곳이다. 여기서 말하는 꿈은 진로에 국한된 개념이 아니다. 자신이 어디에 소비하고 싶은지를 ‘꿈’으로 이야기한다.

현재의 욕망을 포기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도 많다.
김영재 돈을 무조건 안 쓰고 아껴 쓰는 것만이 꼭 좋은 소비생활은 아니다. 그런 생활로 소비 욕구가 억눌리고 있다면, 나중에 홧김에 더 큰 비용을 지출할 수 있다. 현재에도, 미래에도 쏠리지 않고 균형을 맞추는 방향을 찾는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실제 소득수준이 낮아도 경제적 자존감이 높아질 수 있을까.
김영재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소득이 많고 적은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얼마나 나의 욕구를 표출하고 어떻게 만족도 높은 소비를 하는지는 각자 다를 것이다. 우리가 제작한 ‘꿈꾸는 가계부’ 맨 앞장에 나오는 것이 ‘꿈꾸기’ 챕터다. 인생 설계를 구체적으로 하는 것이다. 청년들이 상담 후 자신감을 갖게 해준 점이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인생 목표에 따라 돈을 모아야 한다는 등, 모든 사람의 삶을 획일적으로 재단하는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재정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위축되는 청년들도 있을 것 같다.
김영재 우리는 사전에 여러 가지 질문으로 상담자를 충분히 이해한 뒤 상담을 진행한다. 질문이 굉장히 자세하다. 생년월일부터 돈 때문에 가족과 갈등이 있었는지까지 아주 구체적이다. 물론 왜 이 질문이 필요한지 충분히 설명한다. 경제생활이 개인 혼자의 힘으로 굴러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생에 있을 수 있는 큰일, 부모님의 생신이나 가족의 의료비에 쓰일 돈에 대해 고민할 수 있게 된다.

돈 관리를 어려워하는 청년들에게 금융과 관련한 좋은 습관을 하나 제안한다면.
김영재 가계부를 쓰는 것이다. 돈 관리를 잘하는 노하우는 본인을 잘 아는 것이다. 가계부를 매일 써야 한다거나 정확하게 써야 한다거나 하는 편견을 버리면 꼭 귀찮은 일만은 아니다.
유명옥 나 역시 결국 같은 이야기일 수 있는데, 생활비와 고정비 등 목적에 맞게 통장을 구분하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즉흥적 소비를 자주 한다면 이것이 안전망이 될 수 있다. 나도 네 개의 통장을 사용하고 있다. 급여 통장, 생활비 통장, 고정비 통장, 여행을 위한 비상금 통장 등으로 나눠 관리하면 좋을 것 같다.


·사진 김송희, 황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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