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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54 스페셜

위기에서 자립까지, 내일을 포기하지 말아요.

2021.07.13 |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

‘띵동’은 폭력과 탈가정을 비롯한 각종 위기 상황에 놓인 청소년 성소수자를 지원하는 단체이자, 공간이다. 성인 성소수자 역시 몇 겹의 차별과 혐오 속에서 살아야 하는 한국에서, 정체성을 확인한 청소년 성소수자가 일상을 꾸려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위기에서 자립까지. 짧은 문장이지만 가정폭력과 탈가정, 탈학교 등으로 위기 상황에 놓인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경험해야 할 어려움과 느껴야 할 두려움은 빽빽하다. 띵동은 이들의 선택지를 조금씩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띵동의 활동가 아델과 함께 ‘내일’과 ‘희망’, 청소년 성소수자들에게도 마땅히 주어져야 할 이 단어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띵동의 방문 상담이 중단되었다가, 지난 3월부터 재개되었지요. 그간 만나지 못해 아쉬웠던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많을 것 같아요. 팬데믹 이후 이들의 위기 상황에 부각된 문제가 있을까요.

대면 상담이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그사이 전화나 줌을 통해 상담을 진행했어요. 타 지역에 있는 청소년들과는 늘 소통하던 방식이었죠.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여러 프로그램 진행이 어려웠어요. 띵동뿐 아니라 청소년 복지 전반에 있어 어려움이 커진 상황이에요. 탈가정 이후 자립한 청소년들은 돈을 벌어 월세 등을 마련하는데, 청소년들은 팬데믹 안에서 쉽게 해고의 위기에 놓이고 무급휴직을 겪는 이들도 많고요. 국가재난지원금도 가구지원으로 지급되었잖아요. 가정폭력으로 인해 탈가정한 청소년의 경우, 신고를 하지 않으면 세대주와 분리가 어렵다 보니 혼자 지원금을 신청할 방법이 없었죠. 탈가정 청소년은 팬데믹 하에서도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요.

특히 지난 한 해는 사회적으로 실내 생활의 중요성이 대두되었는데, 성소수자 청소년들은 그러기가 어려웠어요. 청소년 쉼터도 방역지침에 의해 수용 가능 인원이 줄어들면서 입소가 어려워졌고요. 띵동처럼 아웃리치를 가거나 생필품을 제공하는 곳도 문을 닫은 경우가 많았죠. 실제로 공간이 필요한 청소년들에겐 띵동이 쉼터를 연결하는데, 전화를 돌려봐도 입소 가능한 쉼터 찾기가 정말 어려웠어요. 대면 상담이 재개된 후, 띵동이라는 공간이 주는 힘을 청소년들에게 전할 수 있다는 점이 다행이라고 봐요. 공간에 오면 무지개 깃발도 걸려 있고, 성인 성소수자의 존재도 볼 수 있으니까요.

지난 6월 25일엔 ‘청소년 성소수자의 탈가정 고민과 경험에 대한 기초조사 결과보고회’도 개최되었는데요. 이번 조사로 새롭게 드러난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청소년 성소수자 중 탈가정을 고민하는 이들이 굉장히 많다는 점이 더 뚜렷해졌어요. 탈가정을 고려하는 이유를 물었을 때, 많은 이들이 자신의 정체성과 관련한 고민을 꼽았고요. 가정폭력의 경우, 정체성과 연관 없이 존재하기도 하고, 연관이 있는 경우엔 가족에게 아웃팅(타인이 성소수자 당사자의 동의 없이 성정체성·성적 정체성을 외부에 밝히는 행위) 피해를 입기도 해요.

청소년 LGBT 커뮤니티는 혐오 발언을 포함한 범죄에 쉽게 노출되곤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시민들이 할 수 있는 행동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청소년을 만나는 교사, 관련 단체 종사자, 경찰 등 많은 시민들이 있을 텐데요. 우선 청소년, 그리고 성소수자를 대하는 인권감수성이 필요해요. 특히 청소년이 가정폭력 신고 절차를 밟을 때, 그 방식이 피해자에게 적합한 형태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여기에 정체성 이슈가 결부되면, 교사나 경찰이 사건을 제대로 이해하고 파악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져요. 10대는 부모와 같이 사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사회 규범화되어 있잖아요. 그런데 가정에서도 개인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집이 아닌 곳이 더 안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고려하는 것,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불특정다수로부터 혐오범죄 피해를 입은 청소년들에게 띵동이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상담에서 학교 등의 공간을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는 어려움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띵동처럼 상담을 하는 많은 곳이 겪는 답답함은 비슷할 거라고 봐요. 내담자는 일단 학교와 가정에서 생활을 지속해야 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같이 버텨주는 일뿐이니까요. 많은 청소년 성소수자들에게 “혼자 버티지 않아도 되고, 또래 성소수자와 띵동처럼 당신을 아끼고 지지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위기 상황에 놓인 청소년 성소수자들을 위해 필요한 정책적 제도가 마련된다면, 무엇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청소년들이 겪는 어려움에 완벽하게 대응하기엔 부족함이 있겠지만, 일단 한국의 청소년복지나 상담 체계 자체는 잘 마련되어 있는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24시간 핫라인이나 위클래스 상담소도 있고요. 다만,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정책이나 서비스라면,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생각해요. 서울의 띵동과 같은 곳이 전국 곳곳에 있어야 하고요. 청소년 쉼터도 남성과 여성 쉼터로 나뉘어 있는데, 트랜스젠더 청소년의 경우 찾아가지 못할 것이란 고민이 복지체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죠.

띵동은 여러 활동을 통해 청소년 성소수자를 위기로부터 보호하고 지원할 뿐 아니라, ‘응원’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자긍심을 북돋는 활동이 중요한 이유는 뭘까요.

자기 자신을 돌보고 상담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와 같은 성소수자들이 많고,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도 청소년 성소수자들에게 큰 힘이 돼요. 특히 자신을 믿고 지지하는 이들 사이에서 소통을 하는 게 의지가 되죠. 그건 일대일 상담 이상의 소속감을 느끼게 하고, 위로와 용기를 주는 것 같아요.


글. 황소연

사진제공. 띵동

전문은 빅이슈 254호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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