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상단으로이동
신간 · 과월호 홈 / 매거진 / 신간 · 과월호
링크복사
링크가 복사되었습니다.
글자확대
글자축소

No.243 커버스토리

열심인 사람들에게, 작은 응원을 덧붙여 2

2021.02.02 |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배우 오정세·유다인

※ 이 기사는 이전 기사 <열심인 사람들에게, 작은 응원을 덧붙여 1>에서 이어집니다.

극 중 정은은 송전탑에 오르는 걸 굉장히 무서워하는 반면 막내는 송전탑을 지켜야 할 대상으로 생각해서 무섭지 않다고 해요. 배우로서 연기하면서도 무서운 순간이 많을 텐데 어떻게 극복하나요.
오정세 어떤 순간이 두려운가 하면요. 저는 연기하는 매 순간이 두려워요. 많은 배우들이 그러지 않을까 싶어요. 첫 오디션, 첫 미팅, 첫 리딩, 첫 촬영 등 매 순간이 작은 요소들과의 싸움인 것 같고, 이겨내는 방법은 매번 다른 것 같아요. 어떨 때는 놓기도 하고 또 어떨 때는 더 치열하게 파고들기도 해요. 그냥 앞으로 걸어 나가야지 하는 마음가짐을 가질 때도 있고요.
유다인 저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실제로 제가 겁이 많기도 하고요. 작품 할 때마다 무섭고 그냥 안 하고 싶은 마음이 갑자기 막 커지기도 해요. 그래서 같이 일하는 분들이랑 의견이 맞지 않기도 하고, 제가 너무 움츠러들 때도 많아서 지금도 극복하는 중인 것 같아요.


다인 씨가 예전에 한 인터뷰에서 데뷔 초반에 “네가 무슨 연기를 하냐, 숫기도 없고 부끄러워하는데!”라는 말을 들었다고 하셨는데, 2005년 데뷔했으니까 올해로 16년 차잖아요. 오랜 시간 연기해오면서 이젠 성격이 변한 것 같은가요.
유다인 성격은 쉽게 변하지 않는 것 같아요. 저는 변할 줄 알았거든요. 작품을 많이 하고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그러면 변할 줄 알았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하나도 변한 게 없는 것 같아요. 그때보다는 제가 많이 내려놨고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는 거? 그런 게 좀 달라진 거지, 나머지는 똑같아요.

베이지 니트 터틀넥 톱, 셔츠, 브라운 모직 베스트, 스커트 - 모두 스테이피플 / 옐로 삭스 - 스튜디오 싹스탑 / 베이지 펌프스 - 레이첼 콕스 / 이어 커프 - 레이지던

정세 씨가 2020 백상예술대상에서 TV 부문 남우조연상을 수상하고 얘기한 소감이 인상적이에요. 작품이든 인생이든 운에 따라 결정되는 건데, 불공평하다는 생각에 실망하거나 지치지 말고 포기하지도 말라고 하셨어요. 그 점을 되게 오래 고민하셨던 것 같아요. 아까 이번 영화에 대해 소개할 때도 주변에 그런 친구들이 많다고 하셨고요.
오정세 제 무의식에 그런 분들, 그런 이야기나 상황들이 잠재되어 있고, 시상식 때 그 이야기가 제 안에서 제일 위에 올라와 있었던 것 같아요. 우리 영화도 막내를 보면 참 열심히 살잖아요. ‘이런 사람들만 있으면 참 좋을 텐데, 보상이 충분하지 않아서 아쉽네….’ 하면서 영화의 인물에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작품을 100여 편 하셨는데, 대중적으로 가장 알려진 게 2019년 영화 <극한직업>,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 큰 인기를 얻은 후잖아요. 그전의 상황이 방금 말씀하신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됐을까요.
오정세 저한테는 그 시기가 어떤 힘듦으로 작용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제가 대중에게 가까워질 때도 있고 멀어질 때도 있는데, 그게 연기를 할 때 힘든 지점은 아닌 것 같아요. 캐릭터에 접근할 때 정서적으로 힘들기도 하고 환경이 힘들 때도 있고 배우로서 자질 때문에 힘들 때도 있지만, 열심히 하는데 왜 나는 안 알려질까 하는 건 저한테 별개의 문제예요. 대중의 사랑을 많이 받아서 크게 기쁜 것도, 그게 없다고 되게 아파하지도 않는 사람인 것 같아요.


외부의 반응에 잘 휘둘리지 않는 스타일이네요.
오정세 휘둘리지 않으려고 더 그러는 것 같아요. 배우를 오래 하고 싶은데 그런 반응에 쉽게 기뻐하고 슬퍼하면 스트레스 받아서 금방 지칠 것 같거든요. 다행히 전 그런 데 좀 무딘 사람이고, 더 무뎌졌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요즘 ‘대세 배우’라는 소리를 많이 들으시죠.
오정세 3개월 봅니다.(좌중 웃음) 사실 아까도 얘기했듯이 제가 처음에 연기를 하고 영화 잡지 <씨네21>에 주목받는 신인으로 소개되고 또 잊히고, 또 어디서도 뭐 하다가 잊히고, 그러다 누군가의 머릿속에는 <거울 속으로>라는 작품으로 제가 기억되고, 누군가에겐 <남자사용설명서>, 누군가에겐 <극한직업>으로 기억되겠죠.

그러면서도 대중의 사랑을 받는 사람으로서 노력한다는 생각이 든 게 지난해에 지적장애인 첼리스트 배범준 씨와 놀이공원에서 같이 시간을 보낸 일화가 알려졌어요. 어떤 마음으로 그 제안을 수락했는지 궁금해요.
오정세 그 만남은 그 친구가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상태’를 연기하는 제 모습을 보고 “나, 저 친구 만나야 돼. 저 친구 안아주고 싶어.”라고 해서 시작된 거였어요. 해야겠다, 하지 말아야겠다 고민하고 선택할 문제가 아니었어요. 만나서 하루 동안 같이 지내하면서 그 친구도 많이 얻었겠지만 저도 많이 얻었어요. 그 친구에게 위로받고 응원받았고 또 작품에서 상태에 다가가는 데 도움이 됐어요. 상태라는 인물을 그릴 때 범준 씨 말고 다른 친구들도 만났어요. 발달장애를 가진 남매를 만나서 같이 밥 먹고 미술관에도 놀러 가면서 그 친구들의 행동과 표정을 관찰했죠. 그렇지만 이런 표면적인 것은 한 5%에 불과했고, 나머지 90% 이상은 정서적인 부분을 배웠어요. 한번은 장애인 친구랑 비장애인 친구랑 같이 횡단보도에 나란히 서 있는 걸 봤는데 그 뒷모습 투 샷이 무척 뭉클했어요. 이 친구가 저 친구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고, 저 친구는 이 친구를 깊이 사랑하고 있구나, 하는 마음이 느껴졌거든요. 손을 잡고 기대고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냥 서 있는데 그렇게 보이더라고요. 배우로서 그런 투 샷을 만들 때 연기적으로는 이렇게 해야 하나, 저렇게 해야 하나 모르잖아요. 상태로서 이런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그 만남 후에 어떻게 작용했는지 모르지만 정서가 풍성해졌고 도움이 많이 됐죠.

다인 씨는 지난해 초 <드라마 스테이지-이의 있습니다>에서도 밀린 임금을 받으려고 투쟁하는 노동자 역할을 했죠. 평소 관심이 가는 주제인가요.
유다인 노동문제에 대해서 특별히 고민해본 적은 없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고 생각해왔는데, 최근 제가 빠져 있는 게 이슬아 작가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이슬아의 이스라디오>예요. 거기에서 전태일에 대해 작가 본인이 쓴 글을 읽어주는 부분이 있었어요.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모른 척할 수가 없다. 나인 거 같아서.” 이런 내용이었는데 굉장히 마음에 와닿았어요.

정세 씨는 인디 음악을 좋아하신다고 들었어요.
오정세 노래를 듣다가 참 좋아서 찾아보면 인디 음악인 경우가 많아요. 저는 지나가다가 공연하고 있으면 가서 듣고, 전시회도 누구 작품인지 모르는 채로 궁금해서 보고 오고 그래요. 그런 일들이 제겐 작은 소풍, 작은 여행이 되는 것 같아요.

지난해에는 코로나19 때문에 공연이 많이 줄었죠. 아쉬움이 클 것 같아요.
오정세 그렇지만 상황에 맞게 온라인으로 하기도 하고 변화가 있는 것 같아요. 옛날에는 홍대 앞의 작은 바나 밀폐된 공간에서 공연을 많이 했는데, 코로나19가 한참 기승을 부릴 땐 한옥이 있는 야외 공간에서 하기도 하더라고요. 청중에게 무선 헤드셋을 나눠주고 근처를 산책하면서 라이브를 들을 수 있게 한 거죠. 그런 데 가면 뮤지션이나 전시 작가들한테 많이 배워요. 저는 어떤 배우를 보고 ‘저 사람 같은 배우가 돼야지.’ 하는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고, 어떤 가수를 보고 저런 느낌의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더 많아요. 어떤 가수들은 무대에서 자유롭게 뛰어놀아요. 그러면 나도 저렇게 자유롭게 뛰어노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해요. 또 어떤 가수는 제가 가진 선입견을 비켜가요. 좋은 가수는 고음을 잘 내야 하고 기술이 있어야 하고 감정이입을 잘해야 한다는 등 일반적인 기준이 있잖아요. 근데 어떤 가수를 봤는데 제가 생각한 선입견을 다 비켜갔어요. 높은 음도 안 올라가고 되게 못 부르는 것 같은데 다른 가수 노래를 들을 때보다 가슴이 찡해지는 무언가가 있었어요. 그럴 때 저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고 느끼죠.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한 기술적인 데이터가 여러 가지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 진짜 무언가 큰, 진심 어린 무기 하나만 있어도 전달할 수 있겠다고 느끼기도 하고요.


두 분 다 차기작이 공개됐어요. 다인 씨는 영화 <낮과 달>에 조은지 배우와 출연합니다. 여성 투 톱 영화는 처음인 것 같은데 어떤 마음으로 출연을 결정하셨나요.
유다인 일단 내용이 참 재미있어요. 제가 맡은 인물은 남편이 죽은 뒤 남편의 고향 제주도로 내려가요. 남편이 고향에 내려가 살고 싶다고 항상 말했었거든요. 그래서 갔는데 거기에 남편의 첫사랑이 있는 거예요. 그게 은지 언니인데, 둘 사이에 아이가 있었죠. 저는 열 받아서 은지 언니 찾아가서 땡깡도 부리고(웃음) 술 먹고 꼬장도 부리고 그래요. 되게 재밌는 상황이 많이 벌어지죠. 제주도에서 한 달 동안 촬영했는데 재밌었어요.

올해, 혹은 앞으로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나요.
유다인 저는 <낮과 달>에서 한 것 같아요. 하다 보니까 알게 됐는데 너무 재밌더라고요. 되게 귀여운 캐릭터고 재밌는 상황이 많아서 모니터링하면서도 내가 못 봤던 내 모습을 발견하고, 그런 점에서 재미있게 촬영했어요.
오정세 못 만나본 친구들도 만나고 싶어요. 오정세가 잘할 수 있는 역할도 좋지만 ‘오정세랑은 안 맞지!’ 할 법한 역할도 하고 싶어요. 그런 인물들을 하나씩 조급해하지 않으며 만나고 싶어요. 다인 씨가 방금 얘기했듯이 ‘내게 저런 표정이 있었네!’ 할 때 신선하거든요. 과정은 쉽지 않겠지만 결과가 어떻든, 이왕이면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게끔 노력을 많이 할 거고, 이런 과정들이 의미 있지 않을까요?


2021년 새해가 됐잖아요. 지난 한 해를 정리한다면 어떤 단어 혹은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오정세 무효. 무효로 만들고 싶어요. 나이 먹는 것도 그냥 다 세계적으로 합의해서 안 먹는 걸로 했으면 좋겠어요.(웃음)
유다인 저는 개인적으로 안정감이 많이 생긴 해였던 것 같아요.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또 계속 저를 괜찮다, 괜찮다 다독여주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예전엔 제가 안정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빅이슈》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오정세 그냥 다들 건강하셨으면 좋겠어요.
유다인 건강 챙기시면서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에도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인터뷰 전문과 배우 오정세, 유다인님의 더 많은 화보는 매거진 '빅이슈' 243호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양수복
사진 김영배
스타일리스트 홍은화
헤어 박내주(빗앤붓)
메이크업 수지(빗앤붓)


1 2 3 4 5 

다른 매거진

No.340

2025.10.01 발매


가수 라포엠

No.338

2025.08.01 발매


배우 이주영

No.337

2025.07.01 발매


스킵과 로퍼

< 이전 다음 >
빅이슈의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