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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31 인터뷰

정치의 놀이화를 꿈꾸는 칠리펀트

2020.07.25 | 사소한 담소를 나누는 시간

정치 얘기가 시작되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할 말이 많고 목소리가 커진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혐오와 무력감으로 아예 입을 닫기도 한다. 칠리펀트는 정치를 잘 몰라서, 정치가 어려워서 굳게 입을 다무는 사람들에게 정치를 쉽게 설명하고, 나아가 직접 지역구 의원이 되어 세상을 바꿀 꿈을 심어주려 한다.

먼저 회사와 각 팀원의 업무를 소개해주기 바란다.
박신수진 칠리펀트는 정치 분야 사회적기업이다. 소셜 미션은 정치 혐오와 무관심을 넘어서 공정한 시민의 삶에 기여하는 것이다. 정치 교육 사업을 중심으로 정치 지원 사업, 정치 참여 사업을 진행한다. 출산휴가 중인 한 명을 포함해 총 네 명이 일하고 있다.
최슬기 홍보 마케팅 담당이다. SNS 채널을 관리하고 학교나 센터 등 유관 기관에 연락해 홍보하고 미팅을 위해 찾아간다.
권혜연 대외 협력 부문 일을 한다. 정치 참여 사업을 주로 하고, 청소년과 대학생이 함께 참여하는 ‘메리칠리펀트’ 사업을 맡아서 진행하고 있다.

칠리펀트의 서비스 중 정치 보드게임이 눈에 띈다. 게임을 통해 대통령과 의원을 비롯한 공직 사회를 경험할 수 있는 점이 이색적이다. 정치와 게임을 접목한 이유가 무엇인가.
박신수진 20대 총선에서 20대 청년의 투표율이 생각보다 낮았다. 어떻게 하면 젊은 분들을 효과적으로 교육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러다 우연히 EBS <지식채널e>에서 ‘두 개의 게임’이라는 영상을 보게 됐다. 모노폴리와 부루마불의 전신인 지주 게임을 비교하는 영상이었다. 지주 게임은 헨리 조지라는 경제학자의 사상을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려고 만들었다고 하더라. 게이미피케이션의 원조 격이다. 그래서 정치도 게임으로 전달하면 재밌고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싶어 보드게임이란 방법을 선택했다.

이용자들의 피드백 중 기억에 남는 내용이 있나?
최슬기 “부루마블에 견주어도 충분히 재밌다고 말할 수 있다.”, “교과서와 연관성이 이렇게 높은 교구는 이전에 없었다.” 학교 교사들의 소감인데 무척 감사했다. 유튜브에 감사 영상도 올렸다. 나중에는 나처럼 “뉴스가 보이기 시작했다.”, “신문이 읽힌다.” 같은 댓글을 보고 싶다.
박신수진 고등학교에 수업하러 다닐 때가 기억나는데, 다섯 조가 있으면 이 중 한 조는 안 한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이런 아이들도 게임이 시작되고 옆에서 다른 친구가 진짜 재밌으니 한번 해보라고 하면 참여한다. 심드렁해 엎드려 있던 아이가 대통령이 되고, 국회의원이 되어 상품을 받아 갈 때 뿌듯하다. 그럴 때면 이게 교사란 직업의 묘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방선거에 출마한 무소속 후보에게 정책 보고서와 홍보물 제작을 지원하는 서비스인 ‘첼렉션’도 흥미롭다. 첼렉션을 이용해 당선 문턱까지 간 무소속 후보도 있었다.
박신수진 일반 시민들에게 지역구 의원이 되어 정치를 직업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때마침 2018년 지방선거가 있었는데, 4년 후를 기다리는 건 너무 멀게 느껴져 바쁘게 준비했다. 우리나라는 정당 활동의 진입 장벽이 높고 정치 혐오와 무관심도 만연해서 정당을 통해 의원이 되는 건 남의 일이라는 인식이 있다. 그래서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구의원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도 괜찮겠다 싶었던 건 걸어서 한 바퀴를 돌 수 있는 지역 단위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당선 문턱까지 간 분이 하루 한 번씩 지역구를 돌면서 선거 유세를 하셨고, 선거일이 가까워지자 모든 동네 사람과 인사하면서 다니시더라. 결국 정당 후보자보다 득표율이 높았다.

정치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정치를 쉽게 만들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무엇인가. 혹시 정치에 꿈이 있었던 건 아닌가.
박신수진 설립 초반에 정치 관련 아이템으로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많이 들은 질문이다. 하지만 정치를 꿈꾼다고 정치인이 되는 게 전부라고 생각하는 건 상상력의 한계다. 나는 이미 정치를 오래해왔고, 내가 하는 정치가 더 큰 정치라고 본다. 정치는 한 사람이 바꾸지 못한다. 더 많은 사람이 한번에 들어갈 수 있게 기반을 다지는 게 더 큰 일이다. 정치는 연예인 같은 정치인 한 명이 바꿀 수 있는 생태계가 아니라는 한계를 많이 봐왔다.

정치 분야 사회적기업에서 일하려면 정치에 관심이 있고 잘 알아야 할 것 같다. 각자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최슬기 나는 정치에 문외한이었다. 여기 와서 ‘정치 모질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지인에게 칠리펀트 채용 소식을 듣고, 대표님한테 기업의 비전에 적극 동의하며 내가 열정과 열의를 가진 사람이라는 점을 어필했다.(웃음) 일하기 위해 더 많이 배우게 됐고, 그러다 보니 뉴스와 신문을 보는 사람이 됐다. 이제 뉴스
보면서 아는 척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또 첫아이가 일곱 살이라 이 교구로 교육하며 대화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주변 엄마들한테 추천하면서 홍보한다. 내가 경험해봐서 확실히 말할 수 있다.
권혜연 고등학생 때부터 참여와 행동으로 세상을 바꾸는 데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는데 오히려 정치에 대한 혐오가 생겼다. 정당정치에 뜻이 있는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니 정치의 진입 장벽을 느꼈고, 나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졸업 후 다른 소셜 벤처에서 일하다가 결론은 정치라는 생각에 도달했다. 여론이 모여서 제도가 바뀌어야 실질적인 변화가 가능하지 않나. 정치의 중요성을 체감하고 여기서 일하게 됐다.

정치는 이념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념에 따라 바라보는 시각과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정책이 완전히 달라지지 않나. 정치 교육 사업에서 이 점을 어떻게 풀어가나?
박신수진 ‘진보를 가르칠 거야, 보수를 가르칠 거야?’ 하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우리는 특정 성향을 가르치지 않는다.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때 가장 신경 쓰고 조심하는 부분이 팩트는 말하되 판단이나 사견은 넣지 말자는 것이다. 강사나 메리칠리펀트에 참여하는 청년들에게도 각자의 사견을 존중하지만 칠리펀트의 구성원으로 임할 때는 이념을 배제해달라고 강조한다.

한편으론 우리나라는 이념을 지나치게 금기시하지 않나 싶다. 이념을 내세우면 뚜렷한 타깃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박신수진 특정 성향을 내세우면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나 당과 함께할 수 있을 거라는 의견도 있었다. 그렇지만 우리의 주 타깃은 특정 정당이 아니라 학교와 청소년이다. 공교육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어떤 색도 없어야 한다. 무색이어야 모든 색을 포괄할 수 있다. 정당에 홍보물을 보낼 때도 가리지 않고 다 보낸다.(웃음) 상관없다. 무색은 살아남기 위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공교육에 들어가는 게 목표인가?
박신수진 처음 타깃은 대학생이었다. 청년들에게 교육하고 싶었는데 구매 의사가 있는 소비자를 찾으면서 조금씩 변경하다 보니 결국 학교가 됐다. 우리 교구를 가장 많이 구입하는 곳이 학교다. 수업 역시 학교에서 특강 형식으로 가장 많이 한다. 개별적으로 관심이 가서 구매하기엔 필요성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칠리펀트 구성원은 모두 여성이다. 정치를 테마로 사업하면서 여성이라서 겪는 어려움도 있나?
박신수진 수업 출강 요청을 받아서 학교에 가는데, 한번은 교직원이 안내하다가 “사물놀이 수업하러 오셨죠?” 했다. 내가 정치 토론 수업 강사일 리 없다고 지레짐작하는 거다. 교사들이 “남자가 아니네.” 하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구성원이 모두 여성이긴 하지만 의도한 건 아니다.(웃음) 역으로 채용 공고가 뜨면
“남성도 뽑나요?” 하는 질문이 올라온다. 청년과 경력단절 여성을 우대하지만 능력 보고 뽑지, 성별 보고 뽑지 않는다.

젊은 목소리를 대변할 청년 정치인을 키우기 위해선 교육이 중요하다. 칠리펀트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권혜연 9월에 열릴 예정인 청소년 정치 축제 ‘메리칠리펀트’의 주체는 청소년이다. 민주 시민 교육을 받고 정치에 참여하면서 성장하는 게 주목적이고 이때 청년이 멘토가 되는 구조다. 청소년 한 팀당 청년 한 명이 멘토인 ‘산타’가 되고 청소년들이 ‘루돌프’가 된다. 청년은 청소년들을 서포트하는 역할이다. 코로나19로 일정이 미뤄져 7월 18일에 첫 만남이 성사된다.
박신수진 코로나19의 영향이 크다. 대규모로 열고 싶었는데 규모가 축소됐고 온라인 축제가 될 거다. 오프라인 교육도 절반 정도는 온라인으로 전환하게 됐다.

코로나19로 받은 타격이 또 있나?
박신수진 기업의 방향성부터 흔들린다. 보드게임으로 수업을 만든 건 정치는 주입식이 아니라 토론으로 배워야 하니까 가장 적합한 방법이기 때문인데, 면대면 수업이 이뤄지지 못하고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되고 있다. 상반기 수업을 한 번도 하지 못했다. 2학기로 미뤄지니 메인 비즈니스 모델이 흔들린다. 코로나19 직전엔 만나서 문제를 해결하는 워크숍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분위기였는데, 코로나19가 잠잠해져도 전처럼 활발하지는 않겠다 싶어서 고민이 많다.

칠리펀트의 다음 포부는 뭔가.
박신수진 당장은 내년에 살아남는 거다. 재정적으로 자립해야 하는데….(한숨) 칠리펀트가 좋은 기업이라는 걸 사람들이 알 때까지 버텨보자는 마음이다. 또 3년 차가 되었으니 교육 사업의 확장을 목적으로 코로나19 이후의 언택트 시민 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성인 학습지 시장에서 민주 시민 교육을 제공하는 거다. 또 한 가지는 ‘시민 알바’다. 정부나 공공기관 등이 공청회에 참여할 시민을 모으는 과정이 상당히 힘든 데 반해 홍보 비용은 많이 쓰는 것으로 안다. 시민 참여 활동을 할 때도 대가가 있어야 기꺼이 시간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민알바’라는 사이트를 만들어서 공공기관 등에서 주관하는 행사에 참여할 시민을 모집하는 채널을 만들어보고 싶다. 사실 해놓은 건 없는데, 계획을 미리 말하면 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생긴다. 지금 말했으니까 한번 만들어봐야겠다.(웃음)


양수복
사진 이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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