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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32 스페셜

영원히 끝나지 않을, 생각의 여름

2020.08.24 | 여름이니까

여름이면 ‘생각의 여름’을 떠올린다. ‘너무 단순한가?’ 싶다가도, 일상의 풍경을 포착해 담담하고 또렷하게 읊조리는 그의 목소리를 듣다 보면 ‘좋으면 됐지.’라는 마음이 든다. 여름이니까, 생각의 여름을 들었다. 여름이니까, 생각의 여름을 만났다.

이름 때문인지 여름이면 생각의 여름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여름을 어떻게 보내고 있나.
그런가.(웃음) 직장인이라 여름이라고 별 다를 건 없고 휴가가 있다는 희망으로 살고 있다. 여름에 내 노래를 더 많이 듣는지 통계적으론 모르겠는데, 공연이 끝나면 SNS에 ‘여름이라 생각난다.’는 포스팅이 늘어나더라. 각자 어떤 계기로 꺼내 듣는 음악으로 다가가는 거 같다.

‘생각의 여름’이란 이름은 ‘생각의 봄’인 사춘기(思春期) 이후를 의미한다고 알고 있다.
그렇다. ‘생각의 여름’의 정서는 여름은 끝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생각이 봄에서 여름, 가을, 겨울로 넘어간다는 자체가 ‘사춘기’라는 말을 만든 어른들의 입장이다. 생각은 여름에서 끊임없이 자랄 거다. 여름은 끝나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 생각이 줄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 죽을 때까지 어떤 생각들을 놓지 않고 살 수밖에 없을 거다. 생각이 더 많아지고 복잡해지거나, 혹은 단순하지만 큰 질문들을 품고 살게 될 거 같다.

2005년에 서울대 학생 넷이 모인 ‘관악청년 포크협의회’로 음악을 시작했다. 브로콜리너마저의 윤덕원, 9와 숫자들의 송재경, 음악계를 떠난 언팩트 그레이까지 넷이었는데 계속 연락하고 지내나.
그 앨범이 나온 지 15년이 지났다. 언팩트 그레이 형은 ‘ELSEWEAR’라는 이름으로 밴드를 다시 시작했다. 코로나19 전이었던 올해 초 15년 만에 처음으로 넷이 모여서 밥을 먹었다. ‘같이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말만 하는 거 같다.(웃음)

2009년에 셀프 타이틀 앨범 <생각의 여름>을 내고 10여 년이 지났다. 지금 보면 <생각의 여름>은 어떻게 느껴지나.
그 앨범을 들으면 여러 생각이 교차한다. 표현들을 보면서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는지 신기할 때가 있고 동시에 어떤 건 설익었지만 최선이었다는 걸 알기에 애틋하다. 공연마다 그 앨범의 수록곡 요청이 가장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다시 듣곤 하는데,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니다. 추상적인 의미도 있지만 몸도, 목도 지금과 달라서 그때의 소리를 재현할 수 없다. 그래서 이때의 나를 상상하며 불러야 할까, 아니면 지금 내가 다시 대본을 읽는 것처럼 불러야 할까 고민한다.

지난겨울에 <The Republic of Trees>를 발매했다. 다른 앨범들은 여름이나 5월, 9월 등에 나왔는데, 겨울에 앨범을 낸 이유가 있나.
여름을 피한 건 있다. 앨범 프로덕션 때부터 릴리즈 시기를 어느 정도 정해두는데, 여름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해외의 추운 지방에서 지낼 때 썼던 곡들이 담겨 있었다.

에세이를 쓰고 있다고 들었다. 어떤 주제로 글을 쓰고 있나.
<책장 위 고양이> 시즌2에 참여하게 됐다. 다섯 명의 필자가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쓰는데 지난주 주제는 삼각김밥이었고 이번 주는 북극이다. 돌아가면서 주제를 제시하고, 북극은 내가 제시한 주제다. 다른 작가들이 어떻게 쓸지 궁금하다.

북극이라는 주제를 제시한 이유는?
사람들이 쓰기 곤란하겠지만 재밌을 거 같아서 골랐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가고 싶은 장소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추운 나라를 얘기한다. 러시아나 시베리아, 캄차카 등. 성인이 되어 처음 가본 외국도 몽골이었다. 평생 가볼 수 없을 것 같지만 가보고 싶은 곳이 북극이다.

요즘 화두는 무엇인가.
노래도 그렇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하고 잘할 수 있는 것만 발표했다. 그래야만 하는 게 중요했는데 최근 글을 쓰면서 ‘외연을 넓히는 게 어디까지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하고 있다. 음악가인데 아마추어 글쓰기를 한다는 말이 듣기 싫다.

‘여름’ 하면 생각나는 추억이 있나?
군 휴가 중에 몽골에 대한 책을 읽었었다. 사막과 평원의 사진이 가득 있는 그 책을 읽고, 제대하면 무조건 그곳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제대 후 8월에 몽골 사막에서 열흘을 지냈다. 평원과 모래사막은 광활했고 밤에 사막에 앉아 있는데 별똥별이 3초에 하나씩 떨어졌다. 초현실적이었다. 10년도 넘은 기억인데 또렷하다.

지금 당장 휴가가 주어지고, 어디든 갈 수 있다면 어딜 가고 싶나.
북극에 대한 글을 썼기 때문이기도 한데, 시베리아에 가고 싶다.(웃음) 여름의 시베리아는 그렇게 춥지 않을 거다. 몽골에 갔을 때도 여름이었는데 낮에는 아주 뜨겁고 밤에는 아주 시원했다.

여름에 대해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
이번 여름은 여름이어서 힘든 게 아니라, 여름을 더 힘들게 하는 것들이 있어서 힘든 거 같다. 여름이 지나면 힘듦이 좀 걷혔으면 좋겠다.


양수복
사진 이재인
장소제공 연희대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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